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사운드 조형에 있어 두드러지는 특징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강조해온 ‘마’(間)에 있다. 이번 신작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여과되지 않은 정수 혹은 염원이 만개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감독의 자전적 내용을 풀어 썼다는 것보다 침묵에 개의치 않는다는 점에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진정 미야자키 하야오답다. 전쟁 중에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의 동생인 새어머니 밑에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소년이 신비로운 탑 주위를 배회한다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서사적 동력이 없는 내러티브이기에 음악으로나마 극적인 동요를 추구할 법한데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중반부까지 음악은 물론, 바람 소리 같은 배경음까지 최소화하며 면밀한 접근을 보인다. 감독은 2002년에 미국 평론가 로저 이버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비어 있는 상태는 의도적으로 거기에 있는 것”이라고 그 필연성을 설명했다. “침묵을 두려워하면 끊임없이 종이를 덧대게 된다. 관객이 지루해할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숨 쉴 틈 없이 강도를 높인다고 해서 집중도를 발휘하리란 보장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감정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소년의 삶으로 천천히 날아오는 왜가리의 날갯짓과 발걸음에서 죽음의 소리를 듣는다. 전쟁하는 세계의 악의에 짓눌린 소년이 자기 머리를 짓이겨 피를 흘릴 때, 신음도 내지 못하는 그 무거운 고통에 기꺼이 전염된다.
충분히 인내한 후 틈입하기 시작하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슬픈 망상의 세계에 서서히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수작업으로 렌더링된 수백만개의 프레임에 율동감을 부여하는 히사이시 조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시작으로 11번째 협업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미야자키 하야오가 주목받은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 함께했다. <아시타카의 전설>(<모노노케 히메>)이 대표하는 바, 그는 수려한 사운드를 점차 장엄하게 불려가는 크레셴도의 음악으로 애니메이션의 감흥을 극대화하는 작곡가다. <인생의 회전목마>(<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왈츠를, <One Summer’s Day>(<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뉴에이지를 재해석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에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느낌, 쓸쓸한 서정도 각별히 불어넣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이르러 히사이시 조는 후반부에서 주술적이고 장엄한 저승 세계의 스코어를 불러낸다.
한편 가장 주목받는 음악은 따로 있다. 2018년 발표한 싱글 《레몬》을 기점으로 빌보드 재팬 톱 아티스트 1위에 오르며 전성기를 맞이한 91년생의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겐시의 주제가 <지구본>이다. <지구본>은 요네즈 겐시가 작품의 콘티를 보면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와 직접 머리를 맞대고 4년 동안 고민한 결과물로, 스코틀랜드 민요에 기반해 피아노와 드럼, 코러스로 단순한 구성을 추구했다. 작업 마지막 무렵에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례식에서 영감을 얻어 백파이프를 추가했고 공동 편곡한 반도 유타의 어머니가 쓰던 오래된 피아노로 녹음해 페달을 밟는 삐걱이는 소리가 그대로 녹음되었다.
여기에 더해, 마히토는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떠올리며 쓴 가사가 결정적이다. 목소리는 “계절 속에서 엇갈리며 때로는 남에게 상처를 주면서 빛에 닿고 그림자는 길어지고 하늘은 더욱 멀어져”라고 상심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어서 “바람을 맞으며 달려 잔해 더미를 넘어”, “비를 맞으며 노래”하고, “비밀을 잊지 않도록”, “한 조각 움켜쥐고”, “작은 나의 올바른 소망”을 품는다. 말하자면 <지구본>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마지막까지 생각하고 그려나가는 영원한 이상이자 지금 발 디딘 세계다. 요네즈 겐시의 인터뷰에 따르면 데모곡을 처음 전달한 날 미야자키 하야오는 가사가 적힌 종이를 손에 쥐고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