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의 원작 소설 <굿바이, 욘더>의 개정판이 출간됐다. <굿바이, 욘더>의 줄거리는 그리스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아내 에우리디케가 우연히 독사에 물려 죽자, 오르페우스는 괴로워하다 직접 지하 세계로 내려가기로 결심한다. <굿바이, 욘더> 또한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이후를 그리워하는 남자 김홀이 주인공이다. 죽은 아내가 꿈에서라도 잠깐 함께 있어준다면 뭐든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아내가 돌아온다. 정확히 말하면 아내가 죽기 전 아내의 기억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인공지능 아바타가 홀에게 연락한 것이다. 가상현실용 고글을 쓰고 아바타의 세계로 입장하면, 아내와 똑같은 아바타와 대화하고 추억을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이 아바타의 세계 너머에 뭔가 엄청난 세계가 있는 것 같다. 불멸을 향한 인류의 새로운 꿈이 투영된 세계가 있다는 추측 속에, 홀은 진짜 아내를 만나러 미지의 세계 ‘욘더’에 직접 가보기로 결심한다.
출간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 세계에도 익숙한 혹은 생각해볼 만한 미래의 소재들이 여럿 등장한다. 소설 속 세계는 요즘 유행하는 메타버스가 물리적인 세계와 결합한 공간으로, 머리나 신체에 칩을 박아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인류까지 등장했다. 반대로 문명 바깥의 공간을 추구하는 로테크 히피도 있다. 말기 환자들에게 주어지는 브로핀 헬멧은 환자의 취향과 기억을 바탕으로 가상의 영상을 공급하는 기계인데 모르핀마냥 새로운 마약처럼 거래된다. 그런데 이렇게 신체와 가상 체험이 성큼 가까워진 세계라고 해서, 인간의 오랜 난제였던 불멸성의 문제까지 쉽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죽음이 두려워 불멸의 약을 찾은 진시황처럼, 불멸을 위해 인간의 뇌를 통째로 서버에 옮기고 천국 같은 가상의 세계에서 영원을 꿈꾼다고 해서 그 삶이 진정 원하던 삶이라고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으리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억을 남기고 싶은 욕심, 천국이란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이라는 깨달음 같은 주제들이 세심하게 다루어진다.
154쪽
“당신은 그저 네트의 일부일 뿐 당신의 몸이 보장하던 자아의 관념, 그 개체성은 사라진 지 오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