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아름다운 순간들을 나누겠다, 우수상 당선자 문주화
2024-08-09
글 : 송경원
사진 : 최성열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이렇게 말하면 그저 바라기만 하면 이뤄지는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있다. 간절함은 그 자체로 강력한 에너지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가만히 있지 못한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문장 사이사이엔 부지런히 목표에 다가가는 과정의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문주화 당선자의 차분한 말투와 정돈된 글에는 그런 간절함의 에너지가 들끓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씨네21> 영화평론상의 문을 두드렸던 문주화 당선자는 인터뷰를 시작하자, 올해도 낙선인 줄 알고 이미 내년도에 응모할 원고를 구상 중이었다고 수줍게 입을 열었다. 부지런함과 끈기는 마침내 번뜩이는 통찰로 이어진다.

- 당선을 축하드린다.

= 사실 문자를 받기 약 2시간 전까지 ‘지금쯤, 수상자들에게 개별 연락이 갔을 텐데’라고 지레짐작하고, 내년에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써야지 하는 생각으로 <씨네21>에 실린 여러 글들을 읽어보고 있었다. 문자를 확인한 뒤 길가에 차를 다급하게 세우고 지인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바로 앞에 <5시부터 7시까지 클레오>를 다시 한번 보고 있었는데, 나 역시 초현실적인 2시간을 보낸 기분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곳은 주정차 단속지역이더라. (웃음) 아마도 이 인터뷰가 실린 <씨네21>과 주정차위반 통지서가 거의 비슷하게 도착할 것 같다. 이 두개의 문서를 간직하고 오늘의 이 기분을 기억하며 글을 써나가겠다.

- 부산대학교 예술문화영상학과에서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 학부는 언어학을 전공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직장 생활을 하고 이후 10년간 부산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아트선재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았다. 전시 소개 등을 하며 글을 쓰기도 했는데 한번은 영화잡지 아노에 <시네도키, 뉴욕>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내 글이 종이에 인쇄되어 나가는 게 대단하고 무서운 일이라고 느꼈다. 그게 계기가 되어 영화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 작품 비평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이론 비평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 모두 꼼꼼한 분석과 성실한 전개가 신뢰와 안정감을 준다.

= 과분하고 감사한 말씀이다. 처음에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 대해 써볼까 했지만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후 새롭게 변화 중인 감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다음 작품까지 봐야지 뭔가를 쓸 수 있겠다 싶더라. 미야케 쇼 감독도 무척 좋아하는 감독인데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18)를 본 뒤 이 영화가 끝났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좋았다. 뭔가 이어져야만 한다고 느꼈고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1)에서 연결시킬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해서 기뻤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지난해 극장에서 본 영화 중에 가장 좋았는데, 덜 알려지고 온당한 호응을 받지 못한 것 같아서 더 이야기해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 어떤 평론가로 기억되고 싶나.

= 방향을 정하거나 뭔가 단정 짓는 걸 잘 못하는 편이다. 돌이켜보면 절망과 기쁨 사이를 넘나들며 글을 써왔다.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감독의 영화를 보며 미술과 영화의 경계에서 작동하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마주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그런 많은 이들과 기쁨을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수없이 되뇌었던 문장이 있다.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호주머니에 연필을 넣고 다니면 언젠가 그 연필을 쓰게 되는 날이 온다’던 폴 오스터의 말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이제 두눈을 부릅뜨고 쓰고 또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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