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다 쭉쭉 치고 나가는 속도감, 매력을 넘어 마력을 보여주는 두 배우의 짐승 같은 연기, 결국 누구든 내 것이라고 느낄 만한 이야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박하경 여행기>를 연출한 이종필 감독이 강조한 바에 따르면 <탈주>는 “심플하게 재밌는 영화”다. 남한으로 탈주를 시도하는 북한군 중사 규남(이제훈)과 그를 쫓는 북한군 장교 현상(구교환)의 하루간의 집요한 추격을 담았으며 <수리남> <리바운드> 등을 쓴 권성휘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이종필 감독은 “아프리카 청년 둘이 비행기 바퀴에 몸을 묶어 필사적으로 영국 밀입국을 시도했다는 해외 토픽을 읽고 그렇게까지 하는 젊은이들의 심정이 뭘지” 골몰하던 시기에 <탈주> 책을 받고 마음이 동했다. “친구가 미래 없는 회사를 이젠 그만둬야 할 것 같다며 우는 모습을 보던 중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연출 의사에 확신이 섰다. “북한에서 벗어나 보편적으로, 도저히 여기 있을 수 없는 사람이 자기 길을 개척해나가는 이야기로 풀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각색 과정에서 남북 이데올로기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탈주>는 “저 너머 남한의 밝은 조명에서 언뜻 희망을 본 규남이 시작부터 그 빛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로 한층 날렵해졌다.
오로지 북한에서만 내용이 전개된다는 점이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싶지만 “오히려 낯설게 하기가 가능해 좋았다”고 이종필 감독은 말한다. 특정 시대나 정치적 환경, 사회적 사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악몽 속에 들어온 듯한 컨셉”으로 다양하게 시도했다. “여러 시대의 북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사실에서 조금씩 빗겨가는 식으로 작업했다. 그래야 새로울 것 같았다.” 여기에 달파란 음악감독의 전형을 벗어난 앰비언트 뮤직과 김성안 촬영감독의 장소를 지워버리는 영화적인 촬영, “언제 치고 빠지는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액션 신이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드넓은 비무장지대를 종횡무진하는 배우들의 합 역시 강력한 기대 요소다. 이제훈이 “직진하는 성격, 재규어 같은 얼굴에 호랑이 눈을 가진” 규남을, 구교환이 “냉소와 유머를 다 가진” 현상을 연기한다. 이종필 감독은 “붙었다가 떨어지며 온도 차가 극명한 연기를 펼치는 두 배우를 보는 즐거움이 확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화란>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신예 홍사빈이 먼저 탈주를 시도해 규남의 계획을 꼬는 말단 병사이자 “친구 같고 동생 같은 포지션”의 동혁 역을 맡아 팽팽한 삼각 구도를 만든다. 현재 이종필 감독은 <탈주>가 “어느 순간 모두가 공감하며 빠져들길” 바라며 막바지 CG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솔직히 별로인 내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인간의 공통된 마음을 건드리고 싶었다. 쥐어짜지 않아도 참눈물이 흐르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탈주>의 이 장면
“영화 후반부에 규남이 어둠 속에서 해가 막 뜨기 시작할 때 비무장지대를 뛰어가는 장면이 있다. 한 인간이 목표한 어딘가를 향해 계속 전력 질주하는 모습과 그가 내뱉는 지친 숨소리가 생생히 담겼다. 찍으면서 이건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 있으면 내가 나로서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것이다.”
제작 더 램프 / 감독 이종필 / 출연 이제훈, 구교환, 홍사빈 / 투자·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개봉 202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