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인터뷰] 또 다른 내가 되는 나만의 공식, <가족계획> 로몬
2024-12-03
글 : 조현나
사진 : 최성열

“(적어온 걸) 보면서 이야기해도 될까요?” 노트북 화면을 확인하며 로몬은 신중히 말을 골라 답변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수혁이나 <가족계획>의 지훈에게서 종종 보였던 가볍고 능글맞은 이미지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배우 로몬이 맡은 지훈은 유년 시절 사이코패스로 진단을 받았으나 본연의 기질을 잘 감추고 살아가는 학생이다. 물론 그에겐 천재 해커라는 숨겨진 면모가 자리한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여동생 지우(이수현)와 다르게 좀처럼 생각을 읽기 어려운 캐릭터지만, 전학 간 학교의 실태를 한눈에 파악한 뒤 학교 실세인 전교회장과 곧바로 접촉하는 등 <가족계획>에서 그가 보여줄 이면을 기대하게 한다.

- <가족계획>에 참여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대본이 무척 재밌어서 회사에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선배님들이 이미 캐스팅된 상황에서 합류했는데 현장이 무척 기대됐고 한편으로는 긴장도 많이 됐다. 잘해낼 수 있을지 부담감도 들었지만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잘해내고 싶다는 긍정적 기운이 더 강했다.

- <지금 우리 학교는> <3인칭 복수>에 이어 다시 한번 학생 역으로 등장한다. 앞선 작품들과 이미지가 겹친다는 우려는 없었나.

오히려 설렜다. 학생 역할은 더 나이 들면 못하지 않나. 아직 교복을 입고 연기할 수 있어 감사했다. (웃음) 예전 작품에선 리더십이 강하고 좀더 묵직한 캐릭터였다면 이번에 맡은 지훈이라는 역할은 정반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지녔다. 그래서 지훈 같은 캐릭터를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도전이자 설렘으로 다가왔다.

- 지훈의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눈치가 빨라 이미 다 아는데 그걸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 집안의 왕이 누군지, 누구한테 잘 보여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는 친구다. 그래서 동생과 달리 엄마 영수(배두나)에게도 잘한다. 지우가 워낙 엄마한테 모질게 구니까 엄마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 지훈은 엄마의 브레인 해킹 능력을 알고 있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엄마를 편하게 여긴다.

어릴 때 영수의 강인한 모습을 보고 엄마가 아주 강한 사람이라는 걸 이미 깨달았다. 결정적으로 지훈은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엄마의 잔인한 행동에 상대적으로 두려움을 덜 느꼈을 것이다. 본인이 해커이다 보니 엄마의 능력이 타인의 기억에까지 침투할 수 있는 브레인 해킹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지우가 받아들인 것과는 또 다른 자극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지훈은 엄마의 능력을 갖고 싶고, 배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영수를 대하는 태도가 지우와 많이 다르다.

-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지훈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일까.

우선 지훈은 본인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 5명의 가족과 함께 있으면 자신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런 지훈에게 가족은 안식처와 다름없고, 자신이 꼭 지키고 싶고 깊이 사랑하는 존재였을 것이다. 그래서 지훈은 제일 강한 사람이 되어서 가족을 보호하고 싶어 한다. 그만큼 본인은 매사에 진지한데 꼼꼼하게 하나하나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런 ‘허당미’가 있어서 종종 귀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 해커 역할이라 그런지 이전 작품에 비해 액션이 적다.

그렇다. 예전에는 캐릭터 특성상 액션신이 많았는데 지훈이는 머리를 많이 쓰는 캐릭터다.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처음으로 체중을 감량했다. 지훈이 싸움을 잘 못하는 고등학생 해커인데 몸이 좋으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교복을 입었을 때 꽉 끼는 그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좋아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동안 멈추고 탄수화물을 거의 끊다시피 했다. 달리기도 열심히 해서 7kg 정도 감량했다.

- 그럼에도 전학 온 첫날, 자신을 괴롭히는 불량 학생들과 옥상에서 맞부딪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 신은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현장에서 몇번 리허설을 해보고 바로 시원하게 촬영했다. 액션물을 촬영해본 경험이 있기도 하고, 사실 때리는 것보다 맞는 게 훨씬 편하다. 그래서 그냥 열심히 맞았다. (웃음) 개인적으로 이 옥상 신을 굉장히 좋아한다. 촬영할 때 현장이 정말 즐거웠고 결과물을 보면서도 많이 웃었다. 망가지는 신을 찍는 걸 무척 즐긴다.

- 유난히 옥상에서 지훈의 의외의 모습을 보게 된다. 불량 학생들과 맞부딪치는 코믹한 상황이 연출되는 한편, 뒤에서 사건을 꾸미는 전교회장과 밀담을 나누는 장소도 옥상이다.

마찬가지로 즐겁게 촬영한 장면이다. 지훈의 특징 중 하나는 어떻게 해야 사람을 자극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또 그 자극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옥상에서 지훈이 전교회장의 심기를 건드리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전에 맡은 캐릭터들은 애드리브를 하기가 어려웠는데 <가족계획>을 촬영할 때는 지훈의 심리가 뭐였을까, 이때는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이런 인물의 심리에 관한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다. 이런 작업이 어렵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현장이었다. 시청자들이 지훈을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

- 차기작은 드라마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이다.

인간이 되길 원치 않는 구미호와 한 축구 스타의 인간적인 로맨스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내가 맡은 캐릭터는 자기애가 넘치는, 축구를 아주 잘하는 강시열이라는 인물이다. 원래 축구를 잘 몰라서 연구하면서 열심히 준비 중이다. 김혜윤 배우랑 한창 즐겁게 촬영하고 있는데 <가족계획>의 지훈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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