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지브리는 여전히 움직이는 중’, 스튜디오 지브리의 변화, <바람이 분다> 이후 해체부터 TV 산하로 들어간 지금
2023-11-03
글 : 김소미

2014년 8월, 지브리 주주총회에서 제작팀 해산이 발표됐다. 수차례의 은퇴 번복 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바람이 분다>를 끝으로 (당시로서는) 마지막 은퇴 선언을 하면서 스튜디오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가구야공주 이야기>가 흥행에 실패하고 <추억의 마니>가 극장에 걸린 때였다. 경영난에 봉착한 지브리는 추후 신작 착수가 가능해짐에 따라 계약직 스탭을 채용하고, 대규모 정규직 제작팀은 해체해 재정적 부담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스튜디오 생명 연장의 꿈을 지속한다. 개봉작 기준으로는 <추억의 마니>가 제작팀 해산 전 마지막 작품이 된 셈이다. 이듬해 독립한 니시무라 요시아키 프로듀서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스튜디오 포녹을 세우고 지브리 출신 인력들이 대거 합류해 <메리와 마녀의 꽃>을 발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담당했던 안도 마사시는 코믹스 웨이브 필름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의 작화감독으로 합류하는 등 미야자키 하야오의 엄격한 관리 감독하에 있던 주요 인력들이 지브리 바깥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지브리의 영향은 파편화되어 부상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소리 없이 녹아들었다.

2023년 9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향한 기대가 고점에 달할 무렵 미디어 회사인 니혼TV 홀딩스가 스튜디오 지브리를 자회사로 인수했다. 니혼TV는 1985년 방송사 최초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방영했고, 이후 <마녀배달부 키키> 등의 작품 제작과 2001년 도쿄 서부에 생긴 지브리 박물관 개관에 출자하면서 인연을 맺어왔다. 10월6일 발표에 따르면 니혼TV가 지브리 지분의 42.3%를 소유하고 니혼TV의 수석 운영 책임자이자 이사회 이사인 후쿠다 히로유키가 실질적인 경영을 하게 된다. 82살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명예회장을, 스튜디오 지브리의 현 사장인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는 회장직을 맡는다. 스즈키 도시오는 이번 결정을 두고 “인수가의 문제가 아닌 작품 제작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위시하여 성사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 역시 “혼자서 짊어지기에는 너무 벅차다”라고 후계자가 되기를 거부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매각은 시대의 변화를 절감하게 한다. 1985년 도쿠마 쇼텐의 투자를 받아 인수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톱 크래프트 스튜디오가 지금의 스튜디오 지브리가 되었고(지브리의 공식적인 첫 작품은 <천공의 성 라퓨타>다), 2005년 미야자키 하야오가 도쿠마 쇼텐으로부터 완전 독립한 뒤 같은 해 9월 제6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지 18년 만이다. 새로운 모회사의 우산 속에 들어간 지금, 스튜디오 지브리의 생명력은 전과 같지 않지만 달리 보면 스튜디오 지브리 1기라 할 수 있는 시작점과 비슷한 상태에 다시 놓였다.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

※ 티켓은 일시 지정 예약제,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ghibli-museum.jp

사진제공 © Museo d'Arte Ghib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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