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뮤지션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추천작 7선
2023-07-28
글 : 정재현

한해에 쏟아져 발매되는 음악의 양처럼, 뮤지션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또한 매년 빠지지 않고 세상에 공개된다. 음악도 영화도 그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다. 뮤지션 윤덕원,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이보라 영화평론가, 남지우 대중문화평론가. 음악과 영화의 내외부에서 살아가는 4명의 필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 소재 다큐멘터리를 향한 연서를 <씨네21>에 보내왔다. 이들의 추천작 중엔 OTT에서 바로 관람할 수 있는 작품도, 국내에서 개봉하지 않은 작품도 있다. 각 작품의 제목을 기억해두었다 어느 날 OTT에서, 또 언젠가 영화제에서 추천작들을 발견한다면 반갑게 찾아주길 권한다.

<수퍼 디스코>

해외 페스티벌에 연거푸 초청되면서 모두가 다음 앨범을 기대하고 있는, 유쾌하고 매력 있는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그들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당시 매니저였던 이주호 감독이 영화로 담아냈다. 흥미진진한 일들이 생길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불확실한 상황 속에 걱정과 고민도 만만찮다. 이들의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의 대표 곰사장과 멤버들의 갈등으로 분위기는 무겁다 못해 바닥으로 꺼질 것만 같다. 멤버들은 그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지만 새 앨범의 향방은 알 수 없는데…. 현재 밴드는 휴식기를 갖고 있다. 붕가붕가레코드는 그사이 폐업을 결정했다. 얼마 전 멤버 홍기의 결혼식에 멤버들이 모여 오랜만에 연주했다. 나는 곰사장과 함께 객석에서 춤을 추었다. 이들의 노래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를 바라며. (윤덕원 뮤지션(브로콜리 너마저))

<벨벳 언더그라운드> The Velvet Underground

1960년대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신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와 전위적인 사상으로 무장한 예술가들이 몰려들었다. 비트족 루 리드와 현대음악 팬 존 케일을 주축으로 결성된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당시 이곳 최초, 최고의 로큰롤 밴드였다. 이들은 앤디 워홀 등 수많은 조력자들에 힘입어 소수의 강렬한 추종자들을 낳았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밴드를 시작했다”는 브라이언 이노의 말처럼,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얼터너티브와 아방가르드의 세계를 개척하며 음악 이단아들을 위한 교과서를 편찬했다. 토드 헤인즈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역사를 위해 1960년대 뉴욕 예술계의 르네상스 기록과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초상을 콜라주하듯 분할 영상을 이어 붙여나간다. 요나스 메카스, 조너선 리치먼 등 관찰자의 시점도 흥미롭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초월적 세계를 이해하는 지침서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비욘세의 홈커밍> Homecoming

1964년 미국에 첫발을 디딘 비틀스,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 속 지미 헨드릭스의 미국 국가 연주, 1985년 라이브 에이드 속 퀸, 2007년 프린스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 대중음악의 힘을 역사의 한 페이지에 깊이 새긴 위대한 공연이다. 이 리스트에 추가할 만한 공연이 있다면 2018년 비욘세의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이다. 이 무대가 없었다면 오늘날 코첼라의 위상도 없다. <비욘세의 홈커밍>은 팝스타 비욘세와 무대 아래 흑인 여성 지도자이자 한 가정의 어머니인 비욘세의 삶을 총망라하는 다큐멘터리다. 아프로 아메리칸의 자긍심을 고양하며 투쟁의 현대사에 경의를 표하고, 흑인 여성의 지위를 당당히 선언하는 비욘세의 결심이 눈을 뗄 수 없는 황홀한 퍼포먼스를 통해 결정적 순간을 낳는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리히터: 이니그마> Richter: The Enigma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를 생각하면 그의 과격한 타건이나 폭넓은 레퍼토리 등 독자적인 피아니즘에 관한 사실을 제쳐두고, 브뤼노 몽생종이 담은 노년의 유약한 목소리를 자주 곱씹게 된다. 그에게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다 말하는 것은 부족하다. <리히터: 이니그마>(이하 <이니그마>)에서 몽생종은 리흐테르에게 쉼없이 말을 건다. 리흐테르의 보이스 오버로 그의 오랜 궤적이 중요한 푸티지들과 함께 배열된다. 몽생종의 작업은 늘 귀한 음악사적 사료이기도 한데, <이니그마>의 놀라운 점은 한 사람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서술되고 있음에도 자꾸만 누락된 지점들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수수께끼를 뜻하는 제목처럼, 이 다큐멘터리는 리흐테르 옆에서 리흐테르를 자주 놓친다. 물론 이는 다큐멘터리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이보라 영화평론가)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

2주에 하루 휴식. 하루 14시간 연습을 5년간 계속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멤버 제니는 “K팝을 K팝으로 만드는 건 연습생으로 보내는 시간”이라 분석하면서도 그 시간을 “가혹하다”고 회상한다. 견뎌야 하는 교육의 난이도로 보나 감정의 무게로 보나, K팝은 가혹하고 영화는 그 점을 예찬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저널리즘의 역할이지만, 개별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여 보이는 건 영화의 몫이다. 2020년 공개된 이 영화를 통해 20대 중반 여성이자 세계적인 문화 현상인 블랙핑크의 마음에 다가간다. 2022년 <타임> 선정 올해의 엔터테이너. 2023년 아시아 뮤지션 최초 코첼라 헤드라이너. 그룹 블랙핑크의 역사에도, 인간의 마음에도 유통기한은 없기에, 지금 봐도 호소력 있는 다큐멘터리다. (남지우 대중문화평론가)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세 딸들> Bloody Daughter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딸 스테파니 아르헤리치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엄마(또한 아빠 스티븐 코바체비치)를 담았다. 스테파니는 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한번도 정상에서 내려온 적 없는 유능한 피아니스트의 불안과 침잠을 가까이서 가감 없이 포착한다. 무대 위의 엄마를 회고하며 덧붙이는 말. “내가 가장 사랑한 그녀의 모습은 나에게서 떨어져 있을 때였다.” 전세계를 도느라 집에 붙어 있는 날이 얼마 없는 연주자의 삶은 매력적인 방랑자이기도, 한편 불성실한 식구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엄마의 투어를 따라다녔던 스테파니에게, 아르헤리치의 무대와 그 뒤편의 모습은 익숙한 동시에 놀라운 발견의 현장이다. 양가 감정을 안고 엄마의 여행길에 자신의 보폭을 맞춰보는 스테파니야말로 이 다큐멘터리의 실질적인 주인공인지도 모르겠다. (이보라 영화평론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Buena Vista Social Club

<파리, 텍사스>에서 호흡을 맞춘 감독 빔 벤더스와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의 여정은 세기말 쿠바로 향했다. 로드 무비의 대가와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미지의 소리를 탐구하는 블루스 기타리스트에게 쿠바는 보물의 땅이었다. 1940년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재즈, 단존, 구아지라, 크리올라, 손, 볼레로 등 심장의 고동과 함께 요동치는 흥겨운 음악과 춤의 세계를 만들어가던 음악가들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환영받는 소셜 클럽)의 영광을 잊고 거리의 악사로,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던 이들이 라이 쿠더의 지휘 아래 아프로 쿠반 올스타스를 결성하여 6일 만에 앨범을 녹음하고 공연을 펼치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가슴 벅찬 감동을 전한다. 이들의 음악은 영원히 남아 음악의 깊은 가치와 아름다움을 전한다. 원고를 위해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봤다. 경이에 찬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구르며 박자를 탔다. 아름다웠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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