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친구는 어쩌다 단돈 98만원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나게 된 걸까. 어린 나이에 아이돌로 데뷔한 이후 평범한 학교생활과 거리가 멀었던 수민(최성은), 태희(현우석), 사랑(하서윤)은 돌연 자기들만의 수학여행을 계획한다. 하지만 어쩐지 초장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딘가 삐거덕거리기 시작하더니 수학여행의 ABC인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천지연폭포는 찾아볼 수 없고 세 친구는 귤밭에서 귤만 똑똑 따고 있다.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여행은 오래전부터 쌓아온 마음속 도미노를 와르르 무너뜨린다. 누구보다 빨리 세상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더는 무대에 설 수 없게 된 아이돌의 좌절된 꿈. 이들은 타인에게 쉽게 드러내지 못했던, 농축된 슬픔을 조금씩 꺼내기 시작한다. 젊은이의 한탄과 토로 사이 어딘가로 보이는 이야기는 쇼 비즈니스가 꼭꼭 숨겨둔 불공정 계약, 아이돌 인권침해, 부적절한 매니지먼트 시스템 등을 나긋한 목소리로 고백한다. 세명의 방랑자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살다가 한번쯤 길을 돌아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슬프고도 얼렁뚱땅인 제주 여행기가 퍽 반가울 것이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힘을 낼 시간> 배우 최성은, 현우석, 하서윤, 남궁선 감독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