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의 전설 카림 압둘자바는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한 사람이 팀의 결정적인 구성원이 될 수는 있지만, 한 사람만으로는 팀을 만들 수 없다.” 정말 그렇다. 아무리 대단한 인물이라고 해도 혼자서는 팀을 이루지 못한다. 이 말을 증명하는 팀이 있다. 놀라운 가창력과 창작력을 지녔던 조지 마이클과 그의 동갑내기 친구 앤드루 리즐리가 속했던 영국의 팝 듀오 왬!(Wham!)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왬! 하면 조지 마이클부터 떠올린다. 그럴 만도 하다. 사실상 혼자서 곡을 만들고 노래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팀에서 그의 지분과 분량은 절대적이었다. 물론 옆에서 기타를 연주한 앤드루 리즐리의 귀여운 외모가 소녀 팬들의 유입을 돕긴 했지만 대다수는 조지 마이클이 만든 캐치한 멜로디와 그의 탁월한 목소리에 사로잡혔다. 그렇다고 리즐리의 역할이 없었던 건 아니다.
중학교 동창으로 만난 두 사람은 왬!으로 뭉쳐 1980년대 초중반을 수놓았다. 자국에서는 1982년 데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출세곡 <Young Guns(Go For It!)>로 스타 반열에 올랐고, 2년 뒤인 1984년에는 2집에 실린 <Wake Me Up Before You Go-Go>를 시작으로 미국을 비롯해 세계 시장을 누볐다. 심지어 공산국가였던 중국에서도 공연을 열었다. 1985년 베이징에서 개최한 단독 콘서트로 이들은 중국에서 공연한 최초의 팝 그룹이 됐다. 기세를 몰아 그해 빌보드 핫100 차트의 연말 결산에선 1위와 3위를 포함해 총 4곡을 100위 안에 올렸다. 명실상부한 왬!의 시대였다.
듀오의 활동은 짧고도 굵었다.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두장의 정규 앨범을 낸 게 전부지만, 잊을 수 없는 히트곡을 다수 남겼다.
팀의 명의로 나왔던 조지 마이클의 솔로곡 <Careless Whisper>, 영원한 크리스마스 송가인 <Last Christmas>는 지금도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불멸의 노래다. 뿐만 아니라 <Club Tropicana> <Freedom> <Everything She Wants> 역시 1980년대 팝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정상의 자리에서 아름답게 헤어졌다. 둘의 우정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각자 가고자 하는 길이 달랐기 때문이다. 앤드루 리즐리는 그의 역량이 파트너에 비해 부족하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았다. 이미 2집부터 모든 창작 과정을 양보했던 그는 친구가 솔로 가수로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팀 해산에 동의했다. 이들은 1986년 6월28일 토요일, 7만2천명이 모인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성대한 고별 공연을 열었다. 그 무대의 끝에서 조지 마이클은 앤드루 리즐리를 끌어안고 이렇게 말했다. “네가 없었다면 난 이렇게까지 못했을 거야.”
왬!은 그 시절 인구가 사랑한 청춘이었다. 둘은 찬란하게 빛나는 젊은 날에 진실로 우정을 나눴고, 둘만의 음악으로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이제는 왬!도, 2016년 크리스마스에 세상을 떠난 조지 마이클도 우리 곁에 없지만, 이들의 위대한 유산만은 변함없이 남아 있다. 적어도 매년 연말 <Last Christmas>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 우린 마지막까지 눈부셨던 둘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