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아니, 방금 최애가 날 봤다니까?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VR 콘서트 영화 <하이퍼포커스> 체험기
2024-08-01
글 : 임수연

<데드풀과 울버린> 언론배급 시사회날 나 혼자만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VR 콘서트 영화 <하이퍼포커스>(HYPERFOCUS)를 보게 됐다. 여름휴가를 갔다 오니 평소 K팝을 즐기지 않았냐며 편집장이 하사한 미션…. VR 콘서트 제작, 유통 플랫폼 기업 어메이즈VR 사무실에서 이 그룹의 팬덤은 10대 등 체력 좋은 젊은 층 비율이 높기 때문에 VR 체험 시간을 늘려도 된다고 판단해 러닝타임이 (에스파, 엑소 카이의 VR 콘서트보다 2배 늘어난) 40분 정도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같이 시사를 보게 된 영화 홍보사 직원들과 조용히 눈빛으로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어리지 않은데…. 괜찮겠죠?”

제작사의 전작과 비교할 때 이번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은 여정을 함께할 ‘가이드 멤버’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잘생긴 수빈과 엘프 같은 휴닝카이와 미소년 범규와 끼 많은 연준과 귀여운 태현 중 한명을 선택해야 한다. 난 영화기자니까 가장 배우처럼 생긴 수빈을 골라야지. 어머, 가이드 멤버가 코앞까지 다가와 얼굴을 들이대며 ‘볼하트’를 한다. 이게 SNS에서 ‘짤’로만 보던 팬 사인회 같은 건가? 미리 손의 움직임 정보를 등록하면 응원봉도 흔들 수 있다. 응원봉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넘기고 팔자로 크게 휘젓다가 눈앞에 다가온 휴닝카이의 옆구리를 응원봉으로 콕콕 찔러보았다. 아, 인터랙티브면 이것도 반응해달라고~! 점점 과몰입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왜 슬슬 재밌지…. ☞☜

최근 극장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공연 실황 영화와 VR 콘서트 영화는 완전히 다르다. VR 콘서트 영화는 이미 진행된 공연 실황이 아닌 VR을 위해 새로 찍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Sugar Rush Ride>로 시작해 <Deja Vu>로 끝나는 세트리스트는 곡마다 다른 세트장에서, 의상도 거의 갈아입으며 진행된다. 실제 음악방송이나 콘서트장이었다면 불가능한, 그린스크린에서 찍고 후반작업에서 프로덕션디자인을 담당하는 VR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연준의 발차기에 가격당하고(<Deja Vu>) 범규가 불붙인 장미를 내 얼굴에 던지고 태현에게 삿대질을 당하는데(<Good Boy Gone Bad>) 이 모든 게 컷이 없는 VR로 체험되다 보니 카메라와 내가 완벽하게 동일시된다. 매 순간이 실제 교감하며 벌어지는 사건 같다. 프레임이 규정된 2D와 달리 다른 멤버가 멘트를 하거나 노래를 할 때 ‘최애’의 얼굴에 집중하는 것도 가능하다. 능동적으로 ‘개인 직캠’을 보는 경험을 만들 수 있다.

이날 같이 영화를 본 이들이 VR 장비를 쓰고 제일 많이 중얼거린 말은 “아니, 피부가…”였다. (이유는, 보면 안다.) 김홍찬 감독에 따르면 <하이퍼포커스>는 제작 과정에서 뷰티 수정이 없었다. 2D와 달리 3D 스테레오스코픽으로 대대적인 보정 작업을 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부가 그렇게 좋게 나왔다고? 함께 설명을 듣던 이들과 진심에서 우러나온 감탄을 터뜨렸다. 이승준 어메이즈VR 대표는 “키, 외모, 노래, 춤 등이 민낯으로 전해지는 매체다. TV에서 강한 아티스트와 VR에서 인기 있는 아티스트는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시쳇말로 ‘실물 깡패’, ‘무대 장인’이 더 각광받는 곳”이라고 전한다. 무엇보다 VR의 체험적 속성은 심리적 거리를 파격적으로 단축시키며 연예인의 비주얼에도 라이브에도 퍼포먼스에도 평소보다 더 격렬하고 친밀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엑소 카이의 얼굴만 몇달 동안 봤더니 그가 군대에 갈 때 “카이야, 건강하게 잘 갔다와…” 라는 심정이 됐다는 중년 남자 김홍찬 감독은 후반작업을 하는 세달 동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과도 참 애틋해졌다고 한다. 사실은, 40분 정도로도 충분하다. 나는 팬이 아닌데도 이렇게 푹 빠져서 봤는데 팬들은 얼마나 더 좋겠냐, 보고 나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홍보 담당자의 순도 100% ‘찐’ 감정을 담은 말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화답했다(어메이즈VR 마케팅 담당자가 비하인드 영상 끝나고 너무 귀여운 모습이 나오니 꼭 보라고 강조하거나 촬영장에서 짜증내는 멤버가 한명도 없었다는 미담을 적극적으로 들려줄 때도 비슷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다음엔 실물로 꼭 봐야겠는데 콘서트 일정이 언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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