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내가 10대였다면 이 영화가 정말 필요했을 것 같다”, <인사이드 아웃2> 켈시 만 감독, 마크 닐슨 제작자 인터뷰
2024-06-21
글 : 이자연
마크 닐슨

- <인사이드 아웃2>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고안한 새 감정은 무엇이었나.

켈시 만 새 감정을 정하기까지 긴 이야기가 있다. 처음 속편을 준비할 때 라일리의 관점에서 어떤 감정이 가장 도드라지게 느껴질지 상상했다. 내 스토리 룸 벽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감정을 하나씩 써내려갔고 그중에서 자연스레 불안에 이끌렸다. 그게 사춘기를 대변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영화가 어린이 관객뿐만 아니라 어른 관객까지도 포용할 수 있어야 했기에 두 타깃이 명확하게 이해하는 감정을 선택해야 했다. 그게 불안이다. 파티에서 한번 불안을 느끼면 그 자리에 있는 내내 초조해진다. 삶 전체도 그렇다. 불안의 존재를 인지하는 순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은 채 내 안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만다. 이 지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이 때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이어서 당시 미국 사회는 청소년의 불안과 우울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아이들이 현재 어떤 심리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지, 특히 여성 청소년의 높은 불안은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는지, 이 문제를 사회재난 차원에서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다. 불안 사회. 우리는 이 현상을 통과하고 있고 현재의 위치도 여기에 있다. 그렇게 <인사이드 아웃2>는 꼭 불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야 한다고 디즈니 픽사에도 피칭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연결해야 한다고. 나는 <인사이드 아웃>이 지닌 선한 잠재력을 믿는다. 불안으로 길을 잃어본, 혹은 한창 잃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복잡한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다.

마크 닐슨 나는 켈시 만 감독이 한창 스토리를 발전시키고 있을 때 합류했다. 켈시 만 감독의 아이디어와 피칭 발표를 처음 들었을 때 내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중고등학생 때의 불안은 나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주요 감정이었다. 불쑥불쑥 찾아와서 나를 괴롭힌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에 라일리의 이야기로부터 인간적인 유대감을 느꼈고, 꼭 영화로 보고 싶었다.

켈시 만 맨 처음에는 새 감정이 8개였다. 그런데 문득 불안을 필두로 이야기가 펼쳐질 건데, 이렇게 많은 새 감정이 필요한지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제어판에 모두가 함께 서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웃음) 결국 조금 더 단순화하여 4가지로 추렸다. 불안이, 부럽이, 당황이, 따분이가 그렇게 완성됐다. 모두 사춘기에 두드러지는 감정들이다.

- 별 모양의 기쁨이, 눈물 모양의 슬픔이 등 직관적인 캐릭터 디자인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새 감정들은 그 디자인이 어떻게 고안된 것인지 궁금하다.

켈시 만 먼저 제이슨 디머 미술감독이 새 감정들과 기존 감정들을 조화시키기 위해 원화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그림체를 다듬었다. 이후 앨버트 자노 캐릭터 아트디렉터가 지금 완성된 감정들의 기본 모양과 색상을 제안했다. 불안이는 머리카락이 번개 모양이다.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데, 실제로 불안이가 초조해질 때 머리에서 작은 번개가 일어난다. 물론 그게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웃음) 눈이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도 불안할 때 나타나는 증상을 차용한 것이다. 당황이는 홍조와 비슷한 분홍색을 적용했다. 덩치는 크지만 순하고 누구의 눈에도 띄고 싶어 하지 않지만 안타깝게도 큰 덩치 때문에 그럴 수 없다. 부럽이를 작은 체구로 그린 건 나머지 감정들과 대조를 이루기 위해서다. 그는 언제나 남들보다 더 키 크고 싶어 하고 어린애처럼 보이지 않길 바란다. 여느 아이들이 부러워하는 지점에서부터 부럽이를 출발시켰다. 따분이는 항상 피곤해하고 무관심한 태도라 캐릭터 팀에 꽤 어려운 과제였다. 그래도 관객들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올 것 같다. 맨날 누워 있으니까. (웃음) 따분이는 라일리와 부모 사이에 거리를 만드는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물론 엄마 아빠에게는 달갑지 않은 존재다.

켈시 만

- 속편에서 자의식은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다. 이 모호한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마크 닐슨 우선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였다. 추상적인 개념을 명확한 이야기로 구축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영화관에서 상영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된 버전만 해도 10개는 만들었다. (웃음) 각기 다른 장편애니메이션 10편이 준비돼 있던 거나 마찬가지다. 점점 캐릭터를 쌓아가고 스토리라인을 견고하게 만들면서 주요 메시지가 확실해졌다. 이 영화에서 자기수용(self-acceptance)은 가장 중요한 주제다. 이 시기를 거치는 모든 사람은 ‘남들이 생각하는 나’를 고민한다. 부모가 바라보는 나, 친구들이 평가하는 나. 라일리가 지닌 문제 자체가 자기수용과 자의식이 왜곡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라일리의 일상과 문제 상황을 통해 모호한 개념들이 구체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켈시 만 그 부분 진~짜 어려웠다. 심리학적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만큼 재미있게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그거야말로 우리의 의무이자 전공이니까. 마크 닐슨의 말대로 개념을 쉽게 풀어낼 수 있도록 라일리의 극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많은 은유와 비유를 빌렸다. 나는 좋은 영화란 다시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볼 때 보이는 것들이 있고, 열 번째 봐야 겨우 아는 것들이 생길 때가 있지 않나. <인사이드 아웃2>도 반복해서 볼 때 더 명확하게 보이는 것들을 넣었다. 거듭되는 시야 확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라일리와 자신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 마지막 질문이다.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한 자기만의 원칙이 있다면.

켈시 만 너무 어려운데 너무 재미있는 질문이다. (웃음) 최대한 많은 관객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환상적이고 상상력 풍부한 이야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관객이 자기 이야기처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라일리를 보면서 자신이 지나온 외로움을 떠올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10대였다면 이런 영화가 정말 필요했을 것 같다. 공감이 필요한 10대 청소년들은 여전히 세상에 많다. 공감이야말로 픽사의 무기다.

마크 닐슨 속편의 경우로 한정한다면 이전 작품을 그대로 답습하는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게 내 원칙이다. 단순히 귀여운 감정들을 활용하는 걸 넘어서서 현실을 반영하는 통찰력을 가미하고 싶었다. <인사이드 아웃2>의 세계가 그렇게 확장됐다고 믿는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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