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특집] 이번엔 사춘기다!, <인사이드 아웃2> 제작기 트리비아
2024-06-21
글 : 박수용 (객원기자)

사춘기의 변화무쌍한 감정을 닮은 알록달록함과 있는 그대로를 긍정하는 자아의 투명한 광채로 물든 세계. <인사이드 아웃2>의 핵심 제작진이 전해준 감정 나라의 다섯 가지 제작기 트리비아를 소개한다.

쾌적한 머릿속과 우중충한 현실

이상화된 공간인 머릿속과 달리 현실 세계의 길거리는 지저분한 벽화와 벗겨진 페인트칠이 발견되는 거칠고 낡은 공간이다. 낯선 지역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라일리의 불안한 심리와 적절히 조응한다. 세트를 설계한 조슈아 웨스트 미술감독은 “머릿속 세계는 유리 광택을 연상시키는 둥글고 부드러운 선으로 표현했지만 현실 세계는 거친 질감과 직선의 날카로움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심리적 변화가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빛의 색채로 시각화된다. 일례로 영화 초반, 주황 계열의 조명이 전혀 사용되지 않던 현실 세계는 불안이 감정 본부를 장악한 이후 급격히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의 모든 불규칙성이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포스터와 옷 더미로 가득한 라일리의 지저분한 방은 오히려 라일리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편안함의 상징이다. “10대 딸이 있는 켈시 만 감독이 사춘기 소녀의 지저분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는 웨스트 미술감독의 귀띔은 우리 주변의 수많은 라일리들을 뜨끔하게 할 법하다.

리모델링과 신장개업, 라일리 머릿속의 재개발구역

<인사이드 아웃2>의 머릿속 세계는 라일리의 정신적 성장에 발맞춰 새롭게 단장된 공간과 처음 공개되는 장소들로 가득하다. 영화가 시작하고 몇분 지나지 않아 철거팀이 들이닥치는 감정 본부는 이 재개발계획의 가장 큰 피해자라 할 법하다. 본부 뒤편 감정들이 잠을 자는 침실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감정들의 성격에 맞추어 디자인된 침대와 여러 소품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 공간이다. 버럭이에게는 욕할 때마다 벌금을 넣는 저금통이 있고 기쁨이에게는 노란 크레파스를 넣는 컵이 있다. 슬픔이는 휴지와 매뉴얼 공부에 사용하는 바인더, 소심이는 연기 탐지기와 손전등, 까칠이는 좋은 향이 나는 디퓨저를 갖고 있다. 마음 한구석의 으슥한 공간들도 눈길을 끈다. 특히 라일리의 비밀들을 가두는 금고는 은행과 같은 위엄 있는 인테리어에 대리석 바닥으로 마무리해 직관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차루 클라크 조명감독은 “육중한 문이 닫히고 감정들이 금고 안에 갇혔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장면에서 기쁨이가 발산하는 빛을 전부 껐다”는 감상 포인트를 전해주었다.

반짝이는 신성한 공간, 신념 저장소

<인사이드 아웃2>에서 신설된 머릿속 공간 중 신념 저장소는 단연 가장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짙은 남색의 신비로운 물결이 끝없이 펼쳐지고, 이곳에 뿌리내린 신념들로부터 솟아오르는 흰 끈들은 하나로 묶여 라일리의 자아를 형성한다. 숨이 턱 멎는 느낌을 주는 신성한 분위기를 위해 디자이너들은 전체적인 가시거리와 광량을 줄였다. 감정들이 완전한 몰입감과 경외감을 체험할 수 있도록 끈의 발광 효과를 높였고 주위에는 오로라층을 더했다. 마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색채의 정교한 조율도 필수였다. 노아 클로첵 미술감독은 “형형색색의 기억 구슬이 떠 있는 장면에서는 여러 빛이 물에 섞여 혼탁해지지 않도록 모든 색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회고했다. 때문에 이토록 조심스럽게 설계된 공간의 평화를 깨트리며 신념을 조작하려는 불안이의 행동은 말 그대로 불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애덤 하비브 촬영감독은 “신념 저장소의 대부분의 시퀀스에서 나타나는 우아하고 시적인 카메라워크와 달리 불안이가 신념을 만드는 모습에서는 더 높거나 낮은 구도를 사용해 균형을 무너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뜨거운 우정의 스포츠, 하키

<인사이드 아웃2>의 주무대는 라일리와 친구들, 그리고 동경의 대상인 고등학교 선수들이 함께하는 하키 캠프다. 자연히 픽사의 아티스트들에게는 스포츠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그중 영화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하키 경기 장면에는 가장 뜨거운 에너지로 가득한 액션이 담겼다. 조너선 파이트코 촬영감독은 콘서트 조명에 가까운 기법을 활용해 라일리의 활약을 강조했다. “빛의 강한 방향성과 깊은 그림자로 극적 요소를 살리고자 했다. 링크장 가장자리를 따라 스포트라이트를 배치해 차가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얼음을 이용해 캐릭터들의 얼굴에 빛을 굴절시켜 피부톤을 따뜻하게 유지했다.” 드럼과 베이스가 강조되어 박진감을 더하는 음악은 “금방이라도 튀어나가 충돌할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완전한 기쁨과 추진력으로 하늘을 나는 느낌”을 원했던 작곡가 앤드리아 다츠먼의 작품이다. 하키 캠프의 링크장 또한 세심한 설계 끝에 완성됐다. 라일리에게 위압감을 주는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실제 북미아이스하키리그 규격의 링크장을 선택했다. 좌석과 난간, 통로의 폭, 심지어 소화전과 화재 경고등의 위치를 규정하는 법규까지 참고했다.

성장과 변화의 서사를 담은 음악

<인사이드 아웃2>의 음악은 <인사이드 아웃> <주토피아>에 스코어 코디네이터로 참여한 작곡가 앤드리아 다츠먼이 담당했다. 그의 작업 원칙은 전작의 오리지널 테마와 어울리는 곡을 만들면서도 전작과 구분되는 명확한 성장과 변화의 서사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이에 라일리의 새로운 주제곡인 자아 테마는 “내면의 가장 진실한 모습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에너지”를 형상화했다. 현실과 머릿속 세계의 대비에도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라일리가 자신감 있게 상황을 헤쳐나가려는 현실 세계의 일상은 청소년기의 감정과 동화하도록 현대적인 팝 록 감성을 가미했다. 반면 머릿속 세계의 장면에서는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주를 이룬다. 특히 새로 등장한 감정들을 위한 테마곡이 흥미롭다. 현악기의 다층적인 음향 설계가 인상적인 불안이의 테마에 관해 다츠만은 “전선에 전기가 통하거나 머리를 찌르는 느낌을 반복적인 독주 바이올린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총 83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위치한 워너브러더스 이스트우드 스코어링 스테이지에서 사운드트랙을 녹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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