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봇치는 더이상 외롭지 않아, <봇치 더 록!>의 인기 지표 총망라
2024-08-01
글 : 최현수 (객원기자)
<극장총집편 봇치 더 록! 전편> 성우 4인 무대인사 현장.

한국에도 봇치가

일본 방영 당시 <봇치 더 록!>은 국내에서 TV 방영과 VOD 서비스로만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네이버 시리즈온 구매 순위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국내 커뮤니티를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OTT로 시리즈가 공개될 즈음엔 국내 걸즈밴드 QWER이 인기를 끌면서 <봇치 더 록!>을 향한 대중적인 관심까지 덩달아 증가했다. 2023 아니메X게임 페스티벌(AGF)에선 성우 아오야마 요시노와 하세가와 이쿠미의 내한 행사가 열렸고 이를 필두로 국내 <봇치 더 록!> 팬덤이 집결하는 행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 지난 5월 개봉한 라이브 이벤트 <결속밴드 라이브 -항성->은 관객 1만6911명을 기록했으며, 7월20일과 21일에는 성우 4인방의 첫 내한 행사가 진행되며 한국의 봇치들을 집결시켰다.

다크호스에서 신드롬으로

2022년 10월9일 일본에서 첫화가 방영될 때만 해도 <봇치 더 록!>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한 작품이었다. <스파이 패밀리> <체인소 맨> 등 쟁쟁한 경쟁작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1화 공개 당시 1만건에 그친 트위터 트렌드는 종영 직후 59만건에 달했다. 하마지 아키의 원작 만화 단행본은 매진 행렬을 이루었고, 블루레이/DVD 판매량은 17만건을 넘기며 2023년 애니메이션 중 2위를 기록했다. 밴드물인 <봇치 더 록!>의 인기로 일본 내 악기 판매량이 급증하는 현상도 생겼다. 주인공 기타리스트 고토 히토리가 사용한 야마하 퍼시피카와 깁슨 레스폴 커스텀 타입은 한동안 전자기타 부문 히트 상품 탭에 머물렀다.

KFC 공식 X

봇치는 밈을 타고

지난 7월 KFC 스페인은 갑자기 치킨 버켓을 먹으려는 니지카의 사진을 게시한다. 서구권에서도 <봇치 더 록!>이 인기 있기에 가능한 마케팅이었다. 한때는 외톨이 캐릭터에 이입하는 밈 ‘Litterally Me’의 <봇치 더 록!> 버전이 크게 바이럴되며 500만건이 넘어가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봇치 더 록!>은 밈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봇치야 그게 무슨 소리니?”로 쓰이는 밈은 고토 히토리와 나머지 멤버로 분리된 절묘한 구도와 어우러져 소심한 인물이 무시당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곤 한다.

결속밴드의 음악성 증명

밴드물을 표방하는 <봇치 더 록!>은 종영 직후 발매한 스튜디오 앨범 《결속 밴드 (結束バンド)》로 큰 인기를 끌었다. 디지털로 선공개 후 아이튠즈 앨범 종합 차트 선두를 기록했고, 오리콘 차트에선 1월 주간 합산 앨범 랭킹 1위와 함께 주간 3관왕을 달성했다. 빌보드 재팬에서도 핫 앨범 1위를 포함해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0만장 이상을 판매하며 일본 골든디스크에 등재되는 영예를 얻었다. 음악 리뷰 사이트 ‘레이트 유어 뮤직’(Rate Your Music)에서 3.88이라는 높은 평점을 얻었고, 웹진 <미키키>(Mikiki)에선 “야심의 발로가 느껴지는 작품”이라는 코멘트를 받았다. 2024년 5월에는 일본 록 페스티벌 ‘재팬 잼 2024’에도 결속밴드가 등장하며 완성도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성공한 애니의 척도! 무대탐방 대란

국내에서 통용되는 성지 순례라는 단어는 일본 애니메이션 문화인 ‘무대 탐방’에서 비롯됐다.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는 공간을 방문하여 작품의 열기를 이어가는 오랜 팬 문화다. 일본의 밴드 문화를 다루는 만큼 <봇치 더 록!>의 주무대는 도쿄도다. 결속밴드가 처음으로 무대를 소화했던 라이브하우스 스타리의 모델이 된 공연장 셀터를 비롯해 아티스트 이미지를 촬영한 벽 등이 <봇치 더 록!>의 핵심 장소로 유명해졌다. 멤버들이 방학을 맞아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 에노시마 역시 무대 탐방의 성지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