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의 보물 찾기 그리고 하늘을 나는 강 Curious Tobi and Treasure Hunt to the Flying Rivers
토비는 송버드 부인에게서 굳게 잠긴 상자를 소포로 받는다. 토비는 상자를 열기 위해 어린 시절 친구 마리나를 찾아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롱베이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상자를 열기 위해 송버드 부인이 남긴 단서를 따라 몽골과 아마존 등을 누빈다. <토비의 보물 찾기 그리고 하늘을 나는 강>은 얼핏 이색적인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굳게 닫힌 상자처럼 숨겨진 의미를 품고 있다. 제목인 ‘하늘을 나는 강’(flying river)은 엄청난 양의 물을 뿜어내는 아마존을 의미하는데, 항손둥 동굴, 울란바토르, 브라질 열대우림까지 두 사람이 여행하는 지역은 모두 자연 파괴라는 심각한 이슈를 안고 있다. 재미난 관광지로 인식되던 곳의 아름다운 자연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보물임을 일깨우는, 재미와 메시지를 다 잡은 가족 환경영화다. /유선아 영화평론가
커먼 그라운드 Common Ground
조슈아 티켈, 레베카 티켈 / 미국 / 2023년 / 105분 / 슬기로운 음식 생활
토양은 동식물을 양육하고 기후를 조절하는 삶의 터전이다. 영화는 무자비한 산업형 농업으로 대지모의 심기를 건드린 인류를 되돌아본다. 자연 착취의 역사는 유럽 제국주의와 아프리카 노예무역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경유한다. 대량 살상을 위한 화학 제초제는 농지의 표층 토양을 황폐화하고 척박해진 땅은 그대로 인간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안겨주었다. 인간은 이미 공룡의 멸종 때보다 많은 생명을 해치는 ‘도덕적 파산’에 놓여 있다. <커먼 그라운드>는 전세계 10억명 이상의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한 화제의 다큐멘터리 <대지에 입맞춤을>의 속편이다. 거듭해서 재생 농업이 높은 수익으로 이어짐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다분히 ‘미국적인’ 심리를 읽을 수 있다. 로라 던, 제이슨 모모아, 우디 해럴슨 등 셀러브리티를 앞세운 것 또한 마찬가지다. /김현승 객원기자
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 Four Souls of Coyote
북미 원주민들의 터전이 대기업의 송유관 설치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공사 전날 밤, 원주민 중 가장 어르신은 아이들을 모아 옛날이야기를 시작한다. 익숙한 창조 신화인 줄만 알았던 이야기가 갑자기 흥미로워지는 건, 인간을 만든 것이 그 창조주가 아닌 코요테라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다. 그렇게 <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는 주류 서구 백인들의 서사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이야기의 길로 자유로이 뻗어나간다. 영화의 애니메이션 연출 또한 그 자유도에 발맞춰 환상적인 결과물을 선보인다. 북미 원주민들의 세계관과 그들이 지키려는 전통/문화의 근원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영화이며, 인간 본성에 자리 잡은 선악 구도에 대해 질문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보기에도 좋을 듯하다. 바로 그 질문들이, 무분별한 송유관을 막아낼 것이다. /김철홍 영화평론가
쓰레기와 인형 Junks & Dolls
이란의 대규모 쓰레기 폐기장에 관리인으로 부임한 부부가 있다. 손재주가 좋은 남편 엘리아스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매일 쓰레기 산을 오르내리며 고물을 수집한다. 성실한 아내 샬리는 척박하고 악취가 나는 땅에서도 농작물을 재배한다. 소박하게 살아가는 두 부부의 보금자리로 사진을 찍는 페가와 다정한 조카 나골 그리고 병든 강아지가 다가온다. 죽음이 만연한 대지 위로 생명은 잉태될 수 있을까? 넝마주이처럼 사는 다정한 부부의 삶을 지켜본 영화는 얼핏 자급자족의 무해한 일상에서 답을 찾으려는 것처럼 보인. 하지만 뺄셈의 속도로는 도저히 제곱의 쇄도를 막아낼 수 없다. 무한히 증식하는 쓰레기의 파도 앞에서 부부가 틔워낸 작은 기적은 무참히 짓밟히고 만다. <쓰레기와 인형>은 양적 논리 앞에서 무력하게 꺾인 개인과 사회 사이의 아득한 격차를 발견한다. /최현수 객원기자
평온은 고요에 있지 않다
유준상 / 한국 / 2022년 / 27분 / 특별상영: 에코프렌즈 유준상
한국에서 고된 영화 촬영을 마친 배우 유준상은 곧장 몽골로 떠난다. 지친 몸을 안고 떠난 여행의 목적지는 고비사막이다. 덜컹거리는 차에 앉아 10시간 동안 광활한 사막을 달리는 여정은 순탄치가 않다. 사방이 탁 트인 모래언덕을 지나오며 그는 쉽게 행로를 정하지 못한다. 몽골에 가기 전날 만났던 지인의 부고를 듣고 심란해진 마음을 뒤로하고 준상은 바람이 거세게 부는 정상을 오른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음악까지 다양한 예술 작업을 이어온 배우 유준상이 카메라를 들었다. 몽골로 떠난 자전적 여행기인 <평온은 고요에 있지 않다>는 인간 유준상만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 평범한 브이로그에서 시작한 영화는 내밀한 고백이 담긴 내레이션을 거치면서 독특한 정신세계를 대변하는 한편의 뮤직비디오로 변모한다.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에코프렌즈로 활동하는 유준상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최현수 객원기자
꿀꿀 Oink
마샤 할버스타드 / 네덜란드 / 2022년 / 70분 / 에코패밀리
채식주의 건강 식단을 즐기는 9살 소녀 밥스의 집에 오랜만에 할아버지가 찾아온다. 가족은 물론 이웃 중 누구도 그를 반기지 않고 오히려 불편해하는 이상한 상황. 할아버지는 자신과 유일하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손녀에게 아기 돼지 ‘꿀꿀이’를 선물한다. 밥스는 부모를 설득해 꿈에 그리던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을 허락 받는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소름 끼치는 비밀이 밝혀지면서 소녀는 꿀꿀이를 해치려는 할아버지와 사투를 준비한다. 어린아이와 동물의 애틋한 관계를 그린 <꿀꿀>은 동물권을 다룬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닮았다. 스톱모션애니메이션으로 분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돈육을 기괴하게 묘사한 장면은 우리가 여태껏 당연시하던 육식 문화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알기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사이 종을 넘나드는 공존의 메시지가 깊숙이 파고든다. /김현승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