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인터뷰] 조금은 삐뚤어지게, 자유롭게, 날렵하게, <가족계획> 이수현
2024-12-03
글 : 조현나
사진 : 최성열

백씨 가족 내에서 가장 도드라진 인물은 단연코 지우(이수현)다. 짙은 눈 화장과 땋은 머리, 반항기 가득한 눈빛으로 엄마 영수(배두나)에게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은 인상을 준다. 남매 지훈(로몬)과 함께 새 고등학교로 전학 가자마자 불량 학생들의 표적이 되지만, 지우는 굴하지 않고 곧바로 그들을 처단한다. 엄마 말에 일일이 토를 달면서도 선은 지킬 줄 알고 “뭐 하는 집구석이길래 가족사진 한장이 없냐”며 시청자와 다를 바 없이 가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는 지우는 볼수록 속내가 궁금해지는 캐릭터다. 그런 지우와 함께 이수현은 배우의 길에 첫걸음을 내딛었다. 모델 이수현으로서 카메라 앞에, 무대 위에 섰던 그는 <가족계획> 현장에서 쌓은 시간을 발판 삼아 배우 이수현으로 새로이 거듭났다.

-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합류했다. <가족계획>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캐릭터마다 개성이 있고 대사 하나도 평범한 것이 없는 아주 독특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대본을 읽으며 느낀 건 지우는 겉으론 차가워 보여도 속은 따뜻한 친구라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사춘기다 보니 나름대로 힘들고 ‘중2병’이 세게 온 듯하다.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들과 가족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느낀 것들이 지우에게 여러 영향을 준 게 아닐까 싶었다.

- 사람마다 사춘기를 지나는 방식이 다르다. 지우를 어떤 식으로 표현하려고 했나.

극 중 지우가 17살인데 실제로 나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 특징을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여겼고, 사춘기의 내가 어땠는지 돌아봤다. 나도 고등학생 때 사춘기가 늦게 왔는데 사람들이 하는 말마다 ‘왜?’ 하며 의문을 가졌다. 지우도 그랬을 거라 생각했다. 어떤 면에선 사춘기를 맞이한 또래 10대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 밖에도 일상에서 지우라면 이 상황에 어떻게 행동했을지 계속 생각했다. 감독님, 작가님께도 자주 여쭤봤는데 지우라는 캐릭터를 틀에 가둬두기보다는 내가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도록 많이 열어주셨다.

- 지우 특유의 반항적인 이미지는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 덕이 큰 듯하다.

쇼트커트부터 긴 머리까지, 앞머리는 얼마나 짧게 자르고, 머리는 어떻게 땋을 것인지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다. 메이크업도 스모키 메이크업을 했다가 아이라인을 지웠다가 연하게도 그려보면서 가장 지우다운 것을 찾아보려고 했다. (지우다운 게 뭔가.) ‘관종’스러운 면모가 있다는 것? (웃음) 아닌 척하지만 은연중 튀고 싶어 한다. 엄마가 화장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엄마와 최대한 다르게 보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 지우는 왜 그렇게 엄마를 싫어하는 걸까.

친엄마도 아니면서 친엄마처럼 행동하는 걸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영수도 엄마라는 존재의 역할을 잘 모르는 것 같아 그런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지우가 짜증을 낸다. 그런 것 치곤 엄마 말을 잘 듣는 편이다. 엄마가 스마트폰도 못 쓰게 하고 사진도 함부로 못 찍게 하는데, 그런 제약을 싫어하면서도 엄마 말에 반하는 행동을 하진 않는다. 틱틱대면서도 결국 엄마 뜻대로 많이 맞춰주는 거다.

- 속으론 엄마에 대한 애정이 깊은 건가.

그건 작품을 보며 확인하길 바란다. (웃음)

- 불량 학생을 응징하는 발차기가 예사롭지 않았는데 어릴 때 태권도를 했다고 들었다. 평소에도 운동을 즐겨 하나.

그렇다. 요즘엔 복싱을 하는데 무척 재밌다.

- 몸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 보다. 액션 준비도 수월했을 듯한데.

액션스쿨에서 매일같이 무술감독님께 혹독하게 배웠다. 힘들었지만 잘하고 싶은 열정이 있어 그런지 배우는 게 재밌었다. 처음에는 액션 연기를 하면서 입으로 호흡하거나 소리 내는 것이 부끄러웠는데, 숨을 뱉고 소리를 내야 속에서 감정도 올라오고 진짜 연기를 하게 되더라.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지면 액션 연기를 더 해보고 싶다.

- 배두나, 류승범, 백윤식 등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과 합을 맞췄다.

모니터링할 때 선배님들을 보면서 아주 많이 배웠다. 세분 다 캐릭터가 남다르다. 배두나 선배님은 보기엔 날카로운 고양이 같지만 보기와 다르게 ‘댕댕미’가 있어서 나랑 잘 놀아주셨다. 춤도 추고 농담도 하면서 편하게 현장에 임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류승범 선배님은 다른 우주에서 온 존재 같았다. 말 한마디를 해도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어 빠져들어 이상하게 계속 그것만 생각하게 되더라. 백윤식 선배님과 있으면 종종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평소 하시는 말씀이 전부 명언이나 다름없다. 내가 연기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감정 잡는 게 어려울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선배님들이 귓속말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셨고 덕분에 잘 몰입할 수 있었다.

- 연기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정확한 시기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릴 때 바비 인형을 갖고 놀면서 목소리 연기를 하지 않나. 그때부터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즐거웠다. TV를 보면서 혼자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 경험해보니 나는 사진보다 영상이 더 재밌고, 영상 작업을 할 때 더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더 깊이 있게 경험해보고 싶다.

- 앞으로 또 합을 맞춰보고 싶은 감독이나 배우가 있나.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도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곧바로 떠오르는 건 봉준호 감독님, 김혜수 배우님이다. 두분의 작품들을 무척 재밌게 봐왔다. 캐릭터 면에선 아직 신인이기 때문에 장르 불문하고 다양한 인물을 만나며 연기자로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그럼에도 골라보자면 악역, 사이코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런 역할이 정말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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