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강덕구 평론가, 연출하고 도발하는 비평
2023-05-04
글 : 김소미
사진 : 최성열

- <월말 김어준>의 ‘56년생 완전 영화인 김홍준, 92년생 조금 영화인 강덕구’, <중앙일보>가 2030 필자들을 내세운 정치 칼럼 ‘나는 고발한다’ 시리즈 등에 참여했다. 책 <밀레니얼의 마음: 2010년대, 그리고 MZ의 탄생>(이하 <밀레니얼의 마음>)까지 나오면서 유독 1990년대생, MZ 평론가라는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는데.

= 비슷한 나이대 평론가들이라면 어디를 가도 대체로 비슷할 거다. 비평이라는 행위에서 자의식은 매우 중요하지 않나. 내 자의식을 이용하고 젊음 역시 이용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작업은 이제 내 첫 책이자 연대기인 <밀레니얼의 마음>으로 완전히 종결지었다. 이 인터뷰에서도 내가 어떻게 표현될지 약간은 걱정스럽다. 매체들이 이제는 개별 평론가의 정체성에 잘 접근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상이론을 전공하고 <오큘로>를 거쳐 블로그를 중심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비평의 주제를 영화 밖으로 확장해가면서 지금은 사회평론가로도 호명되고 있는데, 영화비평에 대한 일종의 불만의 표출이기도 했나.

= 그런 건 아니다.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계기를 설명하긴 어렵고, 다만 영화라는 것이 문화 안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시네토크, GV 같은 것이 요즘 영화평론을 받아들이는 방식의 전부다. 구체적인 토픽을 제기한다는 생각이 안 들고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해설자, 가이드 역할에 가깝다고 본다. 그것도 소중한 역할이지만 내게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된다는 것이 불안했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디어들을 글로 표출하고 싶은데 문화 안에서 영화가 갖고 있는 위치- 영화는 데이트 때 보는 것, 극장이 일종의 중간 기착지가 되는- 가 내게는 치명적인 무언가였다. 솔직히 말해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걸작을 쓰고 싶지 리뷰어로만 남고 싶진 않을 것 아닌가. 그러나 비평가들이 영화의 자리를 재조정하지 않으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 단행본 <밀레니얼의 마음>은 처음 블로그에 초고의 묶음을 PDF로 공개했다. 최초의 기획은 어떤 것이었나.

= 지금의 세대가 언어를 만들려고 할 때 싸울 수밖에 없는 대상들, 부딪히는 대상들이 있다. 그래서 86세대를 향한 내 생각들을 썼다. (그는 <밀레니얼의 마음>에서 86세대와 한국영화의 관계에 있어 허문영 영화평론가(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를 자주 인용했다.) 그리고 자아의 문제. 소비되는 대상으로서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만드는 문제를 꾸준히 다뤘다. 그러다 보니 일정한 주제가 남았고 그렇게 모인 것들을 묶어 블로그에 우선 공개했다.

- 개인 블로그, 비평공유 플랫폼 ‘콜리그’, ‘마테리알’, ‘세마코랄’ 등 대안적 매체와 플랫폼에서 독자적인 활동 경로를 펼치지만, <중앙일보> 칼럼의 경우 일종의 저널리즘 비평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 비평은 이제 어떤 사람들에게는 도통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비평을 할 것인가, 그러려면 최소한 과대망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글을 쓸 때 내 블로그든 큰 매체든 스스로 항상 내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영화사 그리고 한국의 사회사와 어떤 식으로 결부돼 있는지 추동하며 쓰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독개구리처럼 부풀려서 위험한 수준까지 밀어붙이는 방식이 내 것 같다. <중앙일보> 정치 칼럼에서는 굳이 구로사와 기요시의 <큐어> 이야기를 집어넣는 등 내 나름의 ‘밀수’ 작업도 시도했다.

- 글쓰기의 당위와 지향점 등을 고민하며 ‘세마코랄’에 쓴 글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에서 비평 행위의 자아 중심성을 인정하는 한편 자기 표출의 행위가 역설적으로 자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 나에겐 중요한 방법론 중 하나다. 성장영화 중에서 롭 라이너의 <스탠 바이 미>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와도 비슷하다. <스탠 바이 미>는 시네필리아들에게도 중요한 우화라고 생각한다. 성장은 반드시 실패한다. 모험이 끝나면 주인공들은 더 형편없는 상태가 된다. 글쓰기, 영화 보기, 음악 듣기도 그런 면에서 똑같은 것 같다. 그걸 통과한다고 해서 우리가 달라지거나 해방되진 않는다. 결과로서는 실패일 뿐이지만 그래도 모든 순간에 우리가 감행했던 모험들이 분명히 다른 흔적들을 남긴다. 세대론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밀레니얼 세대라는 걸 스스로 아무리 부정해봐도 소용없다. 어떻게든 규정 짓는 말들은 다시 올 거니까. 그러나 최소한, 세대 문제를 이야기할 때 그 안에 쳐진 수많은 괄호들을 보려고 한다.

- ‘콜리그’를 통해 시작한 팟캐스트 <회랑>을 얼마 전 공개했다. <썬더버드>의 이재원 감독과 실험영화 애호가 한대호와 함께 2010년대 각자의 베스트, <사이트 앤드 사운드>의 <잔느 딜망> 선정, 미겔 고미쉬, 두기봉 등 각자의 과소평가/과대평가 리스트에 관해 이야기했다.

= 기존 팟캐스트에서 영화 이야기가 일상을 향한 위로나 감수성 측면에서만 다뤄지는 데서 갑갑함을 느꼈다. 다른 방식의 뭔가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갈증이 있었다. 영화를 완전히 처음 접하는 사람들, 이제 영화를 알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들려주는 영화 교양을 좀더 적극적으로 생산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기획에서 출발했다. 오래된 예시지만 정성일 평론가가 참여한 <FM 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의 시도를 떠올렸다.

- 두 번째 책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이 5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도 사회비평서로 구성했나.

= <밀레니얼의 마음>이 동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에 관한 것이었다면,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은 내가 정말 사랑했던 것들, 혹은 싸우고 싶었던 것들을 토대로 영화, 음악 등 예술비평을 모았다. 글쓰기를 그냥 메모처럼 계속 해오면서 1천 페이지가량 모았는데, 이것들을 정리했다. 사진의 발명기에 다게레오타이프를 두고 특허 경쟁이 있었다고 한다. 거기서 패배한 인물이 있었는데, 자신이 경쟁에서 진 것에 분개해서 특허권을 관장하는 학술원에 자신의 모습을 물에 빠져 죽은 남자로 연출한 사진을 보냈다고 한다. 최초의 연출 사진 혹은 영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단편영화라고 본다. 예술은 결국 도발이고 현실과 완전히 일치해서는 안되는 감각이 있다. 사람들을 계속 찌르고 괴롭혀서 생각을 만들어내는 게임이기도 하다. 하나는 연출, 그리고 또 하나는 도발이라는 의미에서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이란 제목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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