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대박적 후킹 명가의 영업비밀, <올끌> <오분순삭> <옛드> 운영하는 MBC 유튜브 매시업사업팀
2024-09-13
글 : 박수용 (객원기자)

“호박고구마!”(<거침없이 하이킥!>,나문희) “어데 가서 무기받노?” (<무한도전>, 정형돈) “똥, 덩, 어, 리.”(<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 밈으로 박제되어 영원히 고통받는 추억의 예능부터 N차 정주행을 부르는 고전 드라마 명작, 지금도 대세 등극의 필수 관문인 <나 혼자 산다>까지. MBC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대중문화 시류를 관통하는 전통 콘텐츠 명가이다. 과장을 보태자면 SNS라는 공개 장터에 풀린 대표 방송 밈 중 절반은 MBC가 원산지일 테다. 다만 과거에는 수요층인 시청자들이 자급자족해 디지털 풍화의 흔적이 만연한 영상 조각들이 유통되었다면, 이제는 공식 채널이 직접 재편집한 ‘정발판’을 알고리즘에 꽂아넣는 시대다. 유튜브 채널 <올끌> <오분순삭> <옛드>를 운영하는 MBC 매시업사업팀에 방송사의 방대한 아카이브 속에서 가장 현재적인 트렌드를 발굴하는 작업에 관해 물었다.

옛 영상을 재편집해 올리게 된 계기는?

MBC는 과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수많은 명작 IP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의 풀 VOD 유통과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구작의 꾸준한 화제성 유지와 신규 수익원의 확보가 필요했고, 많은 시청자의 요구도 있었다. 수익원의 역할은 사실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과거 MBC 프로그램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추억과 공감을 전하는 역할로서, 또 TV를 점점 보지 않는 어린 세대에도 MBC와 과거 명작들을 알리는 역할로서 큰 의미가 있다.

‘옛능’ (MBC 옛날 예능 다시보기 브랜드) 채널이 세개나 된다고?

세 채널의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현재 123만 구독자를 지닌 <올끌>은 <무한도전>, <하이킥!> 시리즈, 초기 <나 혼자 산다> 등 MBC의 옛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끌어올려 구작의 영광을 지속 재현하는 채널이다. 하이라이트 컷 편집 위주의 클립을 주로 업로드한다. 162만 구독자를 보유한 <오분순삭>은 <올끌>과 비슷한 소스를 다루지만 캐릭터, 서사 등 컨셉별로 기획, 편집 및 재가공해 큐레이팅하는 채널이다. 389만 구독자를 보유한 <옛드>는 MBC의 명작 드라마를 맛보기할 수 있는 채널이다. <전원일기> 및 각종 사극, 최근에는 김수현 작가의 대표작(<사랑이 뭐길래> <사랑과 야망>)도 서비스하고 있다. 풀 VOD로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출연진의 과거 출연작을 큐레이팅하는 등 온에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지향한다.

주요 타깃층과 가장 사랑받은 콘텐츠는?

우리와 같은 장르의 유튜브 채널의 주요 타깃층은 보통 20~30대다. <올끌>과 <오분순삭>은 25~34살의 비율이 가장 높지만 시청자층이 10대와 60대까지 넓게 퍼져 있다. 남녀 성비는 유사하지만 남성 시청자 비율이 근소하게 높다. <옛드>는 25~54살의 비율이 가장 높고, 청소년보다는 장년층 비율이 우세하다. 스토리 드라마 위주이다 보니 해외 시청 비중도 30% 내외로 높다.가장 뛰어난 성적을 낸 두 영상은 <오분순삭>의 <무한도전>과 <지붕뚫고 하이킥!> 모음집이다. <무한도전>은 만우절 특집으로 출연자들이 말장난하는 장면들만 모아 매시업했고, <지붕뚫고 하이킥!>은 황정음-최다니엘 ‘지정 커플’의 첫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장면들을 모았다. 두 콘텐츠 모두 3시간 넘는 긴 영상인데도 2800만 조회수를 넘겼다. 긴 영상을 라디오나 밥친구처럼 틀어두는 젊은 층의 시청 문화, 보고 싶은 부분만 찾아보는 시청자들의 니즈 등을 고루 충족시킨 결과로 생각한다.

최신 방송과 과거 방송을 다루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

최신 방송, 특히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기타 경쟁 콘텐츠 및 불법 업로드와 속도전을 치러야 한다. 방송 직후 최대한 빠르게 공개해야 트래픽 확보에 유리하다. 이에 화제가 되는 핵심 장면만 파악해 단순 컷편집 위주로 신속하게 업로드한다. 반면 옛날 방송은 대중이 이미 내용의 기승전결까지 다 알고 있다. 익숙한 내용이 새롭게 다가올 수 있도록 편집 단계에서 갖가지 양념을 친다. 옛날 시트콤 위에 요즘 스타일의 자막을 넣거나, 여러 회차에 등장하는 비슷한 주제의 장면을 모으는 등의 변주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요리로 치면 최신 방송은 3분 패스트푸드, 옛날 방송은 사골 곰국 끓이기와 비슷하겠다.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후킹의 노하우가 있다면?

매시업사업팀 편집자의 대부분이 콘텐츠 시장의 흐름과 최신 유행에 관심이 많다. 콘텐츠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다 보니 자연히 요즘 핫한 콘텐츠에 대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즐겁게 교류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디어를 길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는 SNS,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 등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며 후킹이 될 만한 아이템을 찾는 편이다. 옛 방송의 어떤 부분이 최근 대중에게 회자되는지 파악하고, 그와 관련된 인물이나 주제가 나온 예능 회차를 전체적으로 훑으며 매시업을 기획한다. 주요 채널들에 쌓이고 있는 결과물과 성과를 참고하며 신입 편집자들도 더욱 쉽게 노하우를 익힐 수 있는 선순환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은 어째서 옛날 콘텐츠를 보는 걸까?

콘텐츠 자체의 힘과 경쟁력 덕분이 아닐까. 시간이 지나도 여러 세대에 걸쳐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는 우리로서도 온에어만으로 끝내기 아쉽고, 많은 시청자도 꾸준히 재소환을 요청한다. 좋아하는 스타의 과거 모습을 그리워하기도, 그 시절의 이야기에 즐거움과 위로를 얻기도 하니 말이다. 풍부한 명작 IP를 보유한 MBC 같은 방송사가 이러한 니즈에 적극 대응하다 보니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같다. 특히 한번 소환된 구작 콘텐츠가 밈이 되는 경우 흐름에 동참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의해 여러 SNS로 순식간에 전파된다. 이렇게 하나의 놀이 문화가 형성되는 것 또한 수요층 증가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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