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 강릉으로 내려간 이마리오 감독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는 전혀 가능하지 않은 감각을 되찾을 수 있는 지역 영화 생태계의 가능성”에 몰두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를 거점으로 동네 학교 선생님들과 명주동 작은정원 언니들을 만난 뒤에는 “언니들의 카메라 옆에서 조용히 동행할 결심이 자연스레 생겼다”. 이마리오 감독은 구태여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그럴듯한 스토리를 꿰지 않고도 언니들이 직접 만든 영화들을 소중히 다룸으로써 <작은정원>의 소박한 감동을 완성한다. 공교롭게도 이마리오 감독은 두편의 정치다큐멘터리 <강정 인터뷰 프로젝트>(2012), <더 블랙>(2018) 이후 배우고 창작하는 노년의 삶을 전파하는 메신저로 자리 잡은 셈이 됐다. 강원미디어콘텐츠협동조합의 의뢰를 받아 평균 연령 76살의 강릉그린실버악단이 23년간 활동한 궤적을 담은 <컬러 오브 브라스>를 완성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며 <작은정원>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니 말이다. 감독은 말한다. “완성 자체가 놀랍고 감사한 작업”이었다고. “나 자신의 노년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품게 하는” 힘을 지닌 <작은정원>의 텃밭은 지금도 또 다른 씨를 품길 기다린다. 노인과 청년, 학생과 선생의 끈끈한 유대를 비옥함의 결정적 비결로 품은 채로.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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