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의 작품 세계에 시청자가 매료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터. 정도윤 작가가 지닌 차별점은 다른 드라마가 다루지 않은 소재를 선점해 이를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는 것이다. 궂은일을 묵묵히 버텨온 인물에게 명쾌한 해결책을 선사하는 방식도 시청자의 만족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2009년 KBS 미니시리즈 극본 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정도윤 작가는 본격적으로 드라마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소재와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오선형 작가와 공동 집필한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선 판타지 사극이란 독특한 화풍을 기반으로 구미호의 모성애와 그보다 못한 인간들의 바닥을 드러내 보였다. <동안미녀>에서는 주인공이 고졸 학력과 신용불량자라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펼쳐 보였다.
<동안미녀> 이후로 2부작 단막극 <엄마의 선택>을 단독 집필하면서 정도윤 작가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선택>은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아들과 피해자 사이에서 엄마가 겪는 딜레마를 다뤘는데, 이같은 논제는 <마녀의 법정>에서 확장된다. 국내 드라마 최초로 여성아동범죄전담부의 이야기를 담은 <마녀의 법정>은 혐오 범죄, 성범죄, 아동 학대 등을 다각도로 다뤄 호평받았다. 같은 해 KBS 연기대상에서 여자최우수상(정려원), 여자조연상(이일화) 등 4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미치지 않고서야>에 이르러 정도윤 작가는 한명전자의 생활가전 사업부로 시선을 돌린다. 드라마 <미생>의 파릇한 신입사원 이야기가 익숙한 이들에게 <미치지 않고서야>는 승진만큼이나 정년퇴직을 갈망하는 팀장급 이상 직장인들의 생존기를 선보인다. 동시대 직장인들과 업무의 기쁨과 슬픔을 공유했던 <미치지 않고서야> 종영 이후, 정도윤 작가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도윤 작가는 “여느 작가님들과 마찬가지로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3월6일, 정도윤 작가가 보내온 답변지를 꼼꼼히 지면으로 옮겼다.
드라마
2021 MBC <미치지 않고서야> 22년차 개발자 최반석과 18년차 인사 담당자 당자영 등 회사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n년차 직장인들의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2017 KBS2 <마녀의 법정> 과감한 수사로 인해 에이스로 인정받던 마이듬 검사가 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에 배치된다. 이후 의사에서 검사로 직종을 바꾼 여진욱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법정 수사극.
2014 SBS <엄마의 선택> 성폭력을 저지른 아들의 죄를 뒤늦게 알게 된 엄마는 딜레마에 빠진다. 희생자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동시에 아들의 죄를 감싸안으려는 엄마의 결심을 그린 작품. 정도윤 작가의 첫 단독 집필 드라마.
2011 KBS2 <동안미녀> 동안외모를 지닌 주인공 소영이 고정관념으로 인한 현실의 벽을 넘어 일과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오선형 작가와 정도윤 작가의 두 번째 공동집필 드라마.
2010 KBS2 <구미호: 여우누이뎐> 반인반수의 구미호를 자식으로 둔 구미호의 모성애를 다룬다. 오선형 작가와 정도윤 작가의 첫 번째 공동집필 드라마.
*이어지는 기사에 <미치지 않고서야> <마녀의 법정> 정도윤 작가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