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 <나주에 대하여>
2022-11-15
글 : 이다혜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예민한 마음은 종종 쓸쓸함을 겪는다. 나의 헤아림과 타인의 헤아림이 크기 면에서도 강도 면에서도 일치하지 않는 순간이 너무 잦아서다. <근육의 모양>의 은영은 회사원으로 살다가 직장 상사와의 갈등으로 일을 그만둔 뒤 필라테스 강사가 되었다. 회사 생활을 하던 때 동기 예은은 “마음을 너무 붙이네요, 은영씨는”이라고 말했다. 예은은 서브텍스트가 없는 사람. 있는 그대로 말하고 말하지 않은 것을 알아달라고 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좋았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지금의 은영은 외로워진다. “예은에게서 온 짧은 메시지를 은영은 여러 번 읽었다. 어쩐지 낯선 느낌이 들어 체한 듯 가슴을 쓸어보았다. 그러나 그 문자들 어디에도 힌트는 없었다. 그저 짧은 말들의 나열일 뿐이었다. (중략) 안부에서 대화로 들어가지 못했다.” <근육의 모양>은 필라테스 강사 은영과 수강생 재인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준다. 김화진은 수업 중에 스치는 두 사람 각자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 보인다. 생각이 많은 두 여자가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동안, 몸에 잡혀가는 근육이 마음을 지탱해나간다.

김화진의 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에 실린 이야기들은 ‘작가의 말’을 빌려 표현하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하다보면 아무도 모르는 마음 한구석에는 타인에게 내보이기 못생긴 찌꺼기들이 남는” 상황들을 그려낸다. 여기에는 진심이 있지만, 그 진심은 전달되기 전에 훼손되거나 단절을 겪는다. 표제작 <나주에 대하여>는 사별한 연인의전 여자 친구 나주와 같은 회사를 다니며 나주의 SNS 계정을 늘 살펴보는 김단 시점의 이야기다. 나주는 김단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진짜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김단이 ‘나주에 대하여’ 조근조근 풀어가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기묘한 느낌에 휩싸이게 된다. 여기에는 세상을 떠난 연인으로 인한 지극한 상실감이 있고, 아직 식지 않은 애정이 있다. 그 결과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은 나주가 아닌 ‘김단에 대하여’가 된다. 자기에게 솔직한 사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새 이야기>는 특히 즐겁게 읽었다.

249쪽

알기 어렵고 말하기 어려운 마음. 꺼내서 자세히 보려고 노력하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알 수 없고 할 수 없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