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씨딩>은 사막 암벽 지형에 세워진 한 여자(케이트 린 셰일)의 작은 집에서 탈출하지 못한 남자(스콧 헤이즈)의 처절한 이야기를 다룬다. 고립된 인간이 대자연과 불가사의한 소년들로부터 어떤 공포감을 느끼는지 느리게 파고든다. 데이비드 보위와의 작업 등 뮤직비디오 연출자로 명성을 쌓아온 바나비 클레이 감독은 좋아하는 아베 고보의 소설 <모래의 여자>와 실제 경험을 토대로 첫 장편 연출작을 완성했다. “소설은 모래 구덩이 속 집에 갇힌 남자와 그 집에 사는 여자의 이야기다. 단일한 공간에서 여러 사건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7년 전 출산을 앞둔 아내와 사막을 갔는데 그곳에서 느낀 인간이라는 존재의 취약함, 원시적인 에너지가 오래도록 잊히질 않았다.”
그간의 뮤직비디오 작업을 통해 영상 연출의 기본기와 노하우를 익히고 사전 준비도 오래 했지만 장편영화 만들기는 만만치 않았다. 미국 유타주 사막에서 이뤄진 3주간의 촬영은 기술적인 어려움을 절감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그는 “압도적인 자연이 가진 공포스러움과 아름다움을 어떻게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을지, 또 어떻게 하면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영화의 기본 구도로 남자의 고립감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로버트 라이젤 촬영감독과 많이 의논했다. 신경 쓸 일이 쏟아지는 신인감독에게 노련한 배우들은 안심을 시켜주었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우선 찍고 결과물을 확인하는 식으로 작업했는데 나날이 퀄리티가 좋아졌다. 배우 스콧 헤이즈, 케이트 린 셰일 모두 그날그날 촬영에서 느낀 분노, 당황스러움, 체념 같은 감정을 자신의 몸에 누적해 카메라 앞에 서준 덕분이다.”
<더 씨딩>이 이교도적 문화와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포크 호러로 나아갈 수 있었던 까닭은 바나비 클레이 감독이 “드넓고 황량한 땅을 배경으로 한 1970년대 호주영화들, 포크 호러의 고전인 <위커 맨>(1973)처럼 환경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한 영화들을 어렸을 때부터 탐닉”하며 공포영화광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남자의 탈출을 막고 여자를 지배하는 암벽 위 존재들을 소년 무리로 설정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영화 속 소년들이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 대왕>에서 왔다고 말한다. “그 작품을 보면 고립된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한 채 자기들끼리 규칙을 만들고 원시적으로 행동하면서 굉장히 잔인해지지 않나. 오로지 생존이 전부인 상황이 되면 누구나 잔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나비 클레이 감독은 <더 씨딩>이 “삶의 순환에 관한 영화”임을 알리기 위해 남자의 파종과 여자의 임신을 병치시켰다. “뿌린 씨앗이 자라는 과정과 인간이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 모두 어떤 순환의 일부이지 않나. 영화에 나오듯 어디선가 사체가 썩어가고 있으면 또 어디선 새 생명이 탄생하고, 결국은 모두 죽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런 하나의 큰 사이클이 나의 오랜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