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디즈니+ / 감독 유선동 / 출연 김혜수, 정성일, 주종혁 / 공개 1월15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긴장감을 무기 삼을 수 있을까, 일단 웃음으로 마무리
“여기는 드라마국처럼 큰돈은 못 벌어도 PPL은 받지 않는 지조와 자존심이 있고 그리하여 지난 10년간 시청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프로그램 1위, 대한민국 탐사보도 프로 중 단연 시청률 1위의 <트리거>예요.” 강제 마약 투입이 포착된 기이한 살인사건과 광적인 사이비의 어두운 진실을 고발하기 위해 오소룡 팀장(김혜수)이 취재를 나섰다. 명실상부 탐사보도의 명맥을 이어온 오 팀장의 비법은 바로 잠복과 잠입이다. 위험이 도사리는 현장에 직접 나간 그는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듣고 싶은 진실을 발견할 때까지 죽치고 대기한다. 진실을 은닉한 장소를 호기롭게 탐색하고 촬영하고, 교주와 광신도를 위협하기까지 하는 저돌적인 면모는 오소룡의 중심축이자 저널리즘의 실낱같은 희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곁에 조금 다른 사정들이 있다. 사람들에게 질식돼 예능프로그램 ‘동물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한도 PD(정성일)는 낙하산 꼬리표로 오명 섞인 주목을 받지만 도리어 그는 이게 낙하산이 아닌 (좌절스러운) 낙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자긍심을 안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맹렬한 싸움이 이어지는 도중 막내 강기호(주종혁)는 새우등이 터진다.
사이비와 광신도, 마약과 살인. <트리거>는 무거운 소재를 앞세우며 현실 속 엇비슷한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고발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거듭 강조하기 위해 다소 자극적인 시선과 연출이 드러나지만 이에 맞대응하는 오소룡의 저널리즘적 소명 의식이 조금씩 상쇄시킨다. 다만 위험을 무릅쓴다는 오소룡의 돌직진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적진 한가운데서 마패를 쉽게 드러내는 다소 나이브한 전개는 인물과 가까워지기 이전에 의문부터 먼저 남긴다. 앞으로 탄력을 높이기 위해 <트리거> 3인방의 코믹한 케미스트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자연
<브라이언 존슨: 영원히 살고 싶은 남자>
넷플릭스 / 감독 크리스 스미스 / 출연 브라이언 존슨 / 공개 1월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브라이언 존슨, 영원히 흥미로울 남자
여기 새해 1순위 목표가 건강관리인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인물이 있다. 그는 브라이언 존슨. 40대 억만장자 사업가이며 그의 남은 꿈은 ‘노화를 무효화’하는 것이다. 매일같이 최첨단 실험실로 개조한 저택 안에서 정해진 운동과 식단에 맞춰 식사를 하고 수십개의 영양제를 입안에 털어넣는다. 그런 그의 최대 기쁨은 노화 수치가 올라가지 않은 신체 데이터다. 엄격한 생활은 곧 대학에 입학하는 아들 탈마지가 찾아와도 유지된다. 부자간의 대화에서 존슨의 삶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브라이언 존슨: 영원히 살고 싶은 남자>는 미스터리한 남자를 전제 없이 다각도로 비춘다. 그를 불가능에 도전하는 혁신가로, 셀러브리티가 되고 싶은 사기꾼으로 보는 시선 모두를 담는다. 감독은 어쩌면 그가 사랑하는 아들 곁에 오래 있고 싶어서 죽지 않으려는 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데 부모에 대한 애정결핍으로 점철된 과거가 주장의 설득력을 높인다. /이유채
<컬러 퍼플>
쿠팡플레이 / 감독 블리츠 바자 울 / 출연 판타지아 배리노, 타라지 P. 헨슨, 대니얼 브룩스 / 공개 12월3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시간을 건너와도 여전히 힘과 울림이 강한 이야기
앨리스 워커가 쓴 소설과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1985년작 영화로 잘 알려진 <컬러 퍼플>은 200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래 평단의 상찬 속에 매 시즌 토니상을 휩쓸었다.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컬러 퍼플>은 워너브러더스가 2023년 뮤지컬 <컬러 퍼플>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작품의 내용은 원작과 같다. 평생 폭력적인 남성들 아래 살아온 셀리(판타지아 배리노)는 압제하려 드는 남성들에게도 할 말을 다 하는 소피아(대니얼 브룩스)나 언제나 당당한 가수 셕(타라지 P. 헨슨)을 만난 후 자신의 삶을 개척할 방법을 비로소 고민하기 시작한다. 작중 배경인 1910년대 흑인 문화를 대표하는 가스펠풍의 넘버가 흐르는 중에, 흑인 배우들이 지닌 육체의 역동이나 표정의 운용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감독 블리츠 바자 울이 성심성의껏 화면을 연출해냈다. 1985년작의 주연인 우피 골드버그는 카메오로, 오프라 윈프리는 제작자로 활약하며 재탄생한 <컬러 퍼플>을 든든하게 떠받친다. /정재현