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2007년부터 시작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의 최종장
2022-10-05
글 : 오진우 (평론가)

마침내 대단원의 마침표를 찍었다.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은 2007년부터 시작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의 최종장이자 <에반게리온: 서(序)>(2007), <에반게리온: 파>(2009), <에반게리온: Q>(2012)에서 이어진 4부작의 마무리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리메이크나 리부트 이상의 프로젝트가 될 수밖에 없다. 세기말 일본 애니메이션 문화가 압축된 <에반게리온>이 21세기에 어떻게 다시 태어날 것인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도전이자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거대한 상상력과 세계관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일본 오타쿠 문화에 집약된 20세기의 상상력은 오늘날 여전히 유효한가.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은 시대를 대변했던 아이콘의 피날레답게 웅장하고 장엄하다.

미사토가 이끄는 반네르프 조직 ‘빌레’는 코어화로 붉게 물든 파리 구시가지에 머문다. 이들은 ‘유로 네르프 제1호 봉인주’를 이용해 파리를 되찾고자 한다. 복원 작전의 작업 가능시간은 고작 720초. 개(改) 8호기에 탑승한 마리는 네르프의 부사령관 후유츠키 코조가 보낸 양산형 EVA의 공격을 막아내며 시간을 번다. 한편 정처 없이 어딘가를 헤매던 신지, 아스카, 아야나미 레이(가칭) 앞에 토우지가 나타나 ‘제3 마을’로 안내한다. 이곳은 니어 서드 임팩트에서 생존한 사람들이 빌레의 원조로 살아가고 있는 마을이다. 식음을 전폐한 신지와 달리 아야나미 초기 로트는 스스로 삶을 프로그래밍하며 삶을 만끽하지만 어느덧 다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우선 캐릭터의 변화들이 돋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야나미다. 아야나미 시리즈 초기 로트인 그녀는 네르프의 명령 없이 제3 마을에서 스스로 삶을 개척하며 희망을 맞이한다. 한편 신지는 본질적으로 원작의 연장선에 있다. 절망에 빠진 신지가 모종의 사건으로 각성한 뒤 미사토 함장과 아버지 겐도를 포함한 수많은 인물을 마주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은 정석이라 할 만하다. 제45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한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은 개봉 당시 일본에서 5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전체 흥행 수익 100억엔을 돌파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마스터피스와 같은 작품’이라는 극찬부터 ‘안노 히데아키의 사적 창작에 불과하다’는 의견까지, 평가는 엇갈린다. 부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깔아놓은 복선을 대부분 회수한 마무리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끝에서 절망의 리셋이 아닌 희망의 컨티뉴, 그 너머 신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안녕, 모든 에반게리온”이라 적힌 포스터 문구가 작별 인사처럼 느껴질지, 아니면 새로운 만남과 시작으로 다가올지에 따라 작품을 보는 시선과 감상이 바뀔 것이다.

"전 신의 힘마저도 극복하는 인간의 지혜와 의지를 믿습니다." 포스 임팩트에 의한 영혼의 정화를 통해 인류의 진화와 보완을 완수할 것이라는 이카리 사령관에 맞서 미사토 함장은 인간의 의지를 피력한다. 이 대사는 영화의 궁극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CHECK POINT

<에반게리온: 서(序)>(2007)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에서 두개의 인상적인 악수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시리즈의 시작인 <에반게리온: 서(序)>를 호출한다. 신지와 레이는 ‘야시마 작전’에 투입된다. 레이의 도움으로 신지는 가까스로 사도를 물리친다. 신지는 레이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레이의 플러그를 강제 사출시킨다. 신지는 살아 있는 레이를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둘은 두손을 맞잡으며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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