[스페셜2]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상, '브로커' 송강호 남우주연상 수상 기념 한국 기자회견
2022-06-09
글·사진 : 임수연
상을 받기 전이나 받은 후나 변함없다

“우리가 같은 영화로 칸에 왔다면 함께 상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말대로 각자 다른 영화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기 때문에 가능한 그림이었다.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 <브로커>의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직후 한국 기자들이 모인 기자실에 들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폐막식이 끝나고 한 시간 남짓 후, 그 뜨거웠던 현장에서 오간 이야기를 전한다.

박찬욱, 송강호(왼쪽부터).

- 먼저 두분의 수상 소감 그리고 서로에 대한 축하의 말을 전해달라.

박찬욱 올해가 데뷔작을 내놓은 지 30년 된 해라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그래서 축하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든다. 우리가 같은 영화로 칸에 왔다면 함께 상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원래 한 영화에 감독상과 주연상을 주지 않으니까. 우리 둘이 다른 작품으로 영화제에 왔기 때문에 이런 일도 가능한 것 같아서 더 재밌다.

송강호 박찬욱 감독님과는 오랫동안 작업했고 <박쥐>가 칸영화제 심사위원상도 받았기 때문에 남다른 감정을 느낀다. 이번에 <브로커>로 상을 받았지만 이것은 같은 식구들이 함께 상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이름이 호명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박찬욱 감독님이 내게 뛰어와 포옹을 하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때 눈을 보니까 너무너무 좋아하시더라.

박찬욱 나도 모르게 복도를 건너서 송강호씨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동안 출연했던 영화들이 작품 자체가 좋아서 주연상을 받을 기회를 놓친 것 같은데 이렇게 기다리니까 때가 온 것 같다.

- 한국영화 두편이 나란히 상을 받게 됐다는 의미도 남다를 것 같다.

박찬욱 <헤어질 결심>에는 중국인 배우가 나오고, <브로커>는 일본인 감독의 각본과 연출로 만들어졌다. 꼭 한국영화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아시아의 인적자원과 자본이 교류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1960년대부터 유럽이 이러한 방식으로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어온 것처럼, 한국이 중심이 되든 어느 곳이 중심이 되든 교류가 활성화돼서 범아시아영화가 더 많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 <헤어질 결심>이 올해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였는데 아쉬운 마음은 없나.

박찬욱 원래 평점이 수상 결과로 잘 이어지진 않는다. (웃음) 우린 경험이 많아서 잘 안다.

송강호 그런데 <헤어질 결심>이 (칸영화제 공식 데일리 <스크린>에서) 최고 평점을 받은 것은 분명 유의미한 성과다. 심사위원들이 평점을 기준으로 삼지는 않지만 전문가들이 높이 평가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영화의 작품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헤어질 결심>의 감독상 수상은 내가 생각했을 때 황금종려상 이상의 의미가 있다.

- 박찬욱 감독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벌써 세 번째 상을 받았다. 칸은 왜 그렇게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나.

박찬욱 일단 심사위원의 구성은 항상 달라진다. 다들 다른 취향과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고, 누구 목소리가 크냐도 주요하게 작용한다. 칸영화제 집행부가 심사 결과에 개입하지 않고 온전히 심사위원에게 맡기기 때문에 매해 그들의 구성과 면면이 크게 작용한다.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우리는 영원히 알 길이 없다.

- 송강호 배우는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소감이 어떤가.

송강호 상을 받기 위해서 연기를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는 배우도 없다. 좋은 작품에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면 좋은 영화를 찍고, 최고의 영화제에 초청받아 격려받고 수상도 하는 과정이 있을 뿐이지 그것이 절대적인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수상 자체가 목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 올해 심사위원단에 배우들이 많았기 때문에 송강호 배우의 남우주연상의 의미가 보다 특별하게 다가온다.

송강호 시간을 두고 곰곰이 이 상의 의미를 복기해보려고 한다. <브로커>는 나뿐만 아니라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씨를 비롯한 수많은 보석 같은 배우들의 열연과 앙상블로 완성된 영화다. 나는 이 소중한 배우들을 대표해서 상을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 두분 모두 이른바 시상식에서 유리한 유형의 영화로 상을 받지 않았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정치성 강한 영화가 주목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강세였는데 <헤어질 결심>은 장르영화로서 영화 자체의 힘을 보여준다. <브로커>는 특정 배우가 발산하는 연기로 끌어가는 작품이 아닌, 앙상블이 중요한 영화다.

박찬욱 아직 <브로커>를 보지 못했는데 (송강호를 바라보며) “연기가 그렇게 좋다며?”라고 물었더니 “아니다. 난 조연이고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래놓고 이렇게 남우주연상을 받고…. 참 나. (일동 웃음)

송강호 연기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상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포지션을 갖춰서 어떤 식으로 연기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얘기 같다. 앞으로도 어떤 포지션과 형태에 치중해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배우들은 자유롭게, 끊임없이 해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함께 서 있는 모습이 보기 좋은데 혹시 다음에 같이 작품할 계획은 없나.

송강호 그러고보니 우리가 <박쥐>를 한 지 꽤 오래됐는데.

박찬욱 시간을 내달라. 거절만 하지 않으면 된다. (웃음)

- 최근 한국영화의 인기 요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송강호 외신 기자들이 대표적으로 하는 질문이 한국 콘텐츠의 다양성과 역동성에 관한 것이다.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에서는 항상 변화하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끊임없이 도전하려는 노력이 문화 콘텐츠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순간도 나태할 수 없는 긍정적인 환경에 놓인다. 기본적으로 한국 관객이 우리를 끊임없이 예의 주시하고 격려하고 때로는 질타하시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서 팬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박찬욱 한국의 관객은 웬만해서는 만족하지 못한다. 장르영화를 만들어도 단일 장르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그 안에 우리 인생이 총체적으로 묘사되기를 바란다. 다시 말해 장르영화 안에 웃음도 공포도 감동도 다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우리가 많이 시달리게 되면서 한국영화가 발전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 오늘 두분이 받은 상이 앞으로 어떤 의미로 작동하기를 바라나.

송강호 전혀 작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웃음) 상을 받기 전이나 받은 후나 변함이 없다. 좋은 작품과 좋은 이야기를 관객에게 새롭게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은 바뀌지 않는다.

박찬욱 영화제에서 감독이나 아티스트들이 주목받는 것 자체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의미는 솔직히 홍보 효과에 있다. (웃음) 그러니 <브로커>나 <헤어질 결심>이 한국에서 개봉할 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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