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머글, 덕후로부터 팬덤 플랫폼의 재미를 배우다
2023-07-27
글 : 이우빈
글 : 조현나

요즘 팬들에겐 왜 팬덤 플랫폼이 중요한가.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떤 연유로 팬덤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 중인지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에 ‘덕질’에 조예가 없는 머글 기자 A, 오래전부터 k팝 마니아로 살며 각종 팬덤 플랫폼을 섭렵 중인 덕후 기자 B의 대화를 재구성해 전한다.

회의가 끝난 <씨네21> 사무실. 기자 B가 기자 A에게 본인의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회의 내용을 재확인한다. 그런데 갑자기 스마트폰에 울리는 알림. “지민이♥님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A 나 아무것도 못 봤어. 답장해 그냥.

B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카리나야.

A 응? 카리나? 설마 그 에스파 카리나? 카리나가 너한테 메시지를 보냈다고?

B 그게 아니라. 너 위버스, 버블 이런 거 안 해봤어?

A 몰라. 진짜 카리나가 메시지를 보내는 거야? 너한테만? 채팅을?

B 아 잠깐, 잠깐 진정해봐. 당연히 진짜 카리나고 이런 걸 팬덤 플랫폼이라고 불러. 채팅 말고도 뭐가 많아. 라이브 방송이나 무대 영상도 다 찾아볼 수 있고, 아티스트들이 올리는 게시글이나 자체 콘텐츠도 많아. 또 요즘엔 여기서 앨범이나 굿즈도 살 수 있고, 콘서트나 각종 오프라인 행사에 응모도 할 수 있어.

A 그렇구나. 유튜브 보고 사진 모으는 정도가 내 덕질의 전부였는데.

B 그런 덕질을 ‘사진첩 덕질’이라고 하지. 그런데 남들이 다 알고 보는 사진과 영상은 희소성이 떨어지잖아. 팬덤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위버스의 유료 디지털코드를 구입하면 DVD보다 좋은 화질로 비공개 영상을 어디서든 볼 수 있어. 집, 회사, 지하철 어디에서든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월드투어 영상을 반복 시청할 수 있단 매력… 거부할 수 없을 거야. 요즘엔 위버스 버전 앨범을 사면 위버스 앱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어. CD나 음악 스트리밍보다 음질이 좋아서 소리에 예민한 팬들에겐 축복이지.

A 거기에서 볼 수 있는 사진, 영상, 게시글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거랑 어떤 차이가 있는 거야? 어차피 다 비슷한 형식 아냐?

B 자네, 그런 말은 위험하다고. 내가 이 사람과 조금 더 친밀해졌다는 감정, 바깥 사람들은 못 보는 내 연예인의 모습을 독과점한다는 기분이 좋은 거지. 그리고 아티스트의 사적인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단 점도 중요해. 엑소의 디오는 버블에서 <엘리멘탈>을 찬양하면서 꼭 봐야 한다고 영업하고 다니는 바람에 <엘리멘탈>의 비공식 앰버서더로 불릴 정도거든.

A 확실히 편한 분위기에서 얘기하나 보네.

B 그치? 아티스트와 내 취향이 같고 얘기가 통할 때 더 친구 같다는 느낌이 들잖아.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라이브 방송을 볼 때였는데, 막 미국 시상식이 끝난 후에 켠 방송이어서 엄청난 얘기를 할 줄 알았거든? 팝스타를 봤다든가 하는. 그런데 <포켓몬스터> 시리즈 주인공이 바뀐다든지 하는 얘기만 한참 동안 하는 거 있지 ㅋㅋㅋ. 또 다른 날에는 <최애의 아이>가 재밌다느니, 다른 애니메이션이 재밌다느니 자기들끼리 토론회를 열더라고. 알다시피 나도 애니메이션 좋아하잖아. 정말 친구들이랑 얘기하는 느낌이 드는 거야. 한편으론 그렇게 마구마구 신나서 본인 관심사를 얘기하는 걸 보니까 아티스트에게도 이런 창구와 팬들의 존재가 의미 있다고 느껴지고… 참 좋았지.

A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기분이 중요한 거구나.

B 맞아. 정말 별일 아닌 이야기들 있잖아. 내가 어제 받은 채팅은 아티스트가 사랑니를 뺐는데 생각보다 안 아파서 갈치조림을 먹었다든가 하는 말이었다니까 ㅋㅋㅋ. 또 아티스트가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에선 공식 방송에서 못 보는 연습실, 숙소의 구석구석을 보는 맛이 있지. 최애 멤버 때문에 방송을 보던 중에 다른 멤버에게 예상치 못하게 입덕하거나 그룹 내의 몰랐던 관계성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아. 결국은 아티스트들과 내 관계 사이에 제3자가 끼어들지 않으니까 그들과의 거리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게 핵심이야.

A 그런데 팬이면, 같이 봐주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 행복하지 않나?

B 틀린 얘기는 아닌데… 양가적인 감정이지. 모두가 내 연예인을 좋아하면야 당연히 좋지 . 우리가 먼저 나서서 대중이나 다른 팬에게 최애를 영업하기도 하고. 그런데 한편으론 너무 유명해져서 모든 사람이 내 최애의 일거수일투족을 아는 것도 은근히 마음이 불편하거든 -_-; 또 애정 없이 콘텐츠를 보고 사실을 왜곡해서 퍼뜨리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팬들만 가입하는 유료 콘텐츠를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야. 단 4500원으로 최애의 굿나이트 인사를 받으며 일상을 치유받는 느낌…. 꼭 느껴보길^^

A 설득되는데. 혹시 위버스, 버블 말고 다른 플랫폼도 있어?

B 포토카드(손바닥 크기의 사진 굿즈)가 뭔지는 알지? 이 포토카드가 앨범이나 행사에서 공식 굿즈로 지급되기도 하고, 팬덤 사이에선 일종의 유사 화폐처럼 거래되거든. 그래서 전세계의 포토카드를 취급하는 거래 플랫폼인 ‘포카마켓’이 성행 중이기도 해. 원래는 온라인 중고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졌는데 포카 교환은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정말 많이 한단 말이야. 여러 개를 살 경제력이 안되니까. 나도 한번 포카 양도하러 가봤는데 초등학생 친구들이 손잡고 오더라고 ㅋㅋ. 아무튼 10대 팬들의 안전한 덕질을 위해서라도 이런 플랫폼이 필요하지.

A 유사 화폐라니 너무 웃기네 ㅋㅋㅋ. 네 최애는 누군데? 어디에서 누굴 주로 봐?

B 지금 생각나는 건 방탄소년단, 에스파, 조유리, 스테이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뉴진스, 르세라핌, 트리플에스, 세븐틴, 박보영, 신예은….

A 아 그래… 그런데 배우들도 이런 플랫폼에 있어?

B 당연하지. 자고 일어나면 200개씩 쌓여 있는 신예은 배우의 채팅을 정주행하는 게 요즘 내 일과의 시작이라고. 매일매일 식단이 뭔지, 밤에 초콜릿을 몇개 먹었는지까지 알려준다니까. 연예인이 마냥 먼 존재가 아니라 나 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낄 때 오히려 그들이 더 좋아지는 거지.

A 나 샤이니 좋아하거든? 근데 방금 버블 깔아봤더니 샤이니가 안 보여 ㅠㅠ.

B 아하, 버블은 소속사, 직업별로 앱이 따로 있어서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는 ‘리슨’을 깔아야 해. 아직 가르쳐줄 게 산더미네. 기대해.

사진제공 위버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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