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영화 ‘성덕’ 대담 ⓶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기 위해 바꿔야 할 것들
2022-09-30
글 : 임수연
사진 : 최성열
정리 : 이다혜

<성덕> 관객과의 대화에서 질문자들이 마이크를 잡으면 “저는 OOO의 팬이었습니다”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대담에 참석하신 분들도 ‘덕질의 역사’를 포함한 자기소개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오세연 <성덕>이라는 다큐멘터리영화를 연출한 오세연이다. <성덕>은 자신이 열렬히 사랑했던 스타가 범죄자가 되면서 어떤 충격에 휩싸인 경험을 한 친구들을 찾아나서는 일종의 기행문이다. 가수 J를 좋아했다.

김다은 <성덕>의 조감독을 맡은 김다은이다. 연예인을 떠나 어떤 대상을 너무 사랑하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로 오늘 이 자리에 소환된 것 같다. 영화제에 가도 극영화를 주로 봤고, 다큐멘터리를 진지하게 공부한 적은 없었다. 처음에는 다큐멘터리를 찍을 자질이 부족하다며 거절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세연씨가 “저는 J를 좋아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거다.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다. 나도 범죄자가 된 가수 S를 좋아했으니까! (웃음)

오세연 서로의 과거를 알고 연락한 것도 아닌데 정말 신기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둘 다 영화 공부하는 학생이니까 한번 인사하라”며 지인이 다은씨를 소개해줬고 SNS 친구 정도로 남을 관계였다. <성덕>을 만들 때 부산에서도 1년 정도 지냈다. 서울보다는 부산에 있는 조감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은씨가 문득 생각났다. 영화에 열정이 가득하고 너무 열심히 사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아서 무턱대고 연락을 했다. 그런데 시놉시스를 보여주니까 다은씨가 “아…. 사실 저도…”라며 S 얘기를 털어놓는 거다. 아, 영화의 신이 내려온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웃음) 정말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김다은 S는커녕 아이돌 자체에 관심없는 척했다. 엑소의 앨범이 집에 있으면서 “요새 아이돌을 누가 좋아해~. 나는 인디 음악 들어”라고 말하고 다녔다. (웃음) 이 영화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런 사람들이 만나서 얘기하는 모습이 너무 웃길 것 같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집에서 카메라 켜놓고 술 취해서 이야기하다가 포커스나가고 사운드를 날린 적도 있다. 이게 영화가 될까 싶었는데, 나중에 극장에서 보니 정말 감회가 남달랐다. “이게…. 영화가 되네…?” (일동 폭소)

최지은 지난해 <이런 얘기 하지 말까?>라는 에세이집을 낼 때 지금의 나를 형성한 많은 요소들이 어디에서 비롯됐나 생각하면서 덕질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1세대 아이돌 H.O.T.를 시작으로 신화, 동방신기까지 이른바 SM엔터테인먼트 라인을 따라 덕질을 했다. 그사이에 축구 선수나 프로게이머, 영화배우도 있었고, 항상 그 시기에 뜨는 장르는 전부 기웃거리며 팬질을 할 사람이 없나 찾아다녔다. 20대 중후반 대중문화 기자가 되면서 즐겁게 일을 했고 그동안 만나고 싶었던 거의 모든 오빠들을 만났다. 그런데 2015년 팟캐스트 방송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내가 남자에게 더 관대하고 쉽게 숭배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지금은 팬심이 모두 사라져서 성덕의 끝인 ‘탈덕’에 이르렀다.

강은교 이화여대 여성학과에서 ‘페미니스트 세계 만들기(worlding)로서 듀나의 SF에 대한 연구’란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고 이번에 졸업했다. 팬덤이 주요 연구 분야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K팝 아이돌을 좋아했기 때문에 “우리 여자들은 왜 이럴까?”라는 데 늘 관심이 있었다. K팝 아이돌 중에선 T와 E를 좋아했다. 하지만 ‘탈 K팝’을 한 이후 이 세계에 깊은 관심을 두진 않았다. 가령 <프로듀스 101>을 보고 투표는 했지만 방송이 끝나면 그걸로 끝이었다. ‘아이돌의 자필 사과문: 소비하는 팬덤, 소진되는 팬심’ 논문을 쓰면서 그동안 업데이트된 내용을 뒤늦게 공부했는데, 자료 탐색 과정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을 의향은 있었지만 막상 그렇게 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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