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제작사·원작·팬덤은 동반 성장 중이다’, 이재하 레드독컬처하우스 부사장
2024-01-05
글 : 김경수 (객원기자)
사진 : 백종헌

레드독컬처하우스는 한국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러브, 데스+로봇> 시즌1의 에피소드 <굿 헌팅>으로 세계애니메이션 팬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어서 최근 애니메이션 플랫폼 라프텔과 컬래버레이션해 제작한 <그 여름>(2023)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전망이 어둡다는 소문이 기우라는 듯이 레드독컬처하우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레드독컬처하우스의 꿈은 한국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우뚝 서는 것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하되 웹소설과 웹툰, 게임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대한민국 최애 서브컬처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이다. 이재하 레드독컬처하우스 부사장에게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와 그 안에서 레드독컬처하우스의 생존 전략과 꿈을 청해 들었다.

- 홈페이지의 “대한민국 최애 서브컬처 브랜드”라는 소개가 인상적이다. 더 자세하게 듣고 싶다. 왜 최고나 최대가 아니라 최애라는 단어를 쓴 것인지, 궁금하다. 서브컬처를 어떠한 맥락에서 쓴 것인지 궁금하다.

= 우리 회사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시작했다. 나중에서야 웹소설과 웹툰, 게임 등 여러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나갔다. 이에 따라서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를 한번에 아우를 수 있는 서브컬처라는 개념으로 회사를 소개하게 됐다. 이때 우리가 정의하는 서브컬처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쓰이는 의미에 기반한다.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마니아 문화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듯하다. 최애라는 단어를 쓴 것도 우리가 서브컬처를 중시하는 콘텐츠 제작사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사가 되기보다 마니아가 사랑하는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가 되고 싶다. 그러한 작품이 하나씩 모이면 어느 순간 가장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되리라 생각한다.

- 레드독컬처하우스는 애니메이션이 중심이지만 웹소설, 웹툰, 게임 등 콘텐츠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올라운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여러 장르의 콘텐츠를 다루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처음부터 웹소설과 웹툰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회사 자체의 IP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쪽이 회사의 미래를 생각할 때 더 나은 수익모델이라고 생각해 사업을 확장했다. 우선 웹소설과 웹툰으로 양질의 IP를 확보한 다음, 이를 기반으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게 목적이다. 결국 IP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야 그 IP가 널리 알려져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귀멸의 칼날>이라든지 <스파이 패밀리> <최애의 아이> 등은 이미 만화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뒤에야 그 IP가 널리 알려진 경우다. 애니메이션이 먼저 흥행해야 웹소설과 웹툰의 인기도 함께 오른다. 또한 굿즈나 팝업스토어로 부가 수익이 생기기도 한다.

- 레드독컬처하우스의 개성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 레드독컬처하우스의 개성은 틀에 갇히지 않고 계속 영역을 확장한다. 우리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하나의 스타일만 고집하지 않는다.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애니메이션, 북미 스타일의 카툰 애니메이션,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한국풍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그려낼 수 있다. 아동용 애니메이션부터 성인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도 우리 회사의 확장성을 잘 드러낸다. 누구나 알 만한 플랫폼이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게임사 등으로부터 수많은 러브콜을 받는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다.

-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을 이끄는 회사 중 하나로 산업 전반에 대한 진단이 궁금하다.

=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한해 한해가 더 기대되는 상황이다. 세 가지 이유로 이를 설명하고 싶다. 첫 번째는 제작사의 성장이다. 우리를 포함해 실력 있는 여러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의 주목을 받는 중이다. 두 번째는 원작의 성장이다. 한국의 양질의 IP가 늘자 국내외에서 이를 애니화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세 번째는 애니메이션 팬덤의 성장이다. 애니메이션 플랫폼 라프텔이 성장세를 보이고, 넷플릭스 등 OTT의 한국 지역 인기 순위에서 다수의 애니메이션이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이 마니아만 보는 콘텐츠가 아니라 대중적인 콘텐츠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이유가 맞물려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생각한다.

- 사양산업에 가까운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버티려면 나름의 생존 전략이 있어야 할 텐데 레드독컬처하우스만의 생존 전략은 뭔가.

= 외주 제작과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제작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외주 제작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제작 과정에서 여러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고 실력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외주 제작을 해야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고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수입이 안정되면 웹소설이나 웹툰 IP를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데 투자한다. 그러다 언젠가는 한국의 애니메이션 팬이 N회차 관람할 수 있는 장편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꿈을 이루고 싶다.

-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넥스트 제너레이션이 부재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망주 발굴을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나.

= 초창기부터 유망한 애니메이터를 회사로 영입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대표님이 직접 인터넷을 검색해 애니메이터를 발굴하고 그 애니메이터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한 다음 섭외하는 방식이었다. 그들이 입사한 뒤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며 애니메이션 산업에 남을 수 있도록 근무 조건과 복지에도 계속 신경 쓰고 있다. 이외에도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대학생의 졸업 작품, 독립 애니메이션에 제작비를 지원하는 등 애니메이터가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여러 방식으로 힘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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