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는 마치 전체 스케치를 완성하고 세부적인 컬러링을 시작하는 창작자처럼 작품에 접근한다. “작품이 어떤 말을 하려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메시지가 파악된 뒤에야 비로소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운용될지 계산하는 편이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전쟁으로 변해 가는 인간 군상을 고등학생들을 통해 그려낸다. 아이들이 안쓰럽고 상황이 원망스러운데, 그럼에도 그 세계를 계속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성진고 2소대 소대장으로 배치된 이춘호 중위는 호되게 군사훈련을 진행한다. “괴생명체의 위험성을 처음 알아차린 사람이 춘호다. 자신이 매번 구출할 수 없으니 학생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 것이다.” 드라마 <청춘시대> 시리즈의 종열과 <열두밤>의 현오처럼, 주로 다정한 캐릭터를 맡았던 그와 틈을 내주지 않는 춘호는 쉽게 겹쳐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춘호 역이 내게 온 것 같다. 차갑게 묘사됐을지라도 감독님은 춘호가 작품에서 ‘유일하게 좋은 어른’이라 하셨고, 나의 따뜻한 성정이 잘 어우러지길 바라셨다.”
감정을 숨겨온 춘호가 딱 한번 진심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 “‘너희들은 하나만 명심하면 돼. 무조건 끝까지 살아남는다. 그건 내가 반드시 지켜줄 수 있어.’ 한명 한명 눈을 맞추며 말하는데 아이들이 울더라. 울면 안되는 신인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가끔 ‘선배님, 왜 이렇게 슬픈 눈으로 우릴 쳐다봐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그때마다 내가 춘호를 잘 표현했구나 싶었다.” 실재하지 않는 괴생명체를 상상할 때는 연극과 비슷한 작업이라 여겼다. “허상을 바라보며 연기하는 상황이 연극에서는 비일비재하다. 내 시선으로 괴생물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 재밌고 욕심 났다.” 괴생물체와 맞서는 과정은 술래잡기에 대입했다. “다같이 도망치는 신을 찍을 때 마치 술래를 피해 달아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단체로 촬영한 신이 많아서인지 다른 배우들의 감정이 잘 전이돼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신현수의 SNS 프로필에는 ‘안단테 콘 모토’(andante con moto)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느리게, 그러나 활기차게’라는 뜻이다. 천천히, 전부 느껴가며 성장하고 싶었고, 그렇게 20대의 모든 순간을 잘 누리며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유독 즐겁게 촬영한 <방과 후 전쟁활동>을 기점으로, 이젠 좀더 속도를 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