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장뤽 고다르 추모 연속 기획①] 장뤽 고다르 감독 사망 관련 프랑스 현지 반응
2022-09-29
글 : 최현정 (파리 통신원)
Oh My Godard!

2022년 9월13일 누벨바그의 거장 장뤽 고다르가 60년이 넘은 커리어와 120편이 넘는 작품을 뒤로하고 91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각 분야의 유명인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SNS에 연이어 올리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심경을 올린 이 중 한명이다. “(고다르는) 프랑스영화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거장이 되었다. (…) 우리는 천재의 시선, 국보를 잃었다”라고 썼고, 현 프랑스 문화부 장관 리마 압둘 마락은 트위터에 “‘인생에서 가장 큰 포부가 뭐죠?’ ‘불멸의 존재가 되어서, 그런 다음 죽는 거죠’”라는 <네 멋대로 해라>(1960)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고다르는 대담하고, 자유롭고, 불경스러운 세상을 추구하며 영화의 모든 규칙을 불태워버렸다”라고 썼다. 전 문화부 장관이자 현 아랍 세계 연구소 소장인 자크 랑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다르, 어두운 상영관의 영원한 지배자”라고 쓰며 고인을 향한 각별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함께했던 영화인들이 보내는 작별 인사

그의 작품 중 평단과 관객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경멸>(1963)의 주인공 브리지트 바르도는 자신의 트위터에 고다르와 함께 카프리 촬영 당시 찍은 사진을 공유하면서, “그는 <네 멋대로 해라>로 위대한 스타 감독의 대열에 합류했다”라고 덧붙이며 경의를 표했다. 고다르가 발표한 70여 번째 작품 <누벨바그>(1990)의 주연배우 알랭 들롱은 에 “영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간다.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준 장뤽에게 감사를 표한다. 내 필모그래피에 ‘누벨바그’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라고 심경을 남겼다. 배우 상드린 키베를랭은 자신의 트위터에 브리지트 바르도가 올린 사진을 퍼다 게시하며, “시네마는 그림과 같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여준다”라는 고인의 말을 인용했고, 이자벨 위페르는 일간 신문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그의 천재성, 섬세함, 시적 감수성이 모든 일을 쉽게 만들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누구도 고다르처럼 얼굴을 찍지 않는다”라며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인생)>(1980), <열정>(1982) 촬영 당시 그와의 작업을 상기했다.

질 자콥 전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에 “고다르, 그는 영화의 피카소다. (…) 이제 세계 영화는 고아가 되었다”라며 다소 극단적인 심경을 밝혔다. 이에 고인과 끈끈한 애증(?)의 관계를 맺어온 칸영화제는 “그가 없었더라면 영화제는 현재와 같은 얼굴이 아니었을 거다. 고다르는 1962년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에 출연한 이후, 그의 작품 21편이 칸에서 상영되었다. 그는 (칸영화제 취소를 유발시킨) 1968년 5월 항쟁의 주모자였고, 2014년 <언어와의 작별>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수상자이며, 2018년 칸이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선사한 특별 황금종려상의 수혜자였다”고 전했다. 또 <알파빌>(1965)에 금곰상을, <네 멋대로 해라>에 은곰상을 수여했던 베를린국제영화제는 “그는 영화 역사상 영향력 있고 혁신적인 누벨바그 감독 중 한명이다. 그는 60년대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그 뒤로도 끊임없이 쇄신을 이어갔다”며 공식 인터뷰를 진행했고, 베니스국제영화제는 공식 트위터에 고다르를 “영화 역사상 중요한 감독 중 한명, 그리고 영화제의 중요한 주인공 중 한명”으로 명하며 작별 인사를 고했다.

반면 유대계 프랑스 배우 제라르 다르몽은 공영방송 채널 <프랑스5>의 토크쇼 <세 아 부>에 출연해 “나는 고인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 그는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전체적인 의미로서의 유대인, 특히 이스라엘에 사는 유대인들에 대해서”라며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와 극장가의 추모 물결

고다르를 추모하는 브리지트 바르도의 SNS.

각종 신문, 텔레비전 채널과 라디오 방송, 극장에서도 예정된 기사와 프로그램을 전면 취소하면서 추모의 물결을 이어갔다. 일간 신문 <피가로> <르몽드> <르파리지앵> <리베라시옹>은 각각 ‘누벨바그 거장의 죽음’, ‘고다르, 혁명의 인생’, ‘고다르, 프랑스영화의 파괴자’, ‘고다르, 영화의 역사’라는 묵직한 제목의 기사를 앞다투어 실었고, 프랑스 민영 방송사 카날플뤼스는 <경멸>, <미치광이 피에로>, <알파빌>, <여자는 여자다>(1961) 같은 고다르의 첫 번째 전성기 때 작품뿐 아니라, 프랑스 국민 가수이자 배우인 조니 알리데가 출연한 <탐정>(1985),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출연한 <오 슬프도다>(1993), 1988년에 시작해 1998년까지 장장 10년에 걸쳐 지속된 프로젝트 <영화의 역사>, 그리고 고인의 삶을 회고하는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 <칸 1968, 칸의 혁명>(2018), <(평론가) 알랭 베르갈라가 본 장뤽 고다르>(2019), <고다르의 에이비시디>(2022) 등을 방영했다. 예술문화 채널 <아르테>는 <네 멋대로 해라>, <경멸>, <카르멘이라는 이름>(1983), <이미지 북>(2018)을, <프랑스5>는 <네 멋대로 해라>와 누벨바그의 두 주인공 고다르와 트뤼포의 애증 관계를 다룬 클레르 두구에 감독의 다큐멘터리 <고다르-트뤼포: 이별 시나리오>를 방영했다.

또 극장에서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출연한 다큐멘터리 <씨 유 프라이데이, 로빈슨>(2022)을 다음날 바로 개봉했다. 이란 감독 미트라 파라하니 감독의 작품으로, 고다르와 올해 98살 이란 출신 작가이자 감독인 에브라힘 골레스탄이 서로에게 보낸 편지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노년의 두 감독은 29주 동안 금요일마다 영화, 예술, 삶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영상 편지로 자유롭게 나눈다. 이 작품은 10월 <아르테>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2010년 에릭 로메르 감독, 2019년 아녜스 바르다 감독, 2021년 배우 장폴 벨몽도에 이어 누벨바그의 주역이 또 한명 사라졌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9월13일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주 화요일에 죽은 사람은 고다르가 아니라 우리다”라며, 그의 죽음은 “(우리가) 다시 태어나 다시 눈을 뜨고, 다시 새로운 영화를 열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고다르, 편히 잠들지 않아줘서 고마워”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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