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본격 불륜 블랙코미디, 임대형, 전고운 감독
2024-01-19
글 : 이자연
사진 : 백종헌

<소공녀> 전고운 감독과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이 만나면 어떤 화학작용이 날까. 섬세한 감정과 다정한 분위기, 사회상을 반영한 동시대적 메시지까지 두 작품의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차분하고 따뜻한 작품을 상상하겠지만 두 감독은 그 기대를 유쾌한 박자로 어긋낸다. ‘Long time no see’의 약자인 ‘LTNS’를 ‘Long time no sex’로 전환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는 관계가 소원해진 부부 우진(이솜)과 사무엘(안재홍)의 부부 활극을 그려낸다. 우연히 친구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우진은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큰돈을 내미는 친구를 보며 자신의 일터인 호텔에서 알게 된 비밀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불륜 커플의 뒤를 밟기 시작한 우진과 사무엘은 알게 모르게 누적해온 갈등의 골을 직면하고 케케묵은 감정을 풀어간다. 극적 소재로서 불륜을 다루는 <LTNS>는 기존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관점을 취한다. 이전까지 불륜을 하거나 그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을 직접 내세우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보편적이었다면 <LTNS>는 관찰자 입장에서 다양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임대형, 전고운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풍자성이다. “블랙코미디 장르에서 코미디만큼 중요한 게 블랙이다. 그냥 가볍게 웃고 넘기는 것 이상으로 그 안에 시대상을 풍자할 수 있어야 하고, 시청자에게 질문을 건넬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무겁지 않아 보이도록 코미디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과제였다. 그래서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톤을 잡는 데 가장 공을 들였다. 어느 정도의 무게로 배를 띄울지 계속 의논했다.”(전고운)

특히 <LTNS>는 시의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같이 살지만 결혼식을 올리지 않거나 아이 없는 딩크족을 계획하는 다양한 형태의 부부 모습을 시리즈 곳곳에 배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책임져온 우진과 가족을 사랑하지만 마초스러움과는 다소 거리가 먼 사무엘의 캐릭터 설정도 특정 성 역할을 부각하지 않는 현대적 가치를 보여준다. 이에 임대형 감독은 “전통적인 성 역할을 뒤집는 미러링 캐릭터들은 이전부터 다양한 시도로 이어져왔지만 현실의 변화 속도를 비춰보면 여전히 부족하다”며 우진 부부가 현대사회를 재현하는 방식의 필요성을 짚어냈다. 각각의 인물을 그려낸 이솜, 안재홍 배우는 극의 굴곡을 유연하게 이어나간다. 이들과 <소공녀>로 호흡을 맞춘 전고운 감독은 장면마다 한끗의 디테일을 살려 어딘가 존재할 것만 같은 감각을 높인 두 배우를 향해 기대를 건넸다. “이솜, 안재홍 배우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동료이면서 각자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건강한 경쟁을 보였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모습에 믿음이 갔다. 관계와 감정. 작품의 키워드를 연기로 체화하는 두 배우의 모습을 기대하면 좋겠다.”

임대형, 전고운 감독이 말하는 관전 포인트

임대형 “점입가경. 6화에 이를수록 스토리의 밀도, 표현 수위, 캐릭터들의 변화, 농담 코드가 조금씩 높아져간다.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잘 보지 못했던 수위의 표현들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전고운 “연출자로서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것만큼 뿌듯한 게 없다. 그간 주조연에게서 보지 못했던 얼굴을 끄집어냈고, 새로운 신인도 발굴했다. 시청자들이 배우들과 경쾌한 분위기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제작 바른손스튜디오, 엘티엔에스 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 감독·각본 임대형, 전고운 / 출연 이솜, 안재홍 / 채널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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