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뽕짝은 슬픔이다 ‘뽕을 찾아서’, 250 프로듀서
2023-07-14
글 : 이우빈

다큐멘터리 <뽕을 찾아서>는 무려 7년 동안 뽕짝의 의미를 찾아 헤맨 프로듀서 250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3월에 발매한 앨범 《뽕》으로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4관왕을 거머쥐고, 비슷한 시기에 걸그룹 뉴진스의 여러 곡을 만들며 동시대 K팝의 기수로 자리매김한 뮤지션이다. <뽕을 찾아서>에서 그가 보여준 창작에의 집념, 까마득한 고뇌는 비단 음악 만들기뿐 아니라 모든 창작 행위에 영감을 줄 하나의 교보재가 된다.그가 수년의 시간을 들여 찾아낸 뽕의 정수는 “슬픔”이다. 그가 처음 《뽕》 작업을 시작한 것은 “한국에 사는 댄스 가수로서 뽕짝을 다루지 않아선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업에 착수했을 때 되돌아본 뽕짝의 기억이란 “어린 시절 고속도로에서 아버지가 틀었던 음악, 어릴 적 어딜 가나 들려오던 음악”이었다. 그렇게 뽕짝의 감성을 회상하다 보니 “늘 슬픔과 애수에 빠져 있는 아이”였던 자신의 어린 모습까지 복기하게 됐다. “첫 앨범인 《뽕》을 통해 내 감정의 기원, 성장의 과정을 갈무리해야만 다음 작업에 돌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에 그는 <뽕을 찾아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대표 뽕짝 뮤지션인 <몽키매직>의 신바람 이박사, 이박사의 곡을 써온 김수일 작곡가, 신시사이저의 거장인 트로트 가수 나운도 등을 만나게 된다. 또 <아기공룡 둘리>의 주제가를 불렀던 가수 오승원을 수소문해 찾기도 한다. “저세상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요정의 목소리인 것만 같은 오승원의 노래가 내 유년 시절의 슬픔에 방점을 찍었다. 그분에게 《뽕》의 마지막 트랙 <휘날레>를 맡긴 것은 필연적이었다.”

요컨대 그의 창작 동력은 “개인적인 관심”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혹자는 《뽕》과 <뽕을 찾아서>를 두고 뽕짝이란 문화의 방대한 연구이며 거대한 기록이라 칭하지만, 그는 “내가 평소 좋아하던 장르의 혼합, 알기 쉬운 음악을 만드는 일에 집중한 것이지 작업에 거시적인 책무 의식을 지니진 않았다”라고 일축했다. 차기 앨범 《아메리카》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한창 편의점이 생겨나고 있을 때 마운틴듀나 웰치스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보고 느꼈던 미국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구상 중이기 때문이다. <뽕을 찾아서>처럼 《아메리카》의 메이킹 다큐멘터리 <메이드 인 아메리카>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그는 영화를 향한 지고의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뽕》에 수록된 한 트랙의 제목은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와 동명인 <이창>이고, <뽕을 찾아서>에서 그는 임권택의 <서편제>를 언급하기도 한다. “어릴 적 가족들이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 새벽 1~2시가 되면 EBS에서 틀어주던 영화를 보곤 했다. 나 홀로 있던 이색적인 밤들, 그때의 향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더하여 그는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중 한명으로 류이치 사카모토를 꼽으며 영화음악 작업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커리어 정점은 <마지막 황제>다. 나도 언젠가는 호흡이 긴 영화 서사에 음악을 결부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아마 어느 뮤지션이든 이런 욕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사진제공 비스츠앤네이티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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