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원 파인 모닝' 미아 한센뢰베 감독 "버지니아 울프의 고민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2022-06-09
글 : 임수연

미아 한센뢰베 감독의 신작 <원 파인 모닝>은 실제 감독의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다. 신경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돌보며 8살 딸과 함께 사는 싱글맘 산드라(레아 세두)는 오래된 친구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슬픔과 행복, 상실과 재탄생의 감각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다가오는 것들>에 이어 모순의 역학을 탐구한 미아 한센뢰베 감독을 만났다.

- 이번 작품은 당신의 실제 경험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다.

= 내 영화가 모두 실제를 그대로 담은 것은 아니지만, 자전적인 요소를 재창조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더이상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내게 어떤 긴박감을 줬다. 글을 쓰는 것은 아직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그의 존재에 대한 흔적을 남기는 길이기도 했다.

- 상실감을 느끼는 미혼모가 오랜 친구와 사랑을 시작하는, 정반대의 감각을 공존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 슬픔이나 죽음에만 초점을 맞춘 영화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나의 영화는 빛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슬픔과 재탄생, 상실과 새로운 사랑은 동시에 경험될 수 있다.

- 당신을 포함해서 여성 영화감독의 뉴 제너레이션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 물론이다.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더 많아지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여성감독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어디에나 있다. 물론 남자감독들만큼 많지는 않지만. 지금 칸영화제에 온 신인감독들을 보면 절반이 여성이다. 앞으로 더 많이 변해야겠지만, 영화감독은 50년 전만큼 남성적인 직업이 아니다. 나는 여성성의 힘을 믿는다. 영화를 통해 늘 이 점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여성성은 여성들만의 것이 아니다. 남성이 여성적인 영화를 만들 수도 있고, 여성이 굉장히 남성적인 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이것은 감성과 민감성의 문제가 된다. 영화는 폭력을 직접 묘사하지 않고도 세계의 잔인함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영화를 만들 때 지키는 기본 철학 중 하나다.

- 자기만의 방이나 친밀한 공간이 중요하게 묘사된다. 영화를 통해 가족과 집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바는 무엇이었나.

= 버지니아 울프가 했던 그 고민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파리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자기만의 방을 갖는 건 매우 어렵다. 다른 대도시에 사는 가정 있는 여성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늘날 프랑스 여성들은 자신이 남성과 같은 공간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성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매우 신중하게 촬영했다. 보통 영화에 등장하는 아파트는 생각보다 훨씬 넓은 경우가 많은데, 산드라의 직업과 사회적 입지를 고려해서 가능한 한 현실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산드라는 작지만 매력적인 집에서 살고 있는데,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집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것이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현실을 말해준다.

- 당신의 영화는 인생의 특정 시기를, 예컨대 노년의 삶을 지우지 않고 묘사한다. 그런 점에서 <다가오는 것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도 되나.

= <원 파인 모닝>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을 때 이 작품이 <다가오는 것들>의 ‘리버스숏’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가오는 것들>이 어머니의 이야기라면, <원 파인 모닝>은 아버지의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내 영화가 사실은 전부 내 가족과 관련되어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사진제공 UDICAЁL PER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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