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히어로의 탄생, <수사반장 1958> 김성훈 감독
2024-01-19
글 : 조현나
사진 : 백종헌

최고 시청률 70%, 1971년부터 18년간 이어진 880회분 방송. 기록적인 인기를 자랑했던 드라마 <수사반장>의 역사가 프리퀄 <수사반장 1958>에서 새롭게 재해석된다. 1958년, 종남서의 박영한 형사(이제훈)를 중심으로 동료 형사 김상순(이동휘), 조경환(최우성), 서호정(윤현수)이 팀을 꾸려 부패 권력에 맞서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 사건별 수사 과정이 차례로 묘사될 예정이다. <수사반장 1958>의 메가폰은 영화 <공조> <창궐>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쥐었다. 올해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촬영 중인 <수사반장 1958>에 관해 김성훈 감독은 기획 의도부터 섬세하게 구현된 수사실의 내부까지 설명을 이어나갔다.

- 드라마 작업을 해보니 영화와는 어떤 차이가 느껴지던가.

기본적인 제작 루틴이 달라 계속해서 적응해가는 중이다. <수사반장 1958>의 방영 시간은 대략 회당 1시간씩 10화, 총 10시간으로 2시간 분량 영화의 5배에 이른다. 기존에 내가 해오던 작업보다 절대 시간자체가 길어졌고, 서사 면에서도 큰 흐름이 잘 이어지면서 회마다 완결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여러 시도를 해보는 중이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또 색다른 재미도 느낀다.

- <수사반장 1958>의 어떤 매력 때문에 연출을 맡기로 결심했나.

‘수사반장’이라는 아이템 자체의 힘이 컸다. 어릴 때 나 역시 무척 즐겨봤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걸 프리퀄로 제작한다고 했을 때 호기심이 일었다. 첫 회의 때 내가 내건 조건은 하나였다. <수사반장>의 프리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했으면 좋겠다는 것. 그렇게 정리된 목표는 ‘히어로의 탄생기’를 그려보자는 것이었다. 나쁜 인간은 벌하고 약한 사람은 도우며 정의를 지키자. 이 명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것이 잘 지켜지고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무려 18년 동안 <수사반장>의 형사들은 어떻게 이 가치관을 지켜왔을까. 이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이런 질문들로부터 드라마를 시작해보고 싶었다.

- 거친 수사극을 벌일 법도 한데 그보다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정도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나 보다.

말한 대로 폭력적인 야만의 시대상을 다룰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규칙을 지키려는 인물들에게 더 초점을 맞추고 싶었고 그게 이 작품의 취지와도 닿아 있다고 여겼다. 사전에 최불암 선생님을 만나뵀을 때도 재차 휴머니즘을 강조하셨다. 이를테면 나쁜 놈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쁜 놈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돕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씀이었다. 당시엔 워낙 먹고살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단순한 범인 검거로 해결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걸 인지한 사람들로 인해 조금씩 세상이 변화해온 거다. 그런 선생님의 말씀이 깊이 와닿았고 현재도 자주 떠올리며 촬영에 임한다. 그렇다고 형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형사는 본인의 동네를 바꿀 순 있다.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제가 마음에 들었다.

- 그런 변화를 드러내기 위해선 형사들의 행보가 중요하겠다. 종남서 박영한 형사를 중심으로 ‘미친개’ 김상순, ‘멧돼지’ 조경환, ‘제갈량’ 서호정 등 캐릭터 설명만 읽어도 각자의 역할이 분명해 보인다.

하나씩 살펴보자면 우선 박영한은 양조장 집 아들로서 부족함 없는 삶을 영위해온 인물이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범죄자로 인해 고통받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형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런 박영한과 살아온 배경은 다르지만 김상순 역시 깡패들을 잡겠다는 목표로 경찰이 된다. 조경환은 팔씨름 장사 출신이다. 자칫 건달이 될 수도 있었지만 박영한의 눈에 띄어 경찰이 된다. 서호정은 현재로 치면 서울대 법대를 다니며 유학을 준비하던 엘리트로 팀의 브레인을 담당한다.

- 각 인물에 이제훈, 이동휘, 최우성, 윤현수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이제훈 배우의 장점은 강함과 따뜻함이 고루 담겨 있는 눈이다. 얼굴에도 클래식함과 모던함이 잘 조화돼서 인물의 다양한 면모를 그려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연기적으로도 극의 중심을 잘 잡아줘 믿음직스럽다. 개인적으로 이동휘 배우의 뽐내지 않는 연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거칠게 살아온 김상순 역과 여러모로 잘 어울렸다. 최우성 배우는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는데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는데도 최선을 다해줬다. 그런 노력이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윤현수 배우 역시 오디션으로 뽑혔는데 처음부터 한눈에 들어왔다. 급할 것 없이 맡은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 밖에 박영한의 조력자 이혜주 역의 서은수 배우, 경찰을 꿈꾸는 여고생 봉난실로 분한 정수빈 배우도 제 몫을 톡톡히 해준다.

- 시대 배경이 1958년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미술과 의상 등에도 공을 많이 들여야 했겠다.

생각보다 어려웠던 게 시대극이란 점이었다. 1950~60년대는 어떤 자료 화면을 보느냐에 따라 그림이 전혀 달랐다. 전쟁 후 재건에 힘쓸 때라 의상만 보더라도 신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인 사람은 서구식 복장을 갖춰입은 반면, 한편에선 여전히 한복을 입고 갓을 쓰고 있다. 이미지적으로 기준점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전부 채우려고 욕심내지 말고 조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대의 흔적을 적절히 드러내고자 했다. 그리고 당시는 흑백 사진으로 기록된 터라 당시의 실제 색을 상상해봤다.

- 경찰서는 어떻게 구현했나.

자료를 찾아보니 내 예상보다 경찰서 내외부가 훨씬 크더라. 수사실에서 마주앉은 두 인물을 한 프레임 안에 담기 쉽지 않을 정도였는데, 그런 거리감이 권위적인 공간의 분위기를 잘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대로 적용했다. 다만 창을 크게 냈고 경찰서 안을 떠다니는 먼지가 빛에 걸리는 상황까지 놓치지 않고 연출하려 했다. 경찰서에 박영한이 등장했을 땐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오후 늦은 시간을 활용해 옐로 컬러의 빛을 많이 썼다.

- <수사반장>의 오프닝 시그널 송은 작품의 정체성과 다름없다. 이 시그널 송은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가.

편곡으로 변주를 주긴 하겠지만 큰 틀은 유지한다. 다만 좀더 입체적으로 소리를 만들고 싶어 새롭게 녹음하기로 했다. 상황마다 다르게 쓸 요량으로 두 가지 버전을 준비하는데 하나는 트럼펫과 색소폰으로 시작하는 버전, 나머지 하나는 알토 플루트로 시작하는 버전이다. 나중에 방영될 때 둘의 차이를 가늠해봐도 재밌을 것이다.

김성훈 감독이 말하는 관전 포인트

“개별 사건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와중에 인물 개개인의 배경과 삶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 속에서 각각의 인물이 어떤 서사를 가진 캐릭터인지 확인 가능할 것이다. 1화에서 최불암 선생님이 특별 출연하는 신을 강조하고 싶다. 이 드라마 자체를 충분히 설명해주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다. 기대해주길 바란다.”

제작 바른손스튜디오 / 감독 김성훈 / 극본 김영신 / 출연 이제훈, 이동휘, 최우성, 윤현수, 서은수, 정수빈 / 채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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