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씨네스코프] 일본영화의 선전 제17회 아시아필름어워즈를 가다
2024-03-22
글 : 남선우

매해 아시아영화의 성취를 결산하는 아시아필름어워즈가 지난 3월10일 홍콩 시취센터에서 열렸다. 17회째 홍콩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도쿄국제영화제가 합심해 꾸려온 이 행사는 단순히 상패를 나눠주는 이벤트가 아니다. 지난 1년간 아시아 각지에서 주목받은 수작들을 재발견하는 축제다. 트로피가 주인을 찾아가기 전 주요 후보작들이 홍콩 도심 극장에서 상영 기회를 갖고, 일부 작품은 따로 기자회견을 열기도 한다. 올해도 <서울의 봄> <괴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비롯해 스리랑카·인도영화 <파라다이스>, 몽골영화 <바람의 도시>팀 등이 직접 무대인사에 나섰고, 앞선 대만금마장영화제에서 각각 남녀 주연상을 받은 <아방아딕> 오강인, <트러블 걸> 오드리 린이 현지 언론과 만남을 가졌다. 심사위원장 구로사와 기요시는 오랜만에 대표작 <도쿄 소나타>로 관객과의 대화를 나눈 후 동년배 홍콩 거장 프루트 챈 감독과의 대담 형식으로 마스터클래스를 마련했다.

이렇게 나흘간 펼쳐지는 퍼레이드의 화룡점정이 바로 시상식이다. 24개 국가 및 지역의 총 35개 영화가 16개 부문에서 경쟁을 벌인 결과, 작품상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돌아갔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2회 연속 음악상의 주인공인 이시바시 에이코를 필두로 한 제작진이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감독상에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남우주연상에 <퍼펙트 데이즈> 야쿠쇼 고지가 호명되는 등 전반적으로 일본영화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포함해 2관왕을 차지한 영화는 총 5편이다.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음향상과 시각효과상을 받으며 초반 기세를 잡았고, 양조위와 유덕화의 재회로 역사를 쓴 <골드핑거>가 미술상과 의상상을 얻었다.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티베트 감독 페마 체덴의 유작 <설표>는 각본상과 촬영상으로 그의 마지막을 기릴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여우주연상은 <초목인간> 장친친, 신인배우상은 <바람의 도시> 테르겔 볼드 에르덴, 신인감독상은 <연소일기> 닉 축에게 돌아갔다.

한편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 문> <1947 보스톤> <잠> 등의 수상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6개 부문(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남우조연상·촬영상·편집상)에 노미네이트된 <서울의 봄>이 두개의 트로피(남우조연상 박훈, 편집상 김상범)를 거머쥐면서 한국영화로서는 가장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박훈은 전두광(황정민)의 비서실장 문일평 역으로 서늘하게 화면을 장악했던 배우. “이 상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홍콩에 왔다”고 운을 뗀 그는 “미친 것 같아요! 크레이지!”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스즈키 료헤이와 아시아영화액설런스상을 동반 수상한 배우 이영애, 시상자로서 축하를 건넨 배우 권유리 등 홍콩에서 만난 한국 영화인들과의 순간은 뒷장에 마저 기록해둔다.

“하마구치 감독님, 어떤 작품이 완성될지 모르는 채로 당신과 이 길을 걸어왔다니 기적 같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 이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음악상을 건네받고, 작품상 수상까지 함께한 이시바시 에이코 음악감독이 멀리서 소식을 확인할 동료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설표> 마티아스 들보 촬영감독은 벨기에 출신으로, 이주영 배우가 주연한 한슈아이 감독의 영화 <녹야> 등 다양한 아시아권 작품에 참여해왔다. “티베트에서 페마 체덴 감독과 작업하며 친구가 될 수 있었음을 영광이자 기쁨으로 생각합니다.”

작품은 ‘하는’ 것이 아닌 ‘만나는’ 것이라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몸소 깨달았다는 박훈 배우가 객석에 있는 <서울의 봄>팀을 향해 눈짓했다. “<서울의 봄>을 만나지 못했다면 트로피의 무게감을 감당하지 못했을 겁니다. 김성수 감독님이 영화와 함께해온 시간에 이 상의 모든 영광을 바칩니다.”

축하무대는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아윈가가 꾸몄다. 중국판 <팬텀싱어>로 알려진 <성입인심>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진 그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바다 끝은 초원>(海的尽头是草原)의 테마곡을 불렀다.

이날 두번 마이크를 잡은 또 한명의 인물은 장이머우 감독이다. 그는 평생공로상에 이어 <만강홍: 사라진 밀서>로 아시아최고흥행상을 품에 안았다. “이 상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희망한 그는 외쳤다. “우리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아시아의 이야기를 전세계에 전합시다!”

사진제공 아시아필름어워즈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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