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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추천작] ‘돼지와 뱀과 비둘기’ ‘맨헌트’
2024-03-22
글 : 남지우 (객원기자)

<돼지와 뱀과 비둘기>

넷플릭스 | 영화 / 감독 황정보 / 출연 원경천, 원부화, 진이문, 왕정, 사경난, 이이인 / 공개 3월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어쩌면 <달콤한 인생>에 근접한 쾌감

대만 고위급 갱단 보스의 장례식장. ‘쿠이린 키드’로도 알려진 이름난 암살자 천쿠이린(원경천)이 적진의 중심에서 새 보스를 사살한다. 즉시 뒤쫓아온 형사 천후이(이이인)는 몸싸움 끝에 천쿠이린의 흉기에 한쪽 눈을 잃는다. 갱스터의 심장과 경찰의 눈을 앗아간 대가로 4년간 숨어 지내던 천쿠이린은 자수를 결심하고 찾아간 경찰서에서 ‘대만 3대 지명수배자’ 포스터를 발견하고 일생일대의 목표를 재설정한다. 한국에서 <듄: 파트2>와 동시 개봉한 <파묘>가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듯, 중국에서는 중국어 영화 <돼지와 뱀과 비둘기>가 정상을 차지했다. 난폭한 조폭영화를 강력하게 검열하는 공산당 선전부의 정책을 넘어서 개봉한 데다 대만영화가 본토로 진주해 2주 만에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응집력도 기념비적이다. 정치적으로 표백된 애국영화만 접해야 했을 중국 관객에게나, 홍콩 누아르의 향수를 갖고 있는 한국 관객에게나 모두 만족스러울 작품. <씬 시티> 시리즈의 신실한 자아도취, <달콤한 인생>의 영화적 완성도에 더해 독특한 도덕적·정서적 충만함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육각형의 동아시아 갱스터영화가 됐다.

<맨헌트>

Apple TV+ | 7부작 / 연출 존 달, 칼 프랭클린 / 출연 토비어스 멘지스, 앤서니 보일, 해미시 링클레이터, 로비 시몬 / 공개 3월15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링컨 얘기하려면 근육 더 키워오세요

노예제 존폐를 둘러싸고 벌어진 4년간의 내전이 끝난다. 워싱턴 DC의 에이브러햄 링컨(해미시 링클레이터)은 남군의 항복 선언을 전달받고 외출을 준비하는 한편, 같은 소식을 들은 연극배우 존 윌크스 부스(앤서니 보일)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도심 극장에서 ‘우리 미국인 사촌’이 무대에 오른 그때, 한발의 총성과 함께 미국 최초의 대통령 암살 사건이 발생한다. 링컨 연구자 제임스 L. 스완슨의 동명 논픽션을 각색한 <맨헌트>는 미국 수정헌법 제15조가 품은 민주주의와 반인종주의 정신을 링컨 암살 사건을 통해 탐구한다. 전쟁부 장관이자 범인의 또 다른 표적이었던 에드윈 스탠턴(토비어스 멘지스)이 사건 발생부터 종결까지 12일간의 이야기를 형사이자 논평자로서 견인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극 전체가 공회전한다. 살인범 부스의 나르시시즘과 대통령의 죽음을 막지 못한 부하의 죄책 등 인물들의 심리묘사는 표면적이다. 승리한 북군 지도층의 입을 통해 발화되는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 일장 연설에도 울림은 없다. 살인의 심연을 파헤쳐 현대 미국이라는 시스템에 유의미한 질문을 던진 바 있는 드라마 <다머>에 비해 이 작품은 모자란 근력에도 너무 무거운 짐을 지려고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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