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나까’ 메샬 알 자세르 감독 배우 아드와 바데르, 넷플릭스에 상륙한 사우디영화의 현재
2023-12-21
글 : 남선우

아버지 시야에서 멀어져 애인의 차에 올라타면 히잡은 불필요해진다. 사라(아드와 바데르)는 밤 10시 통금을 어길 배짱은 없지만 집 밖에서 누구보다 담대해지는 사우디 여성. 그렇게 달콤 살벌한 데이트를 즐기며 사막 한복판을 달리던 사라에게 기이한 광경이 잇따른다. 화근은 아무래도 낙타인 것만 같다. 아랍어로 암낙타를 일컫는 <나까>는 2020년 단편 <아라비안 에일리언>으로 선댄스영화제의 부름을 받은 메샬 알 자세르 감독의 첫 장편이다. 사라를 연기한 배우 아드와 바데르 또한 이 작품으로 데뷔의 순간을 맞았다. 넷플릭스를 통한 190여 개국 공개를 나흘 앞두고, 지금 사우디영화계의 가장 신선한 재능이 토론토국제영화제를 거쳐 제다에 당도했다.

메샬 알 자세르, 아드와 바데르 (왼쪽부터)

- <나까>는 어떻게 출발한 영화인가.

메샬 알 자세르 언제나 사우디의 데이팅 서브컬처를 다뤄보고 싶었다. 더불어 낙타에 관한 이야기도 자주 들어왔는데, 주로 어둡고 뒤틀린 내용에 끌렸다. 낙타는 앙심을 잘 품기로 알려진 데다 온순하던 동물이 사나워진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서 로맨틱하게 출발해 악몽으로 변하는 영화를 구상했다.

아드와 바데르 나는 모델로 시작해 많은 광고를 찍었고, 2014년에 메샬을 만나 단편 작업을 했다. 그러다 2020년 메샬이 내게 <나까>의 대본을 건네며 출연해달라고 부탁했다. 오디션 없이 첫 장편의 주연을 맡는 게 두려웠는데, 메샬이 아주 쉽게 작업에 돌입했다. (웃음)

- 카리스마 넘치던 사라가 낙타와의 조우로 감정 변화를 겪는다.

아드와 바데르 사라가 처한 환경이 그녀에게 더 많은 표현을 강요해왔다고 생각한다. 낙타는 그녀가 언젠가 표출하고 해결해야 할 억압된 부분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나는 사라의 회복탄력성과 강인함을 좋아하는데, 메샬이 내게서 그런 면을 보았기에 캐릭터와 교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사라는 평행세계에서 온 여동생처럼 느껴진다.

- 삼성 충전기를 찾는 대사가 연발돼 한국 관객도 반가워할 것 같다. 그런데 웃음을 유발하는 또 하나의 장면에서 반복되는 혀 차는 소리가 한국에서의 의미와 다른 듯하더라.

메샬 알 자세르 사우디에서 쯧쯧 소리는 예스, 노 모두를 뜻할 수 있다. 한국에서처럼 유감을 표하는 의미도 된다. 그래서 그 장면이 복잡하게 재밌어지는 것이다. (웃음) 내가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만큼 여러분도 내 영화를 사랑해주길 바란다.

아드와 바데르 한국에서도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니 감사하다. 한국어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