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새로운 시도의 비밀, <외계+인> 2부 류준열
2024-01-18
글 : 임수연

류준열이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는 이미 원톱 영화 <돈>을 성공시키고 주연작 <봉오동 전투>를 여름 성수기에 개봉시킬 수 있는 배우였다. 류준열이 <외계+인>에 합류한 것은 한창 기세가 좋던 배우의 입지에 ‘쐐기’를 박는 것과 같은 사건이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익숙함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던 최동훈 감독의 프로젝트에 동참할 차세대 배우로서 그가 호명됐다는 점일 것이다. <외계+인> 2부는 탈옥한 외계인 죄수 설계자가 촉발한 지구의 위기를 막기 위해 고려와 현대를 오갔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영화다. 외계인과 로봇과 신선,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 사이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무륵은 보통의 인간이 가장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다.

- 2020년 3월 <외계+인>이 크랭크인했다. 4년 만에 완전판 <외계+인>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 다른 이야기 두편이 시리즈로 나오는 게 아니라 한 이야기를 두개로 쪼개서 나오는 거 아닌가. 솔직히 1, 2부를 함께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외계+인> 1부를 개봉하고 1년 반 후 2부를 공개해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쁘기도 하고 시원섭섭하기도 하다.

- <외계+인>은 철저한 보안 때문에 극소수 관계자만이 시나리오를 읽은 것으로 유명했다. 당시 배우로서 매력으로 느낀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 루프 설정과 시간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구조가 신선했다. 우리는 유한한 세계를 살고 있고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지 않나. 물리적인 시간이 쌓였을 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특히 와닿았다.

- 1부와 2부를 동시 촬영한다는 특수성이 연기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던가. 가령 1부에 해당하는 신을 연기할 때 관객이 2부의 반전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며 계산한다거나, 복선이 될 만한 장치를 심어둔다거나.

= 독립적인 작품이라면 그런 계산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외계+인> 1, 2부가 하나의 영화라고 생각하며 거의 순서대로 촬영했다. 다만 인물들의 관계는 고려했다. 무륵과 이안(김태리), 무륵과 우왕(신정근)·좌왕(이시훈)의 추후 관계를 생각하며 감정의 높낮이를 조절했다.

- 최동훈 감독은 캐릭터 각자 도맡은 역할이 확실한 영화를 만들어왔다. 무륵은 전형적인 멋있는 남자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신은 우왕과 좌왕 사이에 섞여 있어도 위화감이 없어 보이다가도 핵심적인 서사를 담당한다. 무륵이 이 캐릭터에서 기능하는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 하늘에서 뚝 떨어진 재능 덕분에 얼치기 도사 노릇을 했던 친구다. 그 능력이 사라지면서 재능과 노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재능일까, 노력 덕분일까? 재능이 없어졌을 때 나의 존재 의의는 무엇일까? 노력과 재능은 많은 사람들이 아직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한 주제다 보니 관객이 이입할 만한 요소가 많은 캐릭터다. 결국 원래갖고 있던 재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해서 사건을 해결해낸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 배우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재능을 타고난 것과 노력이 필요한 부류 중 어느 쪽이라고 생각했나.

= 원래는 재능이 없는 것이 콤플렉스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연기가 툭툭 될 때는 “내가 재능이 있었나?”라고 생각했다. (웃음) 그러다가도 아무리 해도 연기가 잘 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면 내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나는 재능이 없는 배우 같다. 그래서 타고난 사람들이 부럽다.

- 이안과 흑설(염정아), 청운(조우진)은 고려에서 현대로 넘어온 뒤 드라마틱한 상황에 처해 다양한 리액션을 보여주지 않나. 이에 비해 무륵은 여러 해프닝에서 배제되어 있다.

= 무륵은 신검쟁탈전의 일원으로서 마지막 떡밥을 회수하기 위해 달리는 인물이다. 그런데 최동훈 감독님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빠질 때 빠지게끔 조율해서 자칫 시선이 분산되지 않도록 연출하는 분이다. 무륵은 중간의 큰 해프닝에서 배제된 대신 내면의 딜레마를 겪는다.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이르기 전까지 그 심리를 잘 표현하려고 했다.

- 충무로 차세대 배우라든지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많이 언급되지 않나. 이 말은 바로 당신의 행보가 곧 충무로의 미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어떤 길을 걷고 싶나.

= 최동훈 감독님이 걸었던 길에 가까울 것 같다. 감독님은 데뷔 때부터 다른 이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영화를 끊임없이 만들었다. 주인공이 5명인 영화, 주인공이 10명인 영화 등 새로운 도전을 계속했고 <외계+인> 또한 그런 작품이다. 기존의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세대교체의 의미가 생길 것이다. 작품은 물론 연기도 기존에 없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 책임감을 느낀다.

-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익숙함을 너무 벗어났을 때 대중이 느낄 위화감을 감안해 적당히 타협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나.

= 새로운 것을 잘하면 된다. 기대한 바를 충족시키는 영화도 좋지만 아무런 정보 없이 본 영화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달랐을 때 만족도가 높지 않나. 그런 작업을 하고 싶다. <외계+인>도 포스터만 보면 액션 장르 같지만 실제로는 운명과 인연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기대하지 않은 무언가가 관객에게 잘 전달된다면 그것이 진정한 새로움이 아닐까. 연기할 때도 남들이라면 쉽게 단정짓고 표현할 법한 방식의 연기를 안 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결국 무엇이냐면…. 아, 이건 직업상 비밀인데 너무 다 얘기할 뻔했네. 여기까지만 얘기하고 싶다. 라이벌들이 보고 있다. 이건 진심이다. (웃음)

- 그럼 후배들이 “선배님은 어떻게 연기를 이렇게 잘하냐”며 비법을 물으면 어떻게 반응하나.

= 얘기해줄 생각이 추호도 없다. (웃음) 다만 오디션을 잘 보는 법은 조언해줄 수 있다. 지금은 내가 오디션을 보지 않으니까 라이벌 입장이 아니다. 이 또한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 최근엔 영화배우 류준열만큼이나 환경운동가 혹은 사진작가 류준열에 관한 기사를 많이 본 것 같다. 연기 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뉴 제너레이션’ 배우의 특징인가라는 짐작도 해봤다.

= 사람들은 유명 인사들의 일에 관심이 많은데 그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한 가지에 몰두하는 장인도 좋지만, 요즘 세대가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생각도 든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다 보니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연기할 때 내가 해소하지 못했던 욕망을 풀 수 있는 작업이다. 또 연기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배우의 덕목은 인간을 잘 관찰하는 것인데 포트레이트 작업을 하다 보면 연기보다 더 내밀한 지점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이 생긴다.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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