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음악부터 스타일까지 그 모든 것, 데이비드 보위에 관하여
2023-07-28
글 :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선구자, 파격, 카멜레온, 재창조, 변신, 페르소나…. 대중음악 역사에서 이런 말을 한번에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은 데이비드 보위 단 한명뿐이다. 1964년 17살에 발표한 데뷔 싱글로 음악계에 발을 들인 그는 2016년 69살로 눈감을 때까지 다채로운 예술 활동을 펼쳤다. 작품 세계가 어찌나 깊고 변화무쌍한지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그 모든 게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다.

오랜 세월 동안 그는 한자리에 머무르는 법이 없었다. 더벅머리 모드족부터 장발에 드레스 차림, 붉은 머리에 화려하게 화장한 외계인 설정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했다. 얼굴에 커다란 번개 문양을 그려 세간에 유행시키는가 하면,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정장에 창백한 얼굴로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나타나 관능미를 뽐냈다. 그는 몇년에 걸쳐 이렇게 캐릭터를 전환하며 연신 비주얼 충격파를 날렸다.

음악 스펙트럼도 남달랐다. 그는 여러 장르를 과감히 오가며 디스코그래피를 꾸렸다. 데뷔 초기 포크와 로큰롤, 바로크 팝부터 글램 록 시기의 하드록, 블루 아이드 솔과 펑크(funk), 1970년대 후반 베를린에서의 전자음악과 아트록, 1980년대 디스코와 뉴웨이브, 1990년대 인더스트리얼과 테크노를 포함한 일렉트로니카, 2000년대 팝 록과 말년의 아방가르드 재즈까지. 과장을 좀 보태면, 그는 록과 팝의 범주에서 할 수 있는 음악은 거의 다 했다. 이처럼 끊임없이 실험을 거듭하며 음악 세계를 확장한 아티스트가 또 있을까.

안주하는 삶은 평생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언젠가 그는 말했다. “음악을 하면서 계속 변화를 거듭하는 건 나를 향한 도전이었어요. 새로운 땅 위에 서 있고 발밑이 살얼음판이라는 걸 느끼는 게 좋아요. 금방이라도 깨져서 익사할 수도 있겠죠.” 설령 살얼음이 깨져 빠지더라도 그 위에 서보는 것. 그게 그의 인생관이었다. “16살 때부터 단단히 마음먹었어요. 누구보다도 위대한 모험을 하겠다고요. 그리고 미지의 바다를 향해 돛을 달았죠. 모든 일에 직접 부딪혔어요. 온갖 경험을 다 했죠. 시야를 넓히고 내가 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그는 음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니컬러스 뢰그 감독의 1976년 영화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에서 외계인으로 분한 그는 특유의 차갑고 미스터리한 이미지를 앞세운 연기로 호평받았다. 이후 <악마의 키스> <전장의 크리스마스> <라비린스>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 경력을 쌓았다. <엘리펀트 맨>으로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 섰고,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도 열었다.

<문에이지 데이드림>은 보위의 유족이 처음으로 제작을 허락한 다큐멘터리영화다. 덕분에 감독 브렛 모겐은 보위가 남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열람하고 사용할 수 있었다. 사실 만만한 작품은 아니다. 다소 난해한 구성 탓에 영화가 끝나도 여전히 그가 알쏭달쏭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가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 공개한 <Lazarus>의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라. 그는 그렇게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까지 예술을 했다. 그게 데이비드 보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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