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아이가 어른이 되는 분기점에서, ‘호랑이 소녀’ 아만다 넬 유 감독
2023-07-14
글 : 이자연
사진 : 오계옥

평범한 10대 소녀 자판(자프린 자이리잘)은 어느 새벽, 생리라는 낯선 변화를 맞닥뜨린다. 불편함과 어색함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와중에 자신을 둘러싼 친구들의 따돌림까지 견뎌야 한다. 이차성징을 먼저 경험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판은 자기 안의 또 다른 변화를 감지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여자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기대를 마음껏 무너뜨리는 주인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아만다 넬 유 감독은 <호랑이 소녀>를 통해 여성 청소년의 이차성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차성징은 아이가 어른이 되는 분기점이다. 이차성징 전까지 아이들은 자기 몸을 자유롭게 쓰는데, 이차성징을 통과하는 순간 자의적·타의적으로 자신을 재정의하게 된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고 외적인 아름다움을 강요받으면서 여자아이들은 은연중 자신이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자판은 호랑이처럼 모든 금기를 깨트리려고 한다. 이제 막 신체 변화를 겪는 아이의 시선에서 자신을 수용해나가는 과정을 담아내고자 했다.”

통제적인 어머니와 지나치게 방관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자판은 진실된 이해를 받은 경험이 없다. 생리를 한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에도 엄마의 반응은 “너도 더러워졌네”였다. 갑작스러운 주변인의 냉담과 싸워야만 했던 자판이 호랑이가 되어버린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자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친한 친구 파라(디나 에즈랄)와 마리암(피카)이다. 따돌림을 주도하는 파라와 유일하게 곁을 지켜주는 마리암. 그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파라는 모범생으로서 어른 눈에 드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 파라에게 자판은 무척 자유로워 보인다. 어른들이 정한 사회적 규율을 착실히 따르는 자신과 달리 자판은 그것을 거부하고 저항할 줄 알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판은 파라에게 주체적으로 질문을 건네는 사람이다. ‘너는 과연 호랑이가 될 만큼 용기가 있니?’ 하면서. 반면 마리암의 존재 의미에 대해 아만다 넬 유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마리암은 같이 호랑이가 되기로 결심하진 않지만, 자판의 변화와 삶의 여정을 곁에서 지켜봐주고 받아들여주는 유일한 인물이다. 누구도 제대로 된 관심을 주지 않는 사이 오직 마리암이 그 결핍을 채워준다. 파라와 마리암 그리고 자판, 세 친구는 자기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이 첫 난관에 대해 각기 다른 방법과 태도로 반응한다. 이 모든 과정이 이들만의 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차성징과 변신, 그리고 교우 관계. <호랑이 소녀>를 상징하는 세 키워드를 선택한 아만다 넬 유 감독은 “많은 10대 소녀들이 생리를 시작하면서 사회적 규율에 갇히는 기분을 느끼는데, 자판은 자신이 무엇에 대항해 싸워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가 자판을 통해 배워야 할 태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많은 10대 청소년들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이 아닌 스스로 결정하고 싶은 욕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는 희망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