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어둡고 어지럽고 사랑스러운, <대도시의 사랑법> 이언희 감독
2024-01-12
글 : 이우빈
사진 : 오계옥

이언희 감독이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중 <재희>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것은 “청춘 시절을 까먹기 전에 청춘의 혼란스러움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단 마음” 때문이었다. 첫 장편 <...ing>에선 고등학생 민아(임수정)의 사랑을, <어깨너머의 연인>에선 결혼 시기에 접어든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 후 <미씽: 사라진 여자> <탐정: 리턴즈>를 연출하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단 주위의 반응”을 느꼈던 이언희 감독에게 마침 “내가 정말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던 20대의 순간” <재희>가 찾아온 것이다.

<재희>는 20살에 만나 33살까지 우정을 이어가는 재희(김고은)와 흥수(노상현)의 이야기다. 남들 눈치 안 보고 자유로이 사랑하고 살아가는 재희, 본인의 태생적 비밀 탓에 세상을 다소 등진 흥수가 묘한 동거를 이어가고 진정한 친우의 관계를 쌓아가며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언희 감독은 늘 “두 사람이 각자의 삶을 꾸려가되 어떤 관계 안에서 삶을 완성”하는 서사를 다루려 하고 있다. 특히 <대도시의 사랑법>은 사랑이란 관계에만 국한하지 않고 그외 우정, 가족 등 다양한 관계가 엮이며 각 인물의 복합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자신의 청춘을 반추하며 만든 <대도시의 사랑법>이지만, 이언희 감독의 실제 20대는 재희와 흥수 같진 않았다. 그는 둘이야 “외모도 훌륭하고 정말 잘 노는 친구들”이지만 “난 되게 못 놀고 어두웠다”라고 웃으며 “항상 본인을 의심하고 부정한 시기”였던 청춘의 아쉬움을 재희와 흥수의 이야기로 극복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인적 경험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20대 때 겪는 내면의 어지러움과 보편적인 정서는 비슷”하다 생각했다. 관객 중에서도 20대를 겪는 이들에겐 주인공들과의 직접적인 공감을, 그 시절을 지나온 이들에겐 “그 시기를 통해 지금의 내가 어떻게 되어왔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언희 감독은 원작 소설에 표현된 재희의 모습을 “정말 좋아했기에 영화에선 재희의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려 노력”했다. 원작 소설처럼 대체로 흥수의 시점이 이야기를 끌고 가되 “재희가 주체적으로 느끼는 감정과 시선”을 더 적극적으로 공존시키려 한 것이다. 이로써 영화 속 재희는 세상과 끊임없이 싸우며 아파하면서도 세상과 자신, 우정을 끌어안는 인물이 될 수 있었다. “재희 같은 유형의 사람과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다던 사람들도 영화를 보고 나니 재희를 잘 이해하게 되고 친해지고 싶단 마음이 든다더라”는 피드백이 현재 이언희 감독이 느끼는 가장 좋은 반응이기도 하다.

<대도시의 사랑법>의 이 장면

“흥수가 군대에서 전역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재희가 흥수의 뒷모습을 보고 달려와서 집으로 함께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뚜렷한 에피소드가 있는 게 아니고 몽타주 장면 중 한 부분이었음에도 가장 찡했고 배우 둘의 연기가 진짜 같았다. 이 영화를 찍기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 장면이다.”

제작 쇼박스, 고래와 유기농 / 감독 이언희 / 출연 김고은, 노상현 / 공동제작·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개봉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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