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1편과 2편 사이의 시점을 바탕으로 한 스핀오프이자 디즈니 픽사의 최초 오리지널 시리즈인 <드림 프로덕션>은 라일리의 꿈을 제작하는 제작사 ‘드림 프로덕션’의 이야기를 다룬다. 드림 프로덕션에 소속된 감독들은 각기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예산과 세트 환경에 맞춰 꿈을 만들어낸다. 라일리가 꾸는 꿈은 다음날이 되면 대부분 까맣게 잊히지만 시간이 지나서도 기억될 경우 ‘히트작’이라는 영예를 안게 된다. 라일리가 두살 때 쪽쪽이와 이별하는 멋진 꿈으로 대히트를 친 폴라 퍼시먼 감독은 이토록 사랑스러운 라일리가 영영 자라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오직 안전한 꿈만 상영해준다. 귀여운 컵케이크와 춤추는 꿈, 어릴 적 갖고 놀던 유니콘이 나오는 꿈 등등. 코미디, 호러, SF 등 다양한 장르 중에서 폴라의 장르는 동화에 가깝다. 해피엔딩이 보장된 동화.
폴라는 두 가지의 성장을 부정한다. 먼저 라일리의 성장. 이제 막 10대에 접어든 라일리에겐 자아를 반영한 꿈이 필요하다. 비록 악몽일지언정 라일리가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꿈. 그리고 두 번째는 조감독 자넬의 성장. 자잘한 업무를 맡아주던 자넬이 어엿한 감독으로 발탁되어 입봉작을 찍자 폴라는 자넬을 말린다. 오히려 자신이 많은 것을 가르쳐주겠다고 회유한다. 그러나 이 모든 부정은 부정당한다. 라일리는 여전히 자라고 있고, 자넬의 입봉작은 메가히트를 친다.
꿈은 장기 기억 저장소가 다 처리하지 못한 기억을 추가적으로 정리한다. 현실의 걱정으로부터 벗어날 대피소 역할을 하기도 하고,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꿈의 기능은 아니다. 인간이 더 큰 알을 깨고 나갈수록 꿈도 더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흥행 성적이 중요한 폴라가 화려한 밤의 꿈(night dream)을 연출하는 상업감독을 암시하는 반면, 사회와 환경을 반영하고 싶어 하는 몽상(day dream) 감독 제니가 독립영화 감독을 표방하는 차이도 이제는 라일리를 위한 영화(꿈)의 성질이 다양해져야 할 타이밍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덧붙여 실제 영화 제작사 풍경과 한계를 꿈 제작사로 유려하게 비유한 지점은 픽사만의 고유한 유머 코드와 블랙코미디가 어떻게 웃음을 자아내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픽사는 라일리의 생애주기와 함께 성장한다. 감정과 의식을 넘어 무의식의 지대까지 뻗어나가며 픽사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드림 프로덕션>을 면밀히 들여다보기 위해 재클린 사이먼 프로듀서, 에피소드 1·2편을 연출한 밸러리 라포인트 감독, 에피소드 3편을 연출한 오스틴 매디슨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는 실제 정신학적 탐구와 조사를 반영하여 스토리텔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드림 프로덕션>은 꿈에 대한 어떤 정신학적 정보를 반영했나.
재클린 사이먼 실제 수면 전문가를 만나 그에게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간에게 잠이 왜 필요한지, 수면의 질이 낮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수면 형태에 어떤 유형이 있는지, 성장기에 수면은 어떻게 다른지. 그중에서도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이성적 판단 영역의 스위치가 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꿈이 논리적으로 통제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라일리의 꿈을 자유롭게 상상했다. 하지만 라일리가 몽유병 증상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는 조금 다르게 접근했다. 신체는 잠이 든 동안 마비된 것처럼 모든 힘을 풀어버리지만 그 와중에도 위험을 감지하면서 다치거나 해를 입지 않게 감각한다.
오스틴 매디슨 꿈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모든 스태프들의 기억을 총집합했다. 언젠가 우리 이모는 어릴 적 입에서 비누 맛이 나 잠에서 깼는데 알고 보니 잠든 채로 진짜 비누를 베어문 거였다. 꿈에서 캔디숍에 들러 캔디바를 먹는 줄 알았다고 한다. (웃음) 그때 다른 가족이 “아니 누가 비누를 먹었어?!” 하고 소리지르면서 일단락됐다.
-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로부터 확장되지만 시리즈만의 차별성을 갖는 것도 중요하겠다.
오스틴 매디슨 원작 영화의 감정들은 라일리의 모든 시간을 함께한다. 사건이 일어날 때 즉각적으로 감정들이 리액션을 한다. 하지만 <드림 프로덕션>은 라일리가 잠들고 나서야 일을 시작한다. 특히 컨트롤 본부에서 컨트롤하지 못한 문제를 이어받기 때문에 더 무의식적으로 내밀한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에서는 감정이들이 하나의 관객이 된다. 팝콘을 먹으면서 꿈을 시청한다. 이들의 귀여운 반응을 보는 것도 큰 재미다.
- 에피소드별로 다른 감독이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 과정과 방식은 어땠나.
밸러리 라포인트 전반적인 기획은 시리즈 디렉터인 마이크 존스와 피트 닥터가 이끌어갔다. 큰 틀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면 다함께 스토리를 구상했다. 이 과정에 가장 공을 들였다. 그 뒤에 파트를 나누어 누가 맡아 진행할지 분배하고 아트 작업을 착수한다. 픽사의 가장 큰 장점은 창의적인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가장 잘 만들 줄 안다는 것을 이해한다. 작업자의 취향을 존중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드림 프로덕션 공간에 실제 제작사 느낌을 더하기 위해 미술감독님이 이곳저곳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며 오랜 리서치 기간을 갖기도 했다. 모든 세포와 기관이 라일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들이는지 공간적, 장비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 <인사이드 아웃>이나 <드림 프로덕션>의 다음 시리즈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재클린 사이먼 지금까지는 계획에 없다. 다만 <인사이드 아웃>의 세계관을 반영한 <모두의 리그: 이기거나 지거나>를 12월에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