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뼈>는 증강 현실 앱 ‘Mimi’를 주요 소재로 삼는다. 이용자가 특정 위치 좌표에 본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저장하면 다른 이용자들이 해당 위치에서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앱이다. 오에 다카마사 감독은 10년 전부터 Mimi를 구상했다. 10년 전쯤 일본에서 출시됐던 앱 ‘세카이 카메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세카이 카메라는 현실 위에 글자를 보여준다. 이런 기술을 글자가 아닌 사람, 영상에 적용한다면 ‘유령의 가시화’ 같은 영화적인 소재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Mimi에 남겨진 영상 속 인물은 마치 현실에 유령이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영화의 주인공 마미야는 Mimi의 인기 이용자인 아스카를 현실에서 만난 후, Mimi 속 아스카의 흔적을 좇는 인물이다. 즉 <고래의 뼈>의 주제는 ‘가상과 실재의 차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서 출발한 셈이다.
오에 다카마사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의 각본 작업 중 영화의 시간성을 골똘히 고민하게 됐다. “현재의 우리가 100년 전 영화를 보면 그 속의 배우들이 실제로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는 영화 매체를 “사람과 유령이 혼재하는, 실재성과 환영성이 공존하는” 세계로 설명했다. <고래의 뼈>의 목적은 ‘평면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다소 추상적인 계획으로 보이지만, 오에 다카마사 감독의 가치관은 뚜렷했다. 그는 세계를 평면으로 여긴다. “우리는 세상을 입체적으로 지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인간 시신경의 착각에 불과하다. 세계의 원형은 평면에 가까우며 실재든 가상이든, 과거든 현재든 언제든 겹칠 수 있는 각각의 층위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는 현실을 다루는 매체인 영화 역시 평면의 예술임을 강조했다. 영화를 평면적으로 만들기 위한 그의 방법은 독특한 촬영 방식이었다. “인물들이 스마트폰 카메라, 창문 등 하나의 층을 매개로 하여 서로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자주 구현했다.” 특히 현실의 마미야와 가상(Mimi)의 아스카가 만나는 장면에선 “화면의 사각 프레임을 실재와 가상의 경계”로 사용하기도 했다.
<고래의 뼈>는 살인에 관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시작해 호러, 드라마, 판타지의 성격을 모두 거친다. 장르의 관습이나 공식을 변주하는 그의 스타일은 디즈니+ 시리즈 <모두 잊었으니까> <간니발>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음악으로 쳤을 때 전조(轉調, 악곡이 진행되는 도중 음악의 조를 바꾸는 기법)의 방법론을 선호”한다. 이것 역시 현실을 영화에 적절히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다. “우리의 일상에선 나쁜 일과 좋은 일이 하루 사이에, 몇분 사이에 반복된다. 인생엔 한 가지 장르나 고정된 서사만 있지 않다.” 더하여 그는 주인공 마미야의 시점에 맞춰 서사를 진행하고 카메라를 움직이지만, 마미야의 심리를 드러내진 않는다. “이런 방식이 관객에겐 불친절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상에서 사람을 만나더라도 각자의 경험, 성격, 관계에 따라 느끼는 바는 천지 차이다.” 그가 이번 작품을 더욱더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서사, 인물, 설정에 대해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지양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