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해는 이미 중학생 시절부터 웹툰 <방과 후 전쟁활동>의 애독자였다. 1차 오디션 통과 후 치열의 시점에서 다시 웹툰을 정주행했다는 김기해는 치열한 오디션 끝에 김치열 역을 거머쥐었다. 김기해의 전작이 <마녀 Part2. The Other One> 속 토우 4인방 미소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성적, 교우 관계 등 모두 평범 그 자체인 김치열이 쉬이 연상되지 않는다. 1년여에 달한 촬영 기간은 김기해와 치열이 온전히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내게 주지한 것이 치열의 평범함이었다. 누가 봐도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친구. 나 또한 연기하는 내내 ‘나서지 말자’가 신조였다. 촬영 초반엔 치열과 정반대의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ENTP’인 내가 볼 때 치열이는 ‘INFJ’ 였다. 하지만 상반되는 면이 많은 캐릭터다 보니 오히려 내 반대급부를 생각하며 연기해 쉬운 점도 있었다.”
3중대 2소대 기록병 김치열은 엄밀하게 말해 작품의 주인공이다. 치열이 담지하는 시선은 곧 시청자의 시선이다. 사상자가 발생하는 비극 속에 늘 치열이 자리한다. 많은 리액션 컷의 수혜를 누린 김기해는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지기도 했다. “사건마다 리액션 컷이 잡히다 보니 장면별로 매번 다른 리액션을 해야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촬영 초반엔 이 정도 사건이면 이만큼의 감정일 거라 계산하며 촬영에 임했다. 하지만 감독님에게 많이 혼나고 배우면서 나중엔 이런 게 메소드 연기일까 싶을 정도로 몰입해 계획 없이도 다양한 표정이 절로 나왔다.”
김기해는 역할 그대로 학생처럼 촬영 현장에서 많은 걸 학습했다고 소회를 털어놓는다.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법, 배우들과 동선을 맞추는 법, 조명이 잘 받는 위치를 맞추는 법 등 촬영의 기초를 차근차근 배운 현장이었다. 경력도 나이도 비슷한 또래 배우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사회생활도 배울 수 있었다.” 인터뷰 말미 스타일링이랄 게 전혀 없는 치열의 앞머리를 어떻게든 1mm라도 갈라 멋을 내보려 했다던 김기해의 고백 또한 두발 규제 교칙 안에서 남모를 디테일을 추구하려는 영락없는 학생의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