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의 여성들은 어딘가 이상하다. 그들은 종종 사회 윤리 이전에 개인적 안위가 중요하고 돈을 향한 욕망을 애써 부정하지 않으며 불리한 일을 자처한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동명 소설에 기반하지만 인주(김고은), 인경(남지현), 인혜(박지후) 자매가 가난에 맞서 생존하는 방식은 각기 조금씩 뒤틀려 있고, 인주의 직장 동료 화영(추자현)은 원령그룹의 비자금 700억원을 빼돌렸으며, 원령학교의 설립자 원기선 장군의 딸 원상아(엄지원)는 이 무대의 기획자로서 살인도 불사한다. 그리고 정서경 작가는 흠결 있는 여성들을 통해 남성 중심으로 기록됐던 한국 근현대사를 다시 조망한다. 여기에 한국 사회는 그 자체로 호러 장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완벽히 이해하는 김희원 감독의 통솔력, 작품의 지향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시각화한 류성희 미술감독의 감각이 만나면서 <작은 아씨들>은 올해 가장 유려하고 담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창작물이 됐다. 영화계는 물론 드라마계에서도 흔치 않은, 주요 창작자들이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조합이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씨네21> 1385호 ‘올해의 시리즈 결산’에서 시리즈 2위·최고의 감독·최고의 스탭(류성희 미술감독)에 선정된 <작은 아씨들>의 대본집 출간을 기념해 정서경 작가, 김희원 감독, 류성희 미술감독이 오랜만에 정서경 작가의 작업실에 모였다. 함께 점심 식사를 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화는 저녁까지 이어졌다.
* 이어지는 기사에 <작은 아씨들> 대담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