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파우릭(콜린 패럴)이 콜름(브렌던 글리슨)의 집에 방문하면 둘은 나란히 술집으로 향한다. 습관처럼 굳어진 일상은 “더이상 너와 시간 낭비를 하지 않겠다”는 콜름의 선언으로 무너지고, ‘오후 2시’는 일방적인 무시와 끈질긴 방문의 시간으로 변모한다. “계속 찾아온다면 양털 깎는 가위로 내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콜름의 연이은 선언에도 파우릭은 우정을 갈구하길 멈추지 않는다. 첫 장편 <킬러들의 도시>에서 콜린 패럴, 브렌던 글리슨과 호흡을 맞췄던 마틴 맥도나 감독은 “두 배우의 조합에 어울릴 만한 스토리를 수년간 고민”했고 10여년 후 <이니셰린의 밴시> 시나리오를 완성하며 재회의 장을 마련한다. 마틴 맥도나는 ‘두 남자의 절교’라는 서사에 비극과 블랙코미디를 녹여내며 자신의 연출적 강점을 드러낸 동시에 “삶에 대해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타임스>) 접근법을 구사한다. <이니셰린의 밴시>는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3관왕, 제76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이어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 남우주연·조연상 등 총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쓰리 빌보드>에 이어 또 한번 평단의 호응을 이끌어낸 마틴 맥도나의 네 번째 장편에 관해 살펴보았다.
*이어지는 기사에 마틴 맥도나 감독의 <이니셰린의 밴시> 기획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