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결속밴드 어셈블!, <극장총집편 봇치 더 록! 전편> 성우 4인방, 아오야마 요시노, 스즈시로 사유미, 미즈노 사쿠, 하세가와 이쿠미
2024-08-01
글 : 최현수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대인기피증으로 망고 박스를 뒤집어쓴 기타리스트, 확고한 자기 세계로 아웃사이더를 자청한 베이시스트, 성격은 좋은데 음악은 잘 모르는 인싸 보컬, 전혀 안 맞는 멤버들을 감당하느라 고생하는 리더이자 드러머. 결속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당최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결속밴드의 멤버들은 각자의 독특한 개성으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며 조화를 이룬다. 자칫 과하거나 모자라면 절대 성립되지 않는 이 균형감은 캐릭터와 한몸이 된 성우들의 생동감 덕분이다. <극장총집편 봇치 더 록! 전편>(이하 <봇치 더 록! 전편>)의 주역인 고토 히토리 역의 아오야마 요시노, 이지치 니지카 역의 스즈시로 사유미, 야마다 료 역의 미즈노 사쿠, 키타 이쿠요 역의 하세가와 이쿠미 네 사람은 바쁜 내한 일정 가운데 인터뷰 현장에서도 완벽히 ‘결속된’ 호흡을 보여주었다.

- 기존 애니메이션과 달리 극장에서 상영되는 <봇치 더 록! 전편>만의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다면.

스즈시로 사유미 TV시리즈에선 코미디와 드라마가 혼재됐다면, <봇치 더 록! 전편>은 영화문법에 따라 둘을 정교하게 나눠놓았다. 이번 극장판을 위해 오프닝도 새로 제작했다. 기존 팬들도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기분일 것이다.

아오야마 요시노 이번 극장판은 음악적인 강점이 도드라진다. 결속밴드의 라이브 장면을 큰 화면과 압도적인 음향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당연히 결속밴드의 신곡도 만날 수 있다!

- <봇치 더 록! 전편>의 인기 요소로 팬들은 성우들의 호연을 꼽는다.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결속밴드 멤버들의 특징을 어떻게 해석했는가.

아오야마 요시노 고토 히토리는 아웃사이더란 인식이 강하지만, 기타 연습에 온 하루를 바칠 정도로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애정을 쏟는 사람이다. 힘든 상황을 마주해도 포기하지 않을 의지를 지녔다. 한마디로 노력의 천재다. 특히 <그 밴드>의 연주 직전 히토리가 혼자 애드리브로 기타를 치는 장면은 고토 히토리를 잘 설명하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스즈시로 사유미 원작을 접할 때부터 이지치 니지카는 알쏭달쏭했다. 그가 상대에 따라 심리적 거리감을 다르게 가져간다고 생각했다. 니지카의 감정선을 파악하기 위해 여태 그가 살아온 궤적을 나름대로 좇아보았다. 니지카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언니를 유일한 가족처럼 여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심리적인 포용력을 지니고 있다. 주변 사람들을 당기는 힘으로 결속밴드를 모으게 된 셈이다.

미즈노 사쿠 야마다 료는 독특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그를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종종 있었다. (웃음) 하지만 사실 료는 배려심과 고운 심성을 지닌 인물이다. 대신 그가 표현하기 귀찮아할 뿐이다. 아티스트 사진을 찍던 날, 료가 히토리에게 “네가 원하는 가사를 써”라며 건넨 조언에서 그의 성정이 느껴진다. 곧바로 돈이 빌리는 코믹한 장면까지 더해져 료를 완벽히 설명한 장면이다.

하세가와 이쿠미 키타 이쿠요는 한마디로 ‘인싸’다.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인물이다. 즐거운 일에 가장 먼저 반응하고, 관심 분야에 행동이 앞서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내심 부러웠다. 동시에 신중하게 노력할 줄 아는 인물이다.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 이쿠요의 무대는 그가 얼마나 뒤에서 열심히 밴드에 임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결속밴드의 음원이 인기를 얻으면서 <결속밴드 LIVE-항성->같은 라이브 이벤트도 소화했다. 성우 연기와 라이브 무대는 차이가 있었을 텐데.

아오야마 요시노 히토리의 포지션은 기타여서 노래를 부를 일이 없었다. 하지만 라이브 무대에선 보컬을 소화해야 했기에 캐릭터와 나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가 까다로웠다. 보컬이 아닌 멤버가 노래를 소화했을 때의 상황을 가정해 보았다. 이쿠요가 히토리에게 같이 노래를 불러야 한다며 억지로 끌고 나온 상황이라고 설정하고 무대에 임했다. (웃음)

미즈노 사쿠 라이브 무대에서 소화한 <달각달각>은 녹음 단계부터 시행착오가 많았다. 낮은 목소리의 캐릭터가 고음을 소화하는 게 어려운 접근이었다. 음원에선 감정을 절제하고 속삭이듯 불렀다. 다만 라이브 무대에선 CD보다 감정을 터트리며 노래를 불렀다. 록은 혼을 담아서 표현하는 장르지 않나.

하세가와 이쿠미 멤버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노래에 녹여낼 방법을 고민했다면, 나는 결속밴드의 보컬로 노래를 소화하려 노력했다. <결속밴드 LIVE–항성->은 보컬이 주도하는 공연이었고 세트리스트의 길이도 상당했다. 공연장을 찾은 팬들의 기대와 열정에 압도당하지 않으려 했다. 오히려 분위기를 주도하겠다는 강한 마음이었다.

- <봇치 더 록! 전편>은 성장물과 청춘물이면서 동시에 음악에 대한 이야기다. 작품을 통해 음악에 대한 자세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

스즈시로 사유미 결속밴드가 곡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히토리가 작사, 료가 작곡, 이쿠요가 보컬을 맡는 등 한곡에도 여러 멤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곡을 들어도 멜로디 한 소절, 새로 추가된 악기 하나, 가사 한 문장에도 어떤 심정을 담았을까를 상상하게 된다.

아오야마 요시노 작품의 파생 유튜브 콘텐츠인 <기타 히어로의 길>로 기타를 처음 배웠다. 이젠 노래를 들을 때마다 기타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앨범 작업으로 여러 일본 밴드들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다. 일본 밴드의 신곡을 접할 때마다 마치 아는 사이인 것처럼 반가운 마음이 든다.

미즈노 사쿠 라이브 무대를 경험하면서 공연장에서 듣는 음악의 매력을 알게 됐다. 같은 공간에서 하나가 되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더 퍼스트 테이크>(THE FIRST TAKE)에서 하세가와 이쿠미가 <기타와 고독과 푸른 행성>을 부른 영상을 보면서 음악이 어떻게 사람을 뒤흔들 수 있는지 알게 됐다.

하세가와 이쿠미 다양한 노래를 부르면서 음악의 자유로움을 느끼게 됐다. 공연에서 만난 관객들이 전부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같은 음악도 아티스트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고, 듣는 사람의 감상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온다.

- <봇치 더 록! 전편>이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해외에서도 인기를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

스즈시로 사유미 <봇치 더 록! 전편>이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이나 작화 스타일, 설정 하나하나가 매력적이고 귀엽다. 아무래도 ‘봇치’라는 정서에 작품의 완성도와 귀여운 캐릭터가 더해져 많은 인기를 얻은 게 아닐까?

하세가와 이쿠미 봇치라는 단어가 일본에서는 특유의 정서로 잘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해외 팬들에게도 일본 특유의 봇치라는 코드가 통할지 몰랐다. 해외에서도 많은 분이 봇치라는 정체성에 긍정적인 자부심을 느껴준 덕에 <봇치 더 록! 전편>이 인기를 끌게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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