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눈과 얼음 위에서 만난 빛, <마이 선샤인>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
2024-10-18
글 : 이자연
사진 : 백종헌

아이스하키 선수인 타쿠야(고시야마 게이타쓰)는 드뷔시의 <달빛>에 맞춰 피겨스케이팅을 연습하는 사쿠라(나카니시 기아라)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다. 홀로 사쿠라를 흉내내는 타쿠야를 보고 명민한 재능을 알아챈 아라카와 코치(이케마쓰 소스케)는 이 어수룩한 소년을 피겨스케이팅의 세계로 초대한다. 어느덧 아이스댄싱을 함께하게 된 두 아이들은 조금 삐거덕거리지만 설렘 가득한 시간을 마주한다. 영화 초반부 <마이 선샤인>은 아름답게 흘러가는 홋카이도의 겨울을 오래된 필름 카메라처럼 보여준다. 두 어린이 주인공을 감싼 아늑한 설경에는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의 고민이 담겼다. “눈은 빛반사가 너무 심해서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조금만 조도를 높이면 모든 게 날아가버리고 또 낮추면 바로 어두워진다. 내 머릿속에 만들고 싶은 장면이 확실한데도 이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아날로그 필름 느낌을 내기 위해 필름 카메라를 써볼까 고민했지만 ARRI 카메라를 쓰면 내가 원하는 상태로 조절하면서 촬영할 수 있어 장비의 힘을 빌렸다. 이 ARRI 카메라가 워낙 고가라 한정된 예산에서 구매가 어려웠는데 2022년 <나의 햇살>로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프로젝트 마켓(APM)에 선정되면서 제공받은 카메라와 렌즈가 있어 그것을 활용했다.”

<마이 선샤인>은 어렸을 적 7년 동안 피겨스케이팅을 배웠던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타쿠야와 사쿠라 이외에 또래 아이를 한명 더 추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작에서 어른의 미미한 존재가 현실성을 높이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에 지금의 아라카와 코치를 완성했다. 전작 <나는 예수님이 싫다>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그는 안락한 칭찬에 안주하거나 다음 작품을 만들길 두려워하기보다, 스스로 아쉬웠던 부분을 채우는 방식으로 나아갔다. “전작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어른의 세계가 없었다. 그래서 <마이 선샤인>에서는 아이가 보는 세상뿐만 아니라 어른이 마주한 현실까지 평행선처럼 비추고 싶었다. 촬영도 엄청 공들였다. 모두 내가 직접 찍었다. 필름 사진처럼 담고 싶은 마음에 스크린 비율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마이 선샤인>은 바라보는 즐거움이 크다. 정감 가는 가정집과 아련한 스케이트장, 고즈넉한 설원까지 아름다움을 내세운 감독의 손끝이 느껴진다. 이 유려한 영상미와 숏의 정갈한 미감은 어디서 비롯한 걸까.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은 자신이 지닌 미적 감각을 타고난 것으로 뭉뚱그리지 않고 오히려 ‘밀어붙이는 기술’로 구체화했다. “영화감독은 자신의 취향을 잘 아는 게 중요하다. 영화가 여러 미적 요소의 집합체이다 보니 여러 스태프의 취향이 섞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관객이 아름답다는 인상을 받기 위해서는 통일감이 그만큼 필요하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밀어붙일 줄 알아야 한다. 나는 평소 내 마음에 드는 그림이나 노래 등을 지나치지 않고 메모해둔다. 이건 영화감독으로서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 안에 쌓인 취향은 결국 내 관점을 통해 나도 모르게 드러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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