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가족이라는 이름의 난해한 퍼즐 놀이, <가족계획>이 지닌 의외성
2024-12-03
글 : 조현나

1996년 특수교육대대, 한 여자가 ‘버려진 아이들’을 모아둔 채 “밖은 더 험난한 세상이 펼쳐질 테니 도망갈 생각은 하지도 마”라고 협박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새 도시로 향하는 한 가족이 등장한다. 야반도주하듯 이동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새 학교에선 제발 조용히 지내라 당부하는 철희(류승범)의 모습은 여느 부모와 다를 바 없다. 한편 무심하게 운전대를 잡은 영수(배두나)는 교육대대에 있던 단발머리 여자아이와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여자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영수는 왜, 어떻게 특수교육대대를 빠져나와 현재의 가족을 꾸리게 됐을까. “친엄마도 아니”라는 딸 지우(이수현)의 말마따나 혈연관계도 아닌 구성원들과 함께 말이다.

<가족계획>은 인물과 배경을 단계적으로 친절히 설명해주는 작품이 아니다. 밀폐된 공간에 갇힌 아이들, 비밀을 지닌 수상한 가족, 연쇄살인범에 관한 뉴스와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의 이미지가 초반부터 파편적으로 나열된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며 개별 사건이라 여겨지던 요소들 사이의 연결점이 미약하게나마 드러나고 흩뿌려진 단서가 하나둘 조합되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영수의 가족을 뒤쫓게 한다.

그럼에도 <가족계획>을 하나의 장르로 규정짓기란 어렵다. 타인의 기억을 조작하는 영수의 ‘브레인 해킹’ 능력은 여느 히어로물 속 캐릭터들을 떠올리게 한다. 천재 해커인 아들 지훈(로몬), 불량 학생들을 단번에 처단하는 지우는 통쾌한 학원물의 주인공으로 손색없다. 여기에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경찰과 마을 사람들이 극에 수상한 분위기를 더한다. <슈츠> <허쉬> 등을 집필한 <가족계획>의 김정민 크리에이터는 “언젠가부터 내 아이, 남의 아이를 가리지 않고 부모라는 이름으로 학대하고 방임하는 끔찍한 사건들을 보면서 ‘그 아이들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졌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면 그게 진짜 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작품이 시작됐다”고 전한다. 실제로 영수 가족에 대한 의구심은 가족 내에서부터 피어난다.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채 가족사진 한장 남겨두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길 꺼려하는 자신들을 과연 가족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지 지우는 반복해 묻는다. 그럼에도 영수는 ‘엄마’의 자리를 묵묵히 지킨다. 해결하기 어려운 일은 자신에게 가져오라고 말하며 지우를 괴롭히던 불량 학생을 응징하기 위해 브레인 해킹 능력을 사용한다. 결국 그로 인해 극 중 악당들과의 인연이 시작됨에도 말이다. 남은 네 가족이 지닌 특수한 기술과 평범해 보이던 악역들의 정체, 실종 사건의 전말 또한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그럼에도 다섯명의 캐릭터를 결속시키며 이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계기는 결국 가족이다. 배우 배두나, 류승범, 백윤식, 로몬, 이수현이라는 의외의 조합이 찾아나갈 ‘가족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관한 답이 궁금해진다.

배우 로몬, 이수현이 말하는 <가족계획>의 관람 포인트

로몬

“가족 구성원의 능력이 각기 다른데, 그들이 능력을 발휘해 독특한 방식으로 범죄자를 처단하는 설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특히 영수가 발휘하는 브레인 해킹 능력은 <가족계획>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훈이는 진중한 와중에 나사 빠진 행동을 하나씩 하는 엉뚱함이 있다. 그런 부분들이 시청자들에게 귀엽게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 아, 물론 반전도 있다.”

이수현

“<가족계획>은 악역마저 독특하다. 너무 매력적이어서 현장에서 이 악당들에게 굉장히 빠져 있었다. 그러니 다섯명의 가족뿐 아니라 이들이 맞서는 악역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한다. 지우도 처음엔 거칠어 보일 수 있지만 볼수록 정의로운 아이다. 그런 변화도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족계획>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도 가족’이라는 것도 작품을 보면 깊이 와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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