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키초의 탐정 마리코>는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두 감독의 공동 연출로 완성됐다. 협업의 주인공은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와 <미드나잇 스완>의 우치다 에이지 감독, <실종>과 <간니발>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다. 우치다 에이지는 “프랑스 소설의 방법론에서 영감을 받아서 릴레이 형식의 공동 연출을 구상했다. 처음엔 이토 사이리 배우를 고정 주인공으로 삼고 10명의 감독을 섭외하려 했으나 결국 예전부터 마음이 맞던 가타야마 감독과 둘이 만들게 됐다”라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게 제작된 <가부키초의 탐정 마리코>의 주인공은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 골목 안, ‘칼 몰’의 주인장이자 탐정인 마리코(이토 사이리)다. 그를 중심으로 암살자 자매, 닌자의 후계자, 인간들에게 도망치는 외계인 등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모여 난장을 벌인다.
“서로 이름을 바꿔 찍었어도 아무도 몰랐을 것 같다.” 가타야마 신조가 친근하게 너스레를 떨며 인터뷰의 운을 뗐다. 우치다 에이지와의 작업을 떠올리면서 프로덕션 중 체감한 둘의 공통 분모를 설명한 것이다. 먼저 언급한 공통점은 그들이 사랑을 다루는 태도다. <가부키초의 탐정 마리코> 속 인물들은 모두 사랑으로 인해 슬퍼하고 갈등한다. “일본에 차고 넘치는 이른바 ‘반짝반짝 연애물’을 만들고 싶진 않다. 인물들이 사랑에 난항을 겪거나, 설사 사랑에 성공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상실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우치다 에이지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행복하고, 예쁘고, 밝은 사랑 이야기는 너무 많다. 다만 이런 관계는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판타지의 이면, 사랑의 빛이 닿지 않는 곳의 슬픔과 복잡함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가족에 대한 두 감독의 가치관 역시 유사하다. 가타야마 신조는 전작인 <벼랑 끝의 남매> <실종>을 얘기하며 작금 일본 사회의 가족 체계를 일갈했다. “가족 시스템의 관념적인 붕괴가 일어난 지는 오래됐다. 이것이 구체적인 비극적 사건들로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가부키초를 영화의 배경으로 삼은 이유도 가족에 관한 일본의 세태를 짚으려는 맥락에 있다. “가부키초 지역의 뉴스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가정 폭력, 가족간의 갈등 소식이 쏟아진다. 이곳의 사회·정치적인 지형도가 불안정한 탓”이라는 우치다 에이지의 지적은 “가족의 도덕, 인연, 유대가 가장 먼저 극심하게 무너진 곳이 일본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가부키초의 탐정 마리코>엔 B급 영화 감성의 조악한 외계인 크리처가 등장한다. 영화의 전반적인 톤 앤드 매너 역시 컬트영화에 가까운 황당무계함과 과격한 선정성에 기반한다. 우치다 에이지는 지구에서 배척받는 외계인의 처지에 본인의 경험을 투영했다. “11살에 브라질에서 일본으로 이주했다. 규슈 지역의 보수적인 전통에 시달리면서 늘 ‘여기서 나가고 싶다. 지구는 살 곳이 못 돼!’라고 생각했다.” 우치다 에이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이방인을 소외시키지 않는 관용과 자유가 과거보다 더 희미해진 느낌”이라고 지금의 일본 사회를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