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홍콩영화 박스오피스 1위 영화가 탄생했다. 올해 춘절 연휴의 시작인 1월21일 개봉한 오위륜 감독의 데뷔작 <독설변호사>는 홍콩영화 최초로 수익 1억 홍콩달러를 돌파했다. 중국 본토에서도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독설변호사>는 한 여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분투하는 변호사 에드리안(황자화)의 이야기를 담은 법정영화다. 영토가 좁은 홍콩의 국가기관들은 일반적인 빌딩에 자리하고 있는데, 에드리안은 홍콩의 높은 빌딩과 빌딩을 잇는 회랑을 뛰어다니며 법정으로 출근하는 변호사다. 1975년생인 오위륜 감독은 <독설변호사>를 연출하기 전까지 20년간 시나리오 작가로 일했다. 국내에도 개봉한 적 있는 <화룡대결>(2010) <격전>(2013) <마경>(2014) 등 주로 액션 영화 시나리오를 써왔다.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인 <매염방>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드라마 장르를 익혔고, 덕분에 속도감 있는 법정영화에서도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홍콩필름마트가 열리는 기간 내내 전세계에서 온 기자들과 영화계 관계자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했던 오위륜 감독을 관금붕 감독과 약속한 자리에서 우연히 조우했다.
<독설변호사>를 어떻게 구상했나.
이 이야기를 하려면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나는 각본가로서 빌 콩의 제작사 에드코 필름과 5~6년간 일했다. <매염방> 작업이 끝났을 때, 그가 내 영화로 만들고 싶은 스토리가 있는지 물어왔다. 그간 액션 영화 시나리오를 써왔으나 당시 홍콩 영화 산업 상황에서 돈이 많이 드는 액션 장르가 흥행하기 쉽지 않았다. 빌 콩은 액션 영화 말고 적은 예산으로도 촬영 가능한 시나리오를 써보라고 했다. 액션 장르는 아니지만, 액션영화의 호흡을 가진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카본 드럼의 템포를 떠올린 게 영화의 가장 첫 시작점이었다.
시나리오를 직접 썼나.
두 명의 시나리오 작가와 함께 썼다. 한 사람은 완전 신인 작가였고, 한 사람은 경험이 있는 작가다.
언제 촬영했나.
작년 5월말에 촬영을 시작했다. 약 2개월 만에 촬영을 마쳤다. 시나리오 작업은 훨씬 더 길었다. 1년 6개월 동안 시나리오를 썼다.
촬영 과정은 어땠나.
정말 어려웠다. 대사량이 많은 법정 영화라 매일 빨리 촬영해야 했다. 홍콩 법정 안이 너무 좁아서 배우들만 세워놓아도 카메라를 위한 공간도 많지 않았고 조명을 많이 세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매일 빠르게 찍어야했다. 해가 지면 영화를 찍을 수도 없었다.
<독설변호사>를 통해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
옛말에 선한 사람은 보상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이젠 그런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물론 세상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인과응보란 반드시 존재하고, 우리가 다 이해하지 못한 신비한 방식으로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이를 전하고 싶었다.
촬영 당시 많은 관객이 들 거라고 예상했나?
전혀! 주연배우인 황자화가 매우 유명한 배우인 건 맞지만 무대에서 유명한 배우이고, 그의 전작 두 편이 박스오피스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큰 성공을 거둘 줄은 몰랐다.
이 영화를 다른 국가에도 판매 중인가.
미국과 캐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홍콩과 거의 동시에 개봉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개봉하지 않았는데.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했는데 안타깝게도 초청받지 못했다.(웃음)
언제부터 영화감독이 되길 꿈꿨나.
16~17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때 대학에서 영화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영화들이 당신을 영화감독을 꿈꾸게 만들었나.
어린 시절 여동생이 데이비드 린치의 <광란의 사랑>(1990)를 추천해줬는데 그게 인생 영화가 되었다. 그때부터 정말 많은 영화를 봤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와 <시>를 정말 좋아한다. 정말 파워풀한 영화다. 액션과 드라마, SF영화 등 모든 장르의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를 대학에서 배웠나.
맞다. 홍콩 연예예술대학교(The Hong Kong Academy for Performing Arts)에서 배웠다. 2000년에 졸업한 후 각본가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20년간 시나리오를 썼다. 홍콩 영화계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돈을 못 벌거나 적게 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지 않은 사람들만 이 업계에서 버티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적은 돈으로도 견뎌야 했는데, 가족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다행히 가족들이 다른 일을 하라고 떠밀지 않았다.
많은 감독들이 시리즈로 진출하기도 하는데, 시리즈를 연출할 계획도 있나.
없다. 홍콩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영화는 언제나 내 꿈이었다.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꼭 봐야 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길 꿈꿨다.
차기작 계획은?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갱스터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갱스터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한국 영화팬들이 내 영화를 볼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올해만 해도 나도 정말 많은 한국영화를 보았다. 마동석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를 많이 봤는데, 언젠가는 그와 꼭 영화 한편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